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몸의 허물 맑은 물로 씻고
조식(曹植)
온몸의 40년 전 허물을
천 섬의 맑은 물로 말끔히 씻어 내리라
혹시라도 오장에 티끌이 생긴다면
지금 당장 배를 갈라 물에 흘려보내리라
浴川(욕천)
全身四十年前累(전신사십년전루) 千斛淸淵洗盡休(천곡청연세진휴)
塵土倘能生五內(진토당능생오내) 直今刳復付歸流(직금고복부귀류)
[역사이야기]
조식(曹植:1501~1572)은 조선 중기의 학자로 호는 남명(南冥)이며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20대 중반까지 서울에 살며 성수침, 성운 등과 교제하며 학문에 열중했고, 25세 때 성리대전(性理大全)을 읽고 깨달은 바 있어 성리학에 전념했다. 철저한 절제로 일관하여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당시의 사뢰 현실과 정치적 모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비판의 자세를 견지하였다. 1549년 8월 초에 감악산(경남 거창) 아래 노닐었는데 함양의 문사인 임희무와 박승원이 찾아와 함께 목욕했다고 한다. 그때 시인의 기개를 시로 남긴 것으로 본다. 『남명집』 「행록」에 의하면 “배움이 없는 시골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남명 선생을 알았다. 학사와 대부로 선생을 알건 모르건 선생을 일컫는 사람들은 반드시 가을 서리와 뜨거운 태양이라고 했다”라고 하여 남명 선생의 기질을 추상열일(秋霜烈日)로 묘사하고 있어 그가 강직하고 올곧은 선비였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한기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