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43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낸 미국 미주리주의 여성이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뒤집어 풀려나게 됐다고 폭스 뉴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인공은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샌드라 헤미(64)로 30일 안에 풀려날 전망이다. 기가 막히게도 무고한 그녀를 범인으로 내몬 진범으로는 지난 2015년 세상을 등진 전직 경찰관이 지목됐다.
라이언 호스먼 판사는 지난 14일 그녀가 무고함이 입증된다며 검찰이 당시 31세의 도서관 사서 패트리시아 제슈케의 죽음과 관련해 검찰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으면 30일 안에 석방해야 한다고 헤미의 손을 들어줬다. 호스먼 판사는 또 검찰이 그녀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증거를 은폐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헤미의 변호인단은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엉터리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미국 여성으로 가장 오래 복역한 죄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법원이 헤미가 40년 이상 견뎌 온 위중한 부정의를 인정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검찰의 기소를 취하해 헤미가 가족과 재회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헤미는 경찰의 심문을 받을 때 손목에 수갑을 찬 채 너무 약물에 취해 "머리를 가누지도 못했으며 한 음절을 내뱉는 것 외에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또 헤미의 사면을 촉구하는 청원을 통해 당국이 헤미의 "폭넓게 상충하는" 진술들과 제슈케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려 했던 전직 경관 마이클 홀먼이 연루됐다는 증거를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호스먼 판사는 주문을 통해 "헤미의 믿기 어려운 진술들 말고 그녀를 범죄와 연결짓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적으면서 "이와 대조적으로 법원은 증거만으로 홀먼이 이 범죄, 살해 현장과 직접 관련돼 있었던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1980년 11월 13일 제슈케가 출근하지 않자 그녀 어머니가 걱정돼 아파트 창문으로 들어갔더니 피가 흥건한 풀장에서 벗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제슈케의 손은 전화 줄에 뒤로 묶여 있었다. 목에는 팬티스타킹 한 켤레로 감겨 있었다. 흉기가 머리 맡에 놓여 있었다.
헤미는 사건 발생 직후 경찰 조사를 받지 않다가 한때 그녀를 치료한 적이 있는 간호사의 집에 2주 뒤 흉기를 들고 침입한 사실이 알려져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경찰은 옷장 속에 숨어 있던 헤미를 찾아낸 뒤 세인트 조지프 병원에 입원시켰다. 알고 보니 그녀는 열두 살 때부터 환청이 들린다며 여러 차례 입원한 전력이 있었다. 그녀가 같은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날 제슈케의 주검이 발견됐다. 퇴원한 날 160km가 넘는 거리를 히치하이킹해 부모의 집에 밤늦게 돌아왔는데 경찰은 타이밍이 의심스럽다며 헤미를 추궁하게 됐다.
헤미는 첫 심문 당시 항정신성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비자발적 근육 마비를 일으켰다. 그녀는 눈동자가 자꾸 머릿속으로 말려들어간다고 불평한 것으로 변호인단의 청원서에 기재됐다. 형사들은 헤미가 "정신적으로 혼돈스러워" 보인다며 자신들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변호인단은 청원서를 통해 "경찰이 헤미로부터 진술을 짜낼 때마다 직전 내용과 극적으로 달라졌다. 경찰이 금방 전에 밝혀낸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헤미는 결국 조지프 왑스키란 남성이 제슈케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헤미는 왑스키와 미주리주가 운영하는 중독자 치유 시설에서 알고 지낸 사이였다. 검찰은 일급 살인 혐의로 그를 기소했는데 얼마 뒤 그가 사건 당시 캔자스주 토피카에 있는 알코올 중독자 치유센터에 있었던 사실을 밝혀내고 기소를 취하했다.
왑스키가 진범이 아니란 사실을 알리자 헤미는 울며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했다. 경찰은 거의 동시에 홀먼을 용의자로 보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한 달 뒤쯤 홀먼이 체포됐는데 픽업 트럭을 도난당했다고 거짓 신고해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 때문이었다. 같은 트럭이 제슈케 살해 현장 근처에서 눈에 띄었으며 홀먼은 그날 밤 한 여성과 근처 모텔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끝내 홀먼은 파면됐는데 제슈케가 주검으로 발견된 날,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카메라점에서 제슈케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홀먼은 도랑에 버려진 지갑 안에서 제슈케의 신용카드를 찾아내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홀먼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 경찰은 옷장 속에서 말발굽 모양의 목걸이 한 쌍을 찾아냈다. 제슈케의 부친은 딸에게 사준 목걸이라고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해에 앞서 발생한 강도 사건에서 피해자가 도둑 맞은 보석류도 홀먼의 집에서 찾아냈다. 나흘에 걸쳐 열심히 홀먼을 수사했는데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헤미의 변호인단은 어떤 경위로 수사가 중단됐는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헤미는 그 해 성탄절 부모에게 보낸 서한에다 유죄를 인정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내가 무고하다 해도, 그들은 누군가를 보내버리려 한다. 그렇게라도 그들은 사건을 해결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끝내라고 하지 뭐, 난 지쳤다."
이듬해 봄에 헤미는 사형 선고를 고려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급 살인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처음에 판사는 사건에 대한 충분한 세부 사항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유죄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변호인들은 판사에게 들려줄 얘기를 정리해 암기하게 해 유죄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해당 청원은 항소심에서 파기됐는데 1985년 다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배심원들은 기소된 내용들에 대해 충분히 따져보지도 않은 채 평결에 들어갔다.
첫 번째 유죄 인정 청원이 기각된 후 줄곧 헤미를 변호해 온 변호사 래리 하먼은 "시스템이 모든 기회에서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