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8 : 딩보체(4,410m)--투클라(4,620m, 점심)--추모비 (대략 4.800m) (고도상승--400m) (5.5km)
남편이 간밤에 코까지 골며 정말 잠을 잘 잤다. 코고는 소리가 그렇게 정겹고 고맙게 느껴지긴 처음인듯.... 로부체까지 무사히 가서 EBC 트레킹 성공할 좋은 징조이리라.
딩보체에서 로부체 가는 길 초입은 나카르상 오르는 길이라 그래도 익숙하다. 그래서 더더욱 천천히 오르며 호흡을 조절했다. 로부체 가는 길에 왼쪽엔 타보체(6,495m), 촐라제(6,335m)가 삼각형 모양으로 우툭 솟아 있고, 그 아래로 가느다란 강물이 흐른다. 연이은 준봉들을 보며 평원을 걸으니, 예전에 갔던 알프스 산길과 너무도 흡사하다. 타보체와 촐라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진행한다.
투클라 가까이 가자, 계곡물이 거세게 흐르고 거대한 돌들이 계곡을 이루고 있다. 인드라가 남편의 심장쪽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좀 염려되는지, 여기서 점심을 먹고 트레킹을 마치고, 로부체는 내일 가는게 좋겠다고 제안한다. 세심한 배려에 남편도 나도 고마울 따름이다. 하루 코스를 이틀로 나눈 것이다.
점심 후 자꾸 앉아서 졸려는 남편을 부추겨 고소적응 트레킹에 나섰다. 투클라에서 로부체까지 가는 길 중 특히 추모비까지는 나카르상처럼 오르막이다. 물론 경사도는 덜하지만. 우리끼리 거기까지 갔다오겠다고 물과 스틱만 들고 나섰다. 잠시 후 포터 두 명이 우리를 엄호하듯 따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한참 아래 인드라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정말 보기 드문 가이드다!
한참 웃으며 농담하며 패쓰 꼭대기에 있는 추모비까지 도착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다 운명을 달리한 산악인, 혹은 세르파 등의 추모비가 엄청 많았고, 그 중에는 우리나라 산악인, 고 송원빈의 추모비도 있었다. 남편과 잠시 명복을 빌어주었다. 축구장보다 더 넓은 면적에 모양을 갖춘 추모비, 그냥 돌탑만 쌓은 추모탑이 엄청 많았다.
추모비 옆 타르초 사이로 빛나는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부리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전날 나카르상과 거의 같은 높이까지 올랐는데, 경사도를 감안하더라도 힘듦이 1/10도 안되는 것 같다.
저녁 식사로 남편은 한국 라면을, 나는 당근케잌을 시켰는데 나의 실수였다. 케잌은 문명 세계 귀환 후 먹어야했다. 남편의 라면이 얼마나 얼큰하고 맛있는지... 무려 850루피(8,500원)나 하는 라면을 한 그릇 더 시켜서 내가 먹었다. 갑자기 온몸에 열기가 퍼지면서 콧물도 나오고 머리에서 땀이 난다. 아주 기분좋은 얼큰함이다.
난 처음으로 아세타졸을 먹고 7시부터 잠들었다. 언제 이런 단잠을 잤나 싶을 정도로 깊은 잠을 자다가 뇨의를 느껴 시계를 보니 9시 반이다. 그 때부터 정확히 2시간 간격으로 5번 화장실을 갔다, 전날 라면 국물까지 다 먹은 역효과인가 보다. 그래도 다시 침낭 속에 들어가면 마법처럼 잠이 들어 무려 8시간을 넘게 잠잤다. 고산에서는 잠을 잘 못 잔다는데, 혹시 아세타졸의 부작용일까....
타보체와 촐라체를 배경으로 한 컷. 고산증세로 얼굴이 많이 부어있다.
성수기라 트레커들이 줄을 잇는다. 위 아래
한국 67년생 충남고 출신, 고 송원빈의 추모비. 2012년도 45세 일기로 여기서 운명을 달리 하였다.
추모비 옆 타르초 사이로 빛나는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한 컷.
추모비 옆 크고 작은 수많은 돌탑들
온 길을 되돌아보니, 좌측에 아마다블람과 탐세르쿠 등 또다른 세상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