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 미, 탈긴축 시작 한은도 내달 금리인하 방향 지시 (2) / 9/20(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한은 "통화정책 여력 커" … 금리인하 변수는 집값·부채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19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미국의 피벗이 시작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국내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와 물가만 놓고 보면 10월 인하 환경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해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통화정책 목표치(2%)에 도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이 1%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도 걱정이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7월에 전월대비 1.9% 하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내수만 놓고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은의 정책금리 인하 여력이 커진 만큼 10월에 인하할 여건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은도 정책금리 인하의 필요성에는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급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금리를 현 수준(3.50%)으로 동결하면서 내수 부문은 시간을 두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반면 가계부채 증가는 당장 막아야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정책금리 인하로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실패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금통위 회의가 예정된 다음달 11일까지 나오는 집값·가계부채 데이터가 얼마나 둔화될지가 관건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가 12일 "주택가격 상승률이나 거래량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에 비해 높은 상황이라 경계하고 있다"며 "9월까지 나올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어떤 흐름이 될지 판단해 10월 금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9월 주택거래량이나 가격지수 등 선행지표 둔화세가 지속될 경우 한은은 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월에 0.25%의 정책금리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가 멈추지 않을 경우 최초 금리 인하가 11월로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