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 원로선생님을 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어렵게 위원 50명을 모두 채운 최유전 사장은 본격적으로 투자자 심사에 들어갔다. <나훈아통닭발전추진위원회>는 여러 차례의 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서 <투자자심사기준>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나훈아통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❶ 나훈아 씨를 <가수의 황제>로 평생 모실 각오가 되어있는지 여부, ❷ 나훈아 황제의 노래를 100곡 이상 가사 2절까지 모두 외우고 있는지 여부, ❸ 향후 남진 노래는 절대로 듣지 않을 각오가 되어있는지 여부, ❹ 향후 <나훈아통닭> 치킨만 먹고, 다른 브랜드 치킨은 절대 먹지 않을 각오가 되어있는지 여부, ❺ <나훈아통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지 여부 등에 관한 심사기준을 모두 통과하여야 했다.
일단 신청서를 접수마감한 결과, 지역에서 총 6,666명이 신청을 했다. 그리고 타지역에서 총 666명이 신청했다. 그리고 해외에서 66명이 신청서를 DHL로 보내왔다. 일부에서는 이메일로 신청하면 안 되느냐고 문의도 왔지만, 그런 정신 나간 인간들은 모두 제외했다.
투자희망자들은, 신청서를 제출할 때, 첨부서류로 주민등록초본, 혼인증명서, 세금납부증명서, 범죄경력증명서, 건강증명서, 졸업증명서 등을 제출해야했다. <위원회>에서는 1차 심사를 해서 모두 200명만 투자자로 뽑기로 했다. 1인당 천만원씩 총 투자금을 합계 20억원으로 정했다.
문제는 총 지원자 7,398명의 면접 및 심사를 보는 장소가 문제였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제일 크고 신용도가 높은 <남쪽방노래방>과 협의하여, 그 노래방에서 면접을 보기로 했다. <위원회>에서는 그 노래방 이름에, <남>자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 난색을 표했다.
그 노래방 주인은 이러한 면접심사를 자신의 노래방에서 볼 수 있는 영광을 놓치지 싫어서 이번 기회에 노래방 이름에서 재수 없는, <남>자를 빼버리고, 그냥 <쪽방>노래방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투자자심사는 영업이 끝난 밤 12시부터 시작하였다. 일단 투자희망자 7,398명은 <쪽방>노래방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예비군훈련장>에서 집합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소집시간에 1분이라도 늦으면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투자희망자들은 이러한 <위원회>의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보받았기 때문에, 늦지 않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와서 기다렸다. 어떤 사람은 3일전부터 <예비군훈련장>에 붙어있는, <모텔>에서 숙박을 했다.
소집이 완료되어 인원점검을 해보니, 총 7,398명 가운데, 8명이 불참하고, 7,390명이 참석했다. 8명의 불참사유는 다양했다. 한 명은 4월 15일 국회의원선거에 나갔다가 100표 차이로 떨어졌다.
그래서 혹시 자신을 찍은 표가 어디 운반과정에서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서 각 투표장으로부터 <개표장소>까지 자신의 표를 찾으러 부부가 함께 후렛시(핸드폰에 장착된 손전등을 이용했다)를 들고 샅샅이 뒤지고 다니느라고 참석을 하지 못했다.
다른 한 명은 미국에서 급히 입국했는데, 공항에서 열이 38도가 나와서 자가격리되는 바람에 참석을 못했다. 한 명은 그 전날 과음을 해서 소집시간을 밤 12가 아닌 새벽 2시로 잘못 알고 2시에 왔다가 퇴짜를 맞았다.
다른 한 명은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부인이 원래 <남진 열성 팬>이라 부인이 못가게 해서 부부싸움을 하다가 부인이 후라이팬으로 남편의 안면을 내리쳤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18바늘을 꼬맸다.
그래도 그 남자는 얼굴을 완전히 붕대로 감고, 두 눈만 남기고 출석을 감행하였는데, 그 부인이 <예비군훈련장>입구에 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끝내 저지를 당했다. 남편은 부인을 강하게 밀쳐서 넘어뜨리고 뛰어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12시 5초가 지난 때였다.
심사위원들은 현장에서 <지각>인지, <정상출석>인지를 놓고, 너무 애매해서 하는 수 없이 <비데오판독>절차에 들어갔다. 비데오를 자세히 보니, 그 남자의 왼쪽발은 12시 1초전에 들어갔는데, 오른쪽 발이 12시 5초가 지난 다음 들어간 것이 확인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무척 안타까워했지만, 심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지각> 판정을 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에서는 그 남자에 대한 인도적 배려 차원에서, 교통비 1,250원을 지급해주었다.
투자자심사대회는 밤 12시 정각에 개최되었다. 먼저 단상에 마련된 태극기를 향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그리고 애국가는 4절까지 했다. 그 다음, <나훈아 황제>에 대한 절을 세 번 했다.
절을 하기 전에 <나훈아> 사진이 대형스크린에 상영되었다. <황제>는 수염을 많이 기르고, 한복을 입고 있었다.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들고, 다른 손에는 <국화곷 100송이>를 들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세 번 절을 하면서, 큰소리로 <나훈화 황제님!>을 세 번 외쳤다. 맨 뒷좌석에서 어떤 노인이 일어나서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었다.
“나는 통닭집 투자하러 왔는데, 왜 나훈아를 황제라고 하고, 절을 하라고 하고, 이렇게 우상숭배를 하는 경우가 어디 있소? 이게 무슨 사이비종교단체란 말이요?”
사회자는 순간 크게 당황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른 건 다 좋은데, <나훈아황제>에 대한 절을 세 번 시킨 것은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부모님 제사도 지내지 않고, 제삿날 절을 하지 않는데, 살아있는 나이도 많지 않은 가수 <나훈아>에 대해 절을 시켰으니 큰 종교적 문제가 될 듯 싶었다.
특히 위 참석자 중에는 이란에서 온 사람도 2명, 인도네시아에서 온 사람도 3명 있었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 사람들은 부인이 2명 내지 4명 있는 사람도 있었다. 대동해 온 부인들은,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합동으로 <예비군훈련장> 밖에 있는 포장마차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회 준비위원회에서는 포장마차 주인에게 이날만큼은 절대로 돼지고시를 팔아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포장마차 주인, <남진돈>씨는 거꾸로 돼지고기만 팔고, 소고기나 닭고기, 짱어, 홍어, 닭발, 참새구이, 번데기, 삶은 계란, 오뎅은 팔아서는 안 되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포장마차에 돼지고기만을 준비해놓았다. 돼지 왕족발, 돼지머리, 돼지족발튀김, 돼지 곱창, 삼겹살, 목살, 오겹살, 흙돼지, 제주도 똥돼지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놓았다. 그리고 일부러 살아있는 돼지 사진 한 장, 동네잔치 때 쓰는 삶은 돼지머리(환하게 웃고 있는 것) 사진을 걸어놓았다.
이슬람교 신자인 부인들은 위원회의 안내에 따라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요원은, “이 식당에서는 이슬람신도분들을 위한 특별 메뉴를 준비해놓았습니다. 마음껏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