툴루즈 로트렉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주인공의 시간여행지인 클럽에서
유난히 작은 키의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앓았던 병과 부상으로 키가 자라지 못한 남자
신체적 결함을 이겨내는 수많은 스토리의 주인공처럼
로트렉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요즘 주로 읽는 책에서 수도 없이 등장했던 화가이다
여기저기 포토존을 만들어놨는데
로트렉과 물랭루즈는 뗄래야 뗄수가 없는 관계인 게 확실하다
영화에서 등장한 그 클럽도
이름은 없지만 누구나 물랭루즈라는 걸 짐작했을게다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오면 도로 오른쪽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빨간 풍차의 집 물랭루즈
난 로트렉의 포스터보다
그의 순수미술 작품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 전시작의 대부분은
그의 포스터 작품이다
'알폰스무하'의 포스터가 그랬듯이
로트렉의 포스터도 수집가들이나 시민들이
밤새 붙여 놓자마자 새벽이면 거의 떼어갔다고 하니
모든 작품의 예술성 기준은
지체높은 미술학자들이나 평론가들의 평가가 아닌
대중들이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다소곳하게 앉은 본인의 자화상을 그리는 로트렉
그의 반항적이고 방탕한 삶보다는
다소 주눅들어있는 내면을
그려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로트렉 전은 사진찍기 가능한 방을 많이 만들어놨다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다
이 여인은 절대 내 딸이 아니라고 우기고 싶음
관람객이 없어
이렇게 그림 따라하기 포즈도 가능함
이 그림에 얽힌 사연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잠시 소개하면
친구와 배를 이용해 어딘가로 여행중이었다고 한다
남편의 근무지를 찾아가는 어느 아름다운 부인이
늘 뱃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반해
몰래 스케치를 시작한 로트렉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로트렉은 내릴 수가 없었다
그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로트렉은 친구와의 여행을 포기하고
계속 배를 타고 가면서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물론 친구는 원래의 목적지에서 내리고.
로트렉은 자신의 목적지가 아닌 어디쯤에서 내렸을까?
낯선 곳에서 허둥지둥 내려
헤매이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물론 이 작품만은 소중히 끌어안고 있었겠지
이 아름다운 여인은 상업용 포스터에 이용되기도 했지만
원작은 많은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의 예술가적 일생을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우리만 보고 있다
로트렉의 작품이 모두 상업적 포스터가 아닌 순수미술작품도 많은데
좀 아쉬워 그의 작품들을 검색해 올려본다
역시나 물랭루즈의 모습이 주를 이루긴 한다
그가 그 곳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그럴 수밖에...
책을 읽고 있는 이 여인.
부스스한 머리를 보자면
어젯밤 졸음에 다 읽지 못했던 그 부분을 얼른 확인하고 싶어
침대에서 나오자마자 머리를 다듬을 새도 없이
책부터 펼쳐든 모습같기도 하다
거울을 보는 모습이지만
마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다소 나른한 오후의 일과를 마무리 하려는 듯한
조금 지친 커리우먼의 모습이라고 하면 너무 억지인가
옷차림만 조금 바꾸면....
아니다
재택근무를 많이 하는 요즘에 어울리는 상황이다
수잔 발라동의 얼굴인데
르느와르의 작품 모델이 되었을 땐
한없이 행복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그려지고
로트렉의 작품에선
이렇듯 피곤하고 녹녹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여인으로 그려진다
모델인 수잔 발라동이 연기를 잘 하는 건지
아님 모든 작품은 화가의 내면이 표출되어 그런건지
술병을 반이나 비운 만취한 여인을 그릴 때는
로트렉도 만취한 상태였는지
색조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듯 느끼는 건 나만 그런가?
술취한 눈으로 보이는 희미한 영상을
술 못마시는 나는 그저 상상해 볼 뿐
어릴 때부터 말타기를 즐겼다고 하더니
자연스레 말타는 모습이나 말을 많이 그렸다
이중섭의 소가 생각나기도 한다
말이 소 보다 활동성이 강할 것 같은데
순둥순둥한 말의 얼굴이
이중섭의 소를 만나면 히히잉~~~ 하면서
꼬리를 내리고 말 것 같다
반갑게도 고흐의 모습도 그렸다
테이블에 놓인 술잔 속엔
그 독하다던 압생트가 담긴 걸까
아님 부유했던 로트렉이 좀더 비싸고 순한 술을 사주었을까
둘의 운명은
생전엔 부유함과 가난함으로 상반되지만
젊은 나이에 너무 일찍 세상을 뜬 공통점이 있다
미술관에 오면 늘 들리게 되는
테라로사
거의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의 커피와 흡사하다
크레마가 얹힌 정도까지.....
짠딸이 맘에 들어하는 유리잔과
큰딸이 예쁘다고 한 머그 하나씩 들고왔다
남편은 또? 하는 표정으로
검은 색 머그에 그려진 그림이
은하철도 999의 철이같네 한다
철이가 이렇게 늙었구나
하긴 세월이 많이 흘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