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의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책을 읽었다. 2005년 봄 제주의 목장에서 태어난 예쁘고 늘씬한 암망아지 이야기다.
‘차밍걸’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얻은 이 녀석은 체격이 왜소하고 겁이 많았다. 식성도 좋지 않아 자주 주인의 애를 태웠다.
2008년에 경주마로 데뷔해서 2013년 가을에 은퇴했다. 경주마로 뛸 때의 기록은 101전 101패. 우승을 한 번도 거머쥐지 못했다.
한국 경마 사상 최다 연패의 기록이라 한다. ‘똥말’이라는 수치스런 별명까지 얻었지만 패배를 밥 먹듯이 하는 차밍걸의 팬들이 경마장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1등이 아니라 패배를 응원하고 패배에 열광하는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어떤 팬은
“자기보다 큰 말들 틈에서 끝까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보는 듯”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차밍걸의 이야기는 1등만을 숭상하는 세상에 대한 신랄한 야유라고 할 수 있다.
봄날의 들판이 푸르게 물드는 것은 작은 풀잎 하나하나가 어깨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들이, 하찮은 것들이,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잘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비록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래서 아름답다.
차밍걸은 경마장에서 101번 우승한 말들의 훌륭한 배경이었다. 그게 패배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