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향후 전망·투자전략
美 인플레이션이 최대 변수
Fed 기준금리 올리면 약세
암호화폐 매각 이슈도 악재
SEC의 루나 등 잇따른 기소
암호화폐 '증권성 논란'도 발목
“비트코인은 아직 위험자산과의 상관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멕스의 공동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최근 한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 1월 50%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던 비트코인이 횡보를 이어온 지도 한 달째다.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자 Fed가 기준금리 인상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SEC가 루나 등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분류해 기소한 데다 게리 겐슬러 의장이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는 증권’이라는 의견을 재차 밝히면서 규제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Fed와 싸우지 말라”
암호화폐 시황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 2만3554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 대비 2% 오른 가격이다. 이더리움도 같은 기간 2.5% 오른 163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3달러 초반에서 19달러까지 여섯 배 가까이 급등한 앱토스는 이후 한 달간 29.3% 하락하면서 12.5달러로 내려앉았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암호화폐 시세를 좌지우지하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조짐에 시세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1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 오르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예상치(4.4%)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거시경제 전략가는 “2만5000달러 선을 넘어서기엔 매수세가 부족하다”며 “‘Fed와 싸우지 말라’는 시각이 작년 4분기부터 지배적이었으며 이는 올해 1분기에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 암호화폐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얘기다.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붕괴에 따른 암호화폐 매각 이슈도 아직 남아 있다. 앞서 파산한 암호화폐 자산운용사인 ‘보이저 디지털’의 보유 자산이 매각되고 있어서다. 보이저 디지털은 작년 5월 루나·테라 사태를 계기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가 FTX가 인수하기로 하면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FTX마저 파산하면서 보이저 디지털의 청산도 불가피해졌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이저 디지털은 지난달 24일부터 3일간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를 매각해 총 1억달러를 코인베이스에서 현금화했다. 보이저 디지털은 아직 5억3000만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더리움(2억7600만달러)와 시바이누(8100만달러) 등 23종의 암호화폐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미국 법인인 바이낸스US가 추진했던 보이저 디지털 인수마저 SEC가 증권법 위반 혐의로 막아서면서 대량 매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성’ 논란도 발목
리플로 시작된 암호화폐의 ‘증권성’ 논란은 최근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SEC의 잇따른 기소 때문이다. SEC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증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하면서 루나와 테라, 미러프로토콜 등 암호화폐 4종을 증권으로 분류했다. 다른 알트코인도 SEC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증권으로 판단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국내에서도 증권으로 분류된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거래될 수 없다.
SEC는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과 거래소 제미니가 제공한 대출·예치 서비스인 ‘제미니언(earn)’을 올초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해 기소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월엔 암호화폐 대출업체 넥소의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를 증권으로 보고 44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인 BUSD도 미등록 증권으로 분류해 발행을 막았다. 작년 5월 SEC 내 사이버부를 ‘암호자산&사이버부’로 확장하면서 암호화폐공개(ICO)와 거래소, 대출·스테이킹,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대체불가능토큰(NFT), 스테이블코인까지 증권성 조사에 착수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 금융권의 암호화폐 투자를 막아 암호화폐시장의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암호화폐 관련 활동에) 강력한 규제 프레임 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G20에서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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