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달려가 보자.
박 근 열
서리가 내렸네!
나무에도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 지붕위에도 빌리지 타운에도 하얗게 내렸다.
바닥에는 어느새 녹아 물기만이 보이고 저 멀리 주중사거리의 증평길 위에도 녹아 내려 길이 짙어 보인다. 자동차들은 이리가고 저리가고 온기가 있어 녹았는지 그 도로도 짙게 보인다. 비가 내린 찻길처럼 짙다. 그런데, 내 집 창문가의 나뭇가지 위에는 아직도 하얗다 아마도 주변이 그늘진 때문인지 한산해서인지 아직도 만지기만하면 사각사각 부서져 내릴 것만 같다. 하나 둘 순서대로 차들이 지나간다. 위로 아래로 오른쪽, 왼쪽, 턴 ......,
자주 두루는 곳에는 도로 위의 길처럼 온기가 느껴지는데 같은 바람 아닌 바람이 부는 이곳에는 서리가 하얗다. 아마도 지나다님이 드문 때문일까 싶다. 아니 아파트 그늘 때문일까?
엊그제 계단의 등불만을 믿고 걸어가던 내가 전등이 나간 것을 모르고 내디디다 넘어져 골반의 근육이 뭉치듯 나무의 서리도 나무에 달라붙어 하얗다. 물결은 결정을 이루어 자연의 섭리로 아름답지만 내 엉덩이 위의 골반은 근육이 수축되어 두 주째 뻐걱거린다. 움직일 때마다 뻐걱뻐걱 삐걱삐걱 뒤틀린 문지방 문처럼 삐걱 거린다. 시계바늘 추나 돌덩이처럼 매달린 근육이 달라붙어 고무줄 당김처럼 움츠려 댄다. 정해진 순리대로 천천히 난간을 잡고 갔더라면 좋으련만 주중사거리의 차들은 교통신호대로 우로 좌로 정해진 순서대로 잘도 가는데 나만 유독 더 아픔을 느낀다. 병신년의 붉은 원숭이처럼 나무나 나나 잘 견디어내야 한다. 내년의 한창 푸르른 여름을 위해 견디어 내듯 나도 골반위의 근육을 이완수축 시켜 병신년 아닌 병신 같은 삐걱거림을 견디어 내고, 붉은 원숭이가 되듯 이 서리고, 아린 겨울을 견디어 내어 단 두 달의 여름이라도 맛보기 위해 움츠림을 펼치어 내어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잠시 춥고 힘들다고 골반의 근육 탓만을 말하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여 저 바깥세상으로 나가야한다.
병신 같을 것 같은 붉은 원숭이가 미래를 내다보며 견디듯 나도 묵묵히 견디어 병신 같을 것만 같은 나의 고통을 견디어 내어 세월 감을 받아드리자 늙어 감을 희망 삶아 쪽빛하늘과 더불어 서리발로 하얗게 희어버린 나뭇가지가 푸른 나무의 꿈을 꾸듯 늙어 감을 희망 삶아! 나의 앞날에 푸르고 푸른 쪽빛 백발의 광선을 쏘아 올리자.
붉은 잔나비아! 가자. 새해 맞으러 같이 가자!
붉은 태양을 먹은 것 같은 부푼 꿈을 가슴에 안고 함께 가자!
뚜벅 뚜벅 쩔룩쩔룩 뒤뚱뒤뚱 뒤뚱 걸음이라도 잰 걸음으로
동트는 붉은 해를 맞으러 검은색의 세발달린 삼족오 지팡이 짚고 달려가 보자.
첫댓글 감상 잘했습니다 선생님
아직부족한데~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