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뒤에 숨은 기쁨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 10년을 연습하면 실력을 겸비한 달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수영을 취미로 입수(入水)한지 10여 년이 되어간다. 하루 1-2시간, 일주일이면 10시간, 10년 정도 물길질을 했으니 그동안 먹은 ‘물밥’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실력을 겸비한 달인이 되어 있는가. 아니 달인은 고사하고 반(半)달인이라도 되어 있어야 맞을 것이나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있다.
며칠 전 강습 중에 어느 회원이 수중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회원들의 각 수영 동작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였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 그 회원은 각각의 파일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려 주었다. 멋지게 영법을 소화하여 부드러운 수영을 즐기는 회원에게는 모두 부러운 시선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나는 나의 영상을 따로 저장하여 수시로 감상하였다. 자유형을 볼까. 두 팔은 흐느적거리고, 팔 꺾기 동작은 어디로 갔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구나. 발차기를 하는 두 발은 힘이 없어 보이고, 왼쪽형 호흡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어색한 동작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건 수영이 아니라 아이들 물놀이 수준이었다. 누가 볼까 창피할 정도의 영법으로 수영을 하는 모습이라니. 10년이라며? 10년이라며? 당장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다음 날부터 자세를 교정하기로 결심하고 퇴근 후 발차기부터 연습을 시작하였다. 강사 선생님께 부탁드려 신입생이 된 기분으로, 수영을 처음 배운다는 자세로 연습하기를 일주일. 실제 처음 수영을 배우던 때의 고통이 오롯이 되살아났다. 25m 레인을 오래된 ‘구자유형’으로는 역영할 때에는 한 시간도 어렵지 않게 거뜬히 릴레이가 가능하였거늘 새로이 배우는 ‘신영법’으로는 25m 레인 끝까지 전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다. 10m 쯤 지나는 중에 수중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호흡을 해야만 했다. 숨이 차니 가슴으로 찌리한 통증까지 몰려왔다.
나의 잘못된 습관을 알고 그것을 고쳐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것, 그것은 나에게 ‘잘못된 습관이 있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인식은 결심이 되고, 결심은 행동을 바꾸게 하고, 바뀐 행동을 변함없도록 유지하는 것은 꾸준함으로 이어가면 될 것이다. 많은 잠언과 자기계발서 등을 통하여 습관은 운명까지 바꾼다는 금언(金言)은 익히 잘 알고 계실 터. 그러나 잘못된 습관을 바꾸어 가는 과정에서 참고 견디어야 하는 매우 힘든 ‘고통’에 대한 언급은 그리 많지 않다.
너무나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파 멈추지 않으면 곧 죽을 것 같은 고통이 훈련의 과정에 놓여 있다. 수영의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 대형 선수인 그도 날마다 코칭을 받으며 기록 갱신을 위한 훈련을 계속할 것이다. 남들보다 자신만이 잘 하는 것이 있는가. 그것을 더 잘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가. 혹은 무엇인가를 잘 해보기 위하여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투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은사(Gift)를 따라 빛을 발하는 위하여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들임을 기억하자.
나, 지금 달인으로 가고 있는 거 맞지? 명심해, 죽을 것 같아도 죽지는 않아! 스스로 이겨나가는 것. 성취의 과정에 놓여 있는 고통을 피하지 말고 기쁨으로 즐겨보자. 고통 뒤에 숨은 기쁨을 기억하면서. 은사를 소멸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오늘도 즐거움으로 날아보자. 화이팅~!
.
.
.
첫댓글 탁구도 마찬가지로 영상을 찍어서 확인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엇을 고쳐야하는지조차 모르고 공이 안들어간다 탓하거든요. 잘못된 습관이 있다라고 인식하는것이 첫번째죠.
"습관은 운명까지 바꾼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가슴을 치는 한 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ㅎ
좋은 글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ㅠ.ㅠ
나이 먹어 탁구를 배우다 보니 구절구절이 맘에 와 닿습니다.
'성취 과정에 놓여 있는 고통을 피하지 말고 기쁨으로 즐겨보자'는 말씀대로 하루하루 수영을 하시면 머지 않아 인어가 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며 탁구를 치다보니 더욱 마음에 와 닿는 말씀 입니다.
주님의 주시는 능력으로 멋진 인어가 되시기 바랍니다^^
샬롬~ 파주지니님~~~ ㅎㅎ
저는 요즘 탁구배우느라... 수영을 등한시 하고 있습니다. ㅎㅎ
성취 과정에 놓인 고통....은 무슨 일이든, 무슨 운동이든... 해당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탁구처럼 시원하게 날려버리시길!!!
@박공주 아~ 그렇군요^^
글 중 '며칠 전'이라는 말씀에 두 가지를 함께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요즘 방학이라 저희 애들이 새벽엔 수영 저녁엔 탁구를 치고 있어서...^^
지금은 이미 인어 수준의 수영 실력을 갖고 계시겠네요^^
즐탁 하셔서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마음에 와닿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ㅎㅎㅎ"천천히 가더라도 바로 가자" 이것은 제 생활 신조이자 탁구가 마음먹은대로 안 될 때 스스로에게 늘 하는 말입니다ㅎㅎ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혹시 본업이 소설가나 수필가가 아니신지...
수영으로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쉬웠습니다.
수영 5년간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저만의 영법으로 만족하고
탁구로 돌아왔는데 탁구도 5년이상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5년, 10년... 아니 그 이상 탁구를 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랬습니다. 탁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2-3개월 해보고, 실력이 늘지 않으면 그만 두지 뭐~!! 이런 생각이었는데.... 배워보니 2-3개월 가지고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것이 탁구라는 것을.... ㅠ,ㅜ
저도 5년 이상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