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반기'라는 표현은 좀 그렇다. 가장 많은 경기를 한(아마도
비가 적은 대구를 홈으로 쓰기 때문에) 삼성은 이미 77경기로, 시즌의
60% 가까이를 치러냈다. 어쨌건 쉬는 시간이 되었다. 한번 지난
시간들을 복습하고, 다음 시간을 예습해 보자. 시일이 모자라는
관계로 모든 이야기를 다 쓸 수는 없고, 시즌 전의 예상이나 시즌
총정리도 아니니 가볍게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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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7위) - 73전 31승 39패 3무승부
승률 0.443 팀방어율 5.08(8위), 팀타율 0.260(6위),
팀득점-실점 : 357-396 Pythagorian 승률 : 0.448
1. 개관
6월, 월드컵과 맞설 만한 프로야구의 화제가 롯데의 연패였다면,
그에 빛이 가려진 팀은 바로 한화였다. 6월에 4승 15패를 당한
한화는, 시즌 전의 4강 후보에서 일약 롯데라는 논외의 팀을 빼고
나면 가장 처지는 팀이 되었다. 하지만 7월엔 6승 1무 2패다. 0.443의
승률은 아직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의 성적을 반복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5할 승부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팀 구단주의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팬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잠실에도
한화 팬이 만만치 않게 많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다른
'붉은 악마'가 후반기의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2. 좋은 일
(1) 두 괴물 타자들은 한마디로 기적이다. 송지만과 이영우는, 모두
OPS 1.000 이상을 올리고 있다. 삼성과 더불어 유이한 팀이다.
(2) 송진우도 그렇다. 팀방어율 5점대를 넘긴 유일한 팀에서, 그는
8개구단 투수들 중에서 최다 투구이닝과 최고의 방어율을 보여주고
있다.
(3) 임수민은 현역 군복무 이후에 성공적으로 팀에 복귀한, 몇 안되는
케이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도형도 두산에서의 대타 인생을
청산할 수 있었다. 박수를!
(4) 정민철은 전반기 마지막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괜찮았다. 그가
완전히 돌아온다면 한화는 뒤늦게나마 4강을 향한 시동을 걸 수 있다.
3. 나쁜 일
(1) 위에서 언급한 양지들이 있으면 음지도 있기 마련, 지난해에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 김수연-김종석-김태균은, 올해에 도합
0.206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2) 송진우를 제외한 누구도, 규정이닝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한용덕은 나이를 생각해서 칭찬받을 만하지만, 나이도 젊은
조규수는 정말 용서받기 어렵다.
(3) 이 팀도 유격수 자리가 좌불안석이다. 황우구가 언제까지 잘해줄
수 있을까?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4) 이번에도 정민철이다. 그가 좀더 빨리 시동이 걸렸더라면, 한화는
지금 5할 승률을 넘겼을 것이며, 한화는 8개 구단 최고 수준의
One-Two Punch를 보유했을 것이다. 후반기에 아무리 잘 해도,
4억은 아까워질 것 같다...
4. 功과 過
공로자 : 거듭 말한다, 송진우다. 사실 그는 올 시즌의 MVP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등판횟수 당 이닝도 유일하게 7이닝을 넘어
간다. 6번의 완투로 빈약한 투수진의 부담을 안간힘을 다해 덜어
주었다. 한화 구단은 헐값에 팀에 남아준 그에게, 이사 자리 정도는
주어야 할 것 같다. 두 괴물 타자도 잘 했다. 둘을 합치면 송진우를
앞선다.
배신자 : 김태균은 2년차니까 봐주자. 김종석이나 김수연의 작년
시즌이 정상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조규수는
지난 몇 시즌에서 혹사당했다. 데이비스는 이제 정신 차린 것 같다.
결국 뭘로 보나 상은 정민철의 것이다. 8개 구단을 합치면 이 상은
홍현우에게 주어져야겠지만, 기대치로 보나 연봉으로 보나
정민철이 전반기에 저지른 일은 너무 심각했다. 통산 방어율
2점대인 그가 6.75의 방어율을 보이고, 툭하면 조기 강판된 것은
팀 투수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놀라운 선수 : 이도형은 두산에서 인상적인 타점을 몇 개 남겨 두산
팬들에게는 아깝게 여겨지고 있지만, 출루율 2할대인 그가 뛰어난
선수였던 것은 아니고, 실제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에
서 특명을 부여받은 후로는 다르다. 출루율은 여전히 2할대이지만,
13홈런-48타점을 올리고 있다. 이영우는 원래 좋은 선수였지만,
그래도 올 시즌은 너무 대단하다. 현재로서는, 스윙이 점점 커지는
송지만보다는 이영우가 더 좋은 타자다. 하지만 이 상의 취지(?)에
따라 이도형에게 손이 간다.
5. 전망
백일몽 : 송지만은 52홈런-125타점을 올리면서 MVP에 선정되고,
이영우는 타격왕을 차지하면서 30홈런-110득점을 올린다.
송진우는 18승에 방어율 2.54, 한 번의 노히트노런으로 MVP
투표 2위가 된다(이영우가 3위였다). 이도형이 25홈런에 80타점을
올리며 활약하고, 정민철이 후반기에만 7승을 올리면서 송진우를
제외한 한화 투수들도 4점대 방어율을 기록한다. 남은 60경기에서
40승을 올린 한화는 막판에 삼성을 밀어내고 3위가 되고, 연승을
거듭하면서 오랜만에 기아에게 재도전한다. 송진우는 1991년과는
달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기아 타자들에게 9회 마지막 아웃까지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MVP가 된다.
악몽 : 송진우는 3점대 방어율에 15승으로 시즌 내내 분투하지만,
송지만의 스윙은 점점 커져 결국 35홈런을 채우는 데에 그치고,
홀로 남은 이영우는 홈을 밟을 기회가 없어진다. 이도형은 약점을
완전히 간파당해 후반기에만 80개의 삼진을 당하고, 정민철은 시즌
5승을 채우고 한 자리 방어율로 버틴 데에 만족한다. 데이비스 마저
태업으로 퇴출되었지만, 고맙게도 롯데 덕분에, 3할대 승률로도
꼴찌만은 면했다(2000년과 비슷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