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친우의 시에 답하다
이황(李滉)
내 성격은 늘 고요함을 즐기고
몸은 여위어 추위를 두려워하네
솔바람은 문 닫은 채 집 안에서 듣고
눈 속의 매화는 화로를 껴안고 보네
세상 사는 묘미 늙어 더 각별하고
인생은 마지막 길이 더 어려운 법이네
깨달음에 이르니 한바탕 웃음거리요
일찍이 헛된 꿈속의 일이네
次友人寄詩求和韻(차우인기시구화운)
性癖常耽靜(성벽상탐정) 形骸實怕寒(형해실파한)
松風關院聽(송풍관원천) 梅雪擁爐看(매설옹로간)
世味衰年別(세미쇠년별) 人生末路難(인생말로난)
悟來成一笑(오래성일소) 爲是夢愧安(위시몽괴안)
[어휘풀이]
-次友人寄詩求和韻(차우인기시구화운) : 지은이가 62세 되던 해 친구가 시를 보내 답시를
구하자 이황이 이에 화답했다.
-形骸(형해) : 사람의 몸과 뼈. 어떤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부분
-愧安(괴안) : 괴안국, 상상 속의 나라 이름. 당나라 순우분(淳于焚)이 느티나무 곧 괴수(槐樹)밑에서 자다 꿈속에 가서 본 곳이라 함.
[역사이야기]
이황(李滉: 1501~1570)은 조선 전기 성균관 대사성, 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학자로 호는 퇴계(退溪)이다. 관직에서 물러난 후 1560년 도산서당(陶山書堂)을 짓고 아호를 도옹(陶壅)이라 정하고 이로부터 7년간 서당에 기거하며 독서와 수양, 저술에 전념하는 한편 많은 제자를 길러 냈다.
퇴계는 평생 성리학(性理學)을 추구한 성리학자다. 성리학이 학립된 시기는 중국 송나라 때인데, 불교가 서쪽에서 들어오자 공맹사상을 중시한 학자들이 종교성을 가미해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물음과 더불어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이 토대가 되었다 한다. 주자(朱子)는 성리학에다 태극도설에서 말하는 태극과 음양의 이론을 구체화해서 성리학의 우주론, 이기론(理氣論)을 완성한다. 태극은 이(理)이고 음양과 오행은 기(氣)에속한다. 이(理)와 기(氣)가 합해져서 만물이 태생한다는 이론이다. 퇴계는 주자의 이기론을 연구하여 이(理)를 상위 개념인 우주 만물의 근본 원리로 규정하고 기(氣)를 하부 개념으로 분리해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완성했다.
출처 : 한기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