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평화기
|
▲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주례와 주교단 14명과 사제단 170여 명 공동집전으로 2만 여 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8년 만에 봉헌되고 있다.
|
▲ 남녀 수도자 25명이 봉헌예식 중에 비둘기 형상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
17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봉헌된 2011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는 분단 66주년을 맞는 겨레가 분열에서 일치로, 대결에서 화해로, 전쟁에서 평화로 나아가기를 기원하는 대동제였다.
이날 미사는 2003년 도라산역에서 민족 화합의 대미사를 봉헌한 지 8년 만에 총연장 248㎞ 휴전선 접경인 임진각에서 전국 신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봉헌된 미사여서 의미를 더했다.
#한반도 평화 기원한 대동제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는 한국 남자수도회ㆍ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사무국장 안융(살레시오회) 신부의 미사 취지 해설로 막을 올려 개막 퍼포먼스로 미사 전례에 임하는 신자들 마음을 경건하게 다독였다. 국악 노래로 '하나 되리'와 '사향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남북 간 화해 문을 여는 서곡으로 남북 평화를 선포하는 뜻에서 큰 북을 울리고, 평화 선포가 시작되는 의미로 나팔소리가 울려퍼지고, 평화통일을 향한 염원이 전례무용으로 표현됐다.
이어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힌 어린이들을 앞세우고 평화의 모후 성모님과 그 뒤를 따라 사제단과 주교단이 차례로 입장, 제대에 자리를 잡았다.
미사는 강수근(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 신부 지휘로 국악성가연합합창단, 루젠어린이예술단 등이 성가를 부르고, 하늘소리국악관현악단이 반주를 맡아 국악미사로 봉헌됨으로써 국악을 통해 하나되는 겨레라는 상징적 의미도 담았다.
▲ 2003년 민족 화합이 대미사가 봉헌된 지 8년 만에 휴전선 인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모인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이 한반도에 평화를 주시기를 주님께 청하고 한 마음으로 기도를 바치고 있다.
▲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힌 어린이들을 앞세우고 평화의 모후 성모님이 입장하고 있다.
그 뒤를 따라 사제단과 주교단, 주례자인 강우일 주교가 입당하고 있다.
|
○…30℃를 넘는 뙤약볕 속에서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2만 여명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바쳤다. 참례자들은 보편지향기도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민족복음화, 남북 위정자들, 이산가족,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영혼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 남북 간 평화를 위한 기도와 희생이 부족했던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참회하며 주님께서 흩어진 당신 백성을 하나로 모으도록 기도했다.
봉헌예식에서는 성직자 3명과 평신도 3명이 한반도를 남북 형제들이 얼싸안은 가운데 월계수 잎을 입에 문 비둘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한반도 평화기'를, 생명의 양식인 쌀이 한반도 전체에 고루 나눠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가톨릭농민회가 쌀을 봉헌했다. 남녀 수도자 25명은 제대 앞에서 비둘기 형상 풍선을 날려 평화를 기원했다.
이어 참례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바치며 하나를 이뤘고, 주교단과 어린이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평화를 기원했다.
#평화를 위한 호소문 발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한반도 평화기원미사 실행본부장인 이은형(의정부교구) 신부 낭독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남북이 분단과 갈등의 시대를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도록 온 겨레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을 주문했다. ▶호소문 전문 별도상자
이날 미사에는 정부에서 정병국(이냐시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문수(모이세) 경기도지사가, 국회에서 고흥길(바오로)ㆍ전재희(마리아, 이상 한나라당) 의원, 신학용(스테파노)ㆍ오제세(요셉)ㆍ이강래(마르티노, 이상 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했다.
▲ 국악성가연합합창단이 '사향가'를 부르는 가운데 무용수들이 개막 퍼포먼스를 통해 평화를 기원하는 전례무용을 추고 있다.
|
▲ 한 마음으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있는 2만여 명의 신자들.
|
○…이에 앞서 어둑새벽부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에 함께하고자 전국 각지에서 500여 대에 이르는 버스를 타고 몰려든 신자들로 임진각은 북적였다.
이날 새벽 2시30분 전남 여수를 출발, 5시간 만에 임진각에 도착했다는 전미숙(엘리사벳, 54)씨는 "화해 기미를 보이던 남북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게 너무 안타까워 기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달려왔다"며 "남북이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하며 서로 신뢰를 쌓아간다면 하느님께서 분명히 평화통일을 주실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일찌감치 신자석에 자리를 잡은 평신도들은 식전행사로 진행된 가톨릭문화선교단 '고영민과 선교세상'의 성가 공연을 관람하는 한편 버스주차장에서 신자석에 이르는 언덕길에 전시된 평화 주제 사진 80여 점을 돌아봤다. 전쟁의 비극과 정부와 사회의 통일 노력, 각 교구별 대북지원ㆍ남북교류ㆍ북한이탈주민 사목, 북녘 교회 사진 등을 지켜본 신자들은 그간 겨레가 걸어온 전쟁과 평화의 길에 숙연해했다.
안대해(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사는 "평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뙤약볕 속에서도 열심히 기도를 바치니 가슴이 벅차고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인숙(천주 섭리 수녀회) 수녀도 "북녘 땅이 바라다보이는 임진각에서 미사를 봉헌하니 통일이, 평화가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사 참례자들은 귀가하는 길에 휴전선 땅굴과 임진각, 성지 등을 찾아 분단 현실을 느끼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거듭해 가졌다.
실행본부장 이은형 신부는 "모두가 평화에 관심을 갖고 있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함께 협의해 꾸준히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을 펴 나가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 pbc.co.kr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전문)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촉구하며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평화는 모든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이며, 믿음 안에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의미의 평화란 단순한 물리적 안정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의 토대 위에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현재 분단된 한반도에는 평화가 절실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상호 불신과 갈등은 수위를 넘어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수많은 이산가족들은 고향과 가족을 향한 한 맺힌 그리움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또한 고조된 긴장과 과도한 군비확장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전쟁의 공포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평화를 원하는 모든 이와 사랑으로 하나 되어, 우리는 이같은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따라서 오늘,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인 한국 천주교회 공동체는 온 세상을 향해 간곡히 호소합니다.
첫째, 남북 당국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한반도의 긴장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둘째, 한반도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민족 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다양한 차원의 교류 협력, 그리고 종교 민간 차원의 인도주의적 교류가 재개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랍니다.
셋째,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긴장상태가 항구적으로 종식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하여 남북 간의 군축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을 제거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당사국간, 다자간 회담에 적극 임해 주기를 바랍니다.
넷째, 남북 교류와 협력, 나아가 통일의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남북갈등 못지않게 심각하게 자리한 남남갈등의 상황을 극복하여, 민족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합니다.
다섯째, 한반도 평화는 궁극적으로 남북 당사자들의 문제이지만 주변국들의 지지와 지원 또한 중요하므로, 인류의 보편가치인 평화의 실현을 위한 주변국들의 이해와 협력을 바랍니다. 남과 북은 역사와 운명을 함께 살아온 한 민족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분단과 갈등의 시대를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분단으로 인해 더 이상 가슴 아파하며 눈물 흘리고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힘으로 지키려는 소극적 평화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완전한 평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평화의 사도로 불림 받은 우리 신앙인들은 그러한 역할에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합니다. 진정한 평화를 향한 이 같은 여정에 남북의 당국자들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2011년 6월 17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