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 교부금 97건 282억 위법-편법 사용”
“심야시간 치킨-술 구매 등 지출”
정부, 환수조치-수사의뢰 검토
정부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시도교육청에 지원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가운데 282억 원이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에 이어 지방교육재정 분야에서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었던 것. 정부는 위법 사례의 경우 수사 의뢰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무조정실은 6일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지방교육재정 운영 실태에 대해 교육부와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총 97건, 282억 원 규모의 위법·편법 사용, 낭비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초중고 학생 수가 해마다 줄고 있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교부금(내국세의 20.79%)은 2013년 41조1000억 원에서 올해 75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집행률이 30%대에 불과한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의 경우 북한에 물품 등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교육청과 계약한 특정 업체가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허위 정산을 한 사례도 적발됐다. 특히 북한에 물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증빙하는 서류에 북측 작성자 실명이 빠져 있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노후 학교를 친환경·디지털 학교로 바꾸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운영비 중 3억7000만 원은 사용 목적이 전혀 다른 교직원 뮤지컬 관람비나 자격 취득 연수비, 심야시간 치킨 및 술 구매 등으로 지출됐다. 국무조정실은 “담당자들의 전문성 미흡이나 도덕적 해이, 불성실 등으로 인한 예산의 편법, 낭비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했다.
“남북교육기금으로 北에 의료품… 17억 위법 수의계약-허위정산”
시도교육청 교부금 위법-편법 사용
北 협력단체 증빙 서류도 미비… 어느 단체 누구에 갔는지 확인 불가
정부 “기금운용 분석 지표 신설… 교육부 자체 감사도 강화할 것”
#1. A교육청은 2021년과 지난해 북한에 교육자재·의료품을 보내는 과정에서 사전 공고도 없이 특정 B단체와 1인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2년에 걸쳐 17억 원의 용역 계약을 체결한 B단체는 북한 협력단체 작성자의 실명이 누락된 공급확인서만 제출했다. 북한에 보내진 지원 물품들이 어느 단체, 누구에게 최종 전달됐는지 확인이 어려운 것.
#2. 인천의 C고교 교직원들은 지난해 4월 노후 학교를 친환경·디지털 시설로 탈바꿈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운영비로 치킨을 먹었다. 이들은 심야시간대인 오후 11시 19분경 학교 밖의 한 음식점에서 21만 원가량의 치킨에 맥주도 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공개한 지방교육재정 운영실태 합동조사 결과에는 이 같은 사례들을 비롯해 총 282억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등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였던 사례들이 망라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개년 조사 결과로 조사 대상 기간을 넓히면 교부금 사용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 기준도 없이 제멋대로 사용된 교부금
교부금으로 마련되는 남북교육협력기금의 경우 이 기금이 설치된 8개 교육청의 최근 3년간 기금 집행률은 36.4%(122억 원 적립,·44억 원 집행)에 불과했다. D교육청은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의 적립액(30억 원) 대비 집행 실적(2억6000만 원)이 저조(6.8%)했음에도 최근 3년간 매년 10억 원씩을 기금으로 적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남북관계 경색 등 상황이 이어지던 시기에도 줄지 않은 것. 정부 관계자는 “남북교육협력기금의 경우 현 남북 상황을 고려할 때 폐지 수순을 밟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실제 북한에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증빙할 서류들이 미비한 점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A교육청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B단체는 물품 반출 시 사용한 컨테이너를 8000만 원을 들여 구매하고도 장기 대여한 것으로 허위 정산하기도 했다. 컨테이너는 현재도 북한으로부터 회수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이자 최근 5년간 20조3000억 원이 투입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운영비는 사실상 일선 학교에서 기준도 없이 제멋대로 사용됐다. 이번에 적발된 금액만 3억7000만 원에 달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와 충남의 한 초등학교는 이 사업비 중 각각 700만 원과 400만 원을 교직원들의 뮤지컬 관람에 썼다. 경기의 한 고교 교직원은 지난해 7월부터 두 달간 총 10회 바리스타 자격취득 연수를 받으며 220만 원을 썼고, 경남의 한 고교는 290만 원으로 음파전동칫솔을 샀다. 정부 관계자는 “일선 학교의 잘못된 지출도 문제지만 사업에 대한 목적과 운영비 용도를 제대로 숙지시키지 않은 교육청 책임도 크다”고 했다.
● ‘교부금 인센티브’ 받으려 기금 편법 운용
업무 담당자들의 무지나 불성실함 등으로 인한 교부금 부정 사용도 적발됐다. 8개 교육청에선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교직원 관사 건설용역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부가세를 포함했다. 이로 인해 총 49개 공사에서 부가세 약 30억 원이 과다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5개 교육청 관내 29개 학교에선 사용연한(8년)이 넘지 않은 책걸상 등을 절차 없이 교체해 3억4000만 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을 편법 운용한 사례도 있었다. E교육청은 사용하고 남은 일반예산을 이월하지 않고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으로 전출해 적립한 뒤 이를 다음 해에 일반예산에 재편성했다. 예산 집행률이 떨어지면 ‘재정집행 효율화 인센티브’ 목표치인 이·불용 비율 4% 미만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 이런 편법으로 E교육청은 올해 교부금 인센티브 75억 원을 추가로 받았다.
● 위법 사례는 수사 의뢰도 검토
국무조정실은 이날 “구체적으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부금 액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단순한 문제점 지적에 그치지 않고 제도 보완이나 책임자 교육 등을 통해 부당 사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위법한 사례의 경우엔 수사 의뢰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의 경우 집행 세부지침을 정비하고 사업 이행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일부 교육청들이 남은 예산을 이월하지 않고 기금에 적립한 뒤 이듬해 일반예산에 다시 편성하는 꼼수를 쓴 것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기금 운용 현황 분석지표를 신설하고 심의위원회 운영 내실화 등 기금 운용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교육부 자체 감사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