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의 난동.
오래전 어느 날인가? 나는 옛날생각이 나서 미꾸라지를 잡는다고 버스를 타고 먼 곳의 산골짜기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고르던 끝에 한적한 장소를 찾아냈다.
삽으로 도랑과 물고를 파보니 미꾸라지가 굼실굼실한 것이다.
나는 신바람이 나서 웅덩이를 파제키며 미꾸라지를 잡기 시작을 했다.
조금은 깊은 산골짜기라 누가 건들지를 않아서 그런지, 완전히 재수가 대통한 것만큼 옹골진 장소인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곳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고 순 재래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모양이었다.
논배미의 도랑을 파헤치면 미꾸라지들이 구물구물 그야말로 운수가 대통하여 마치 광부들이 금맥을 찾은 것만큼이나 대박인 것이다.
세상에 이런 홍제가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몽땅 싹쓸이 하자.
세상에 누가 봐주었으면 좋을 것 같으며 큰소리를 치고 자랑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건 전설 따라 삼천리가 아니고 실제 상황이다.”
“미꾸라지가 엄청나게 많아 홍제를 했다니까.”
“이건 완전히 해외 토픽감이다.”
“오케이바리 이게 웬 떡이냐!!”
“곱빼기 원더풀이다.”
“심장 스톱할라”
“사람 환장하게끔 미꾸라지가 홍수가 졌다니까.”
나는 타고난 욕심 때문에 배고픈 것도 잊고 점심때가 지나서까지 잡았다.
그런데 나의 몰골은 마치 미친년 아랫도리처럼, 후줄근하게 젖는 줄도 모르고 큰 통에다 가득하도록 잡았다.
그 미꾸라지 한 통을 들고 어기적거리며 도로로 내려와 버스를 탔다.
사람들이 보고서는 어디서 이렇게 많이 잡았느냐고 구경들을 하느라고 야단이 났다.
나는 마치 만선으로 귀항하는 선장과 같이 어께에 힘을 주고 버티면서 의기양양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운전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그만 통이 발랑 나자빠져 미꾸라지란 놈들이 차 바닥을 누비며 사정없이 달아나고 있다.
비탈길인데다가 차의 엔진소리가 덜 덜 덜 덜 하며 진동을 하고 있으니, 이 미꾸라지란 놈들이 미쳐가지고 정신을 잃고 차 바닥을 기어 다니며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미꾸리지 한 통이 차 바닥을 누비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꾸물꾸물 꾸물거리는데 그러한 난장판이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ㅎㅎㅎㅎㅎ
잡아서 통에다 담으려고 하는데 맨손으로는 미끄러워서 잘 잡히지를 않는다.
그리고 녀석들이 의자 밑으로, 또는 짐 보따리가 있는 구석으로, 저마다 살길을 찾아 지랄발광을 하며 꿈틀거리며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굿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무대에서 쇼를 하는 것도 아니며, 품바공연장의 약장사들 떠들어대는 곳도 아니다.
순전히 미꾸라지의 난동으로 버스 바닥 천체가 미꾸라지들의 쇼 장이 되어 난장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다 된밥에 콧물을 빠트리다니 이거 환장하게끔 난처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고기에는 전혀 소질이 없던 내가 웬일인지 그날은 대박을 터트리고 쫄딱 엎어버리고 말다니 그 꼴이 무슨 꼴이란 말인가?
도망치는 미꾸라지를 잡으려고 손으로 쥐면 쪽 미끄러져 도망을 치고, 또 잡으려고 손으로 쥐면 쪼르르 미끄러져 도망을 치는데 사람 참 미치고 환장할 일인 것이다.
나는 마치 빗자루로 마당을 쓸 듯 손바닥으로 차 바닥으로 돌아다니는 미꾸라지를 쓸어보았지만 이놈들이 빤질빤질하여 도저히 쓸리지를 않는다.
신경질이 나서 도저히 안 되겠기에 빈 통을 바닥에 대고 미꾸리자란 놈들이 기어서 통속으로 쏙 들어가라고 대주니까 엿먹어라하고 꼬물꼬물 하며 도망을 친다.
놈들이 축구공이 꼴망속으로 골인을 하듯 통속으로 쏙 들어가지 않고 제멋대로 지랄발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미꾸라지 때문에 버스 종점까지 따라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내릴 중간에서 내리기도 영판 아쉽기만 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차가 똥차라서 바닥에 기름투성이인데 참으로 고약한 하루의 완전한 허탕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지금도 그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안타깝고 허전하며 속상한 게 사실이다.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지고 장마에 산사태가 일어나 논배미가 다 쓸려가는 황당한 기분이다.
만선으로 잡은 고기배가 폭풍에 엎어져 고기를 왕창 버린 것 같은 허전함이다.
맨손으로 고래를 잡아가지고 끌고 나오다 중간에서 노친 기분이다.
젊은 나이에 미꾸라지 때문에 차 바닥에 퍼질러 앉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가며 손바닥으로 차 바닥을 두드리고 통곡을 할 수도 없다.
참으로 고약한 하루였으며 소가 풀을 뜯다 웃을 일이었다.ㅎㅎㅎㅎㅎ
빛과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