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미리 가다. (조근호의 월요편지)

[이생기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미리 가다.

  저는 최신식 건축물 보기를 좋아합니다. 인간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니까요.

 2007년 12월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 시절, 연수원생들을 이슬람권 국가에 연수시키는 문제 때문에 두바이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전이라 두바이는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우뚝 솟은 건물들이 제각기 자신들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건축 디자인이 같은 건물이 하나도 없더군요. 안내해 준 분께 이유를 물었더니 건축물 모양이 같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정책을 써서 그렇다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두바이에서 눈호강을 한 저는 이웃에 있는 아부다비를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당시만해도 두바이밖에 모르던 시절이었는데 두바이에 가보니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가 두바이가 아니고 아부다비이며 사실 두바이보다 더 잘산다고 해서 호기심에 예정에 없던 방문을 하였습니다.

 아부다비에 가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부다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건축비가 많이 들어간 큰 호텔이 있었습니다. 에미레이트 팔레스 호텔이 그것입니다. 건축비에 무려 60억불, 한화로 6조가 넘게 들어간 건물이었습니다. 말로 설명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으실테니 사진으로 보시지요.

  정신없이 호텔 내부를 이리 가보고 저리 가보고 여기를 사진찍고 저기에 셔터 누르기를 두어시간 하다가 1층 한편에 열리고 있는 전시회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Saadiyat island, 사디야트 섬 프로젝트입니다. 아부다비 앞 바다에 있는 삼가주 모양의 사디야트 섬을 7개 지구로 나누어 29개 호텔, 1000척이 정박할 수 있는 항만 3개, 박물관, 문화센터, 골프코스, 레저시설 등을 짓는 대역사입니다. 2018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전시는 7개 지구중 Cultural district, 문화지구에 들어설 건축물 모형을 전시한 것이었습니다. 문화지구에는 총 5개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건축물에 관심이 많던 저로서는 물 만난 물고기 처럼 신이 나서 각 건축물 모형을 열심히 공부하고 사진찍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건축물을 건축하는 건축가들이 하나같이 세계적인 건축가였습니다. 건축가들의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고 나 할까요. 그런데 우연인지 아부다비의 의도인지 5명의 건축가가 모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분들이었습니다. 자예드 국립박물관을 건축하는 노먼 포스트.

 미술관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건축하는 프랭크 게리.

 미술관 루브르 아부다비를 건축하는 빛의 건축가 장 누벨.

 해양박물관을 건축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공연예술센타를 건축하는 자하 하디드.

 이중 이름을 들어 보신 사람이 있으신가요. 건축에 관심이 없으신 분도 아마도 한두 명 쯤은 이름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프랭크 게리는 너무 이상하게 생겨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을 설계하였습니다.

 장 누벨은 삼성 리움 박물관을 설계한 것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입니다.

 안도 타다오는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에 가면 그라스 하우스 등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하 하디드는 5명 중 유일한 여성으로 유명하지요.

 사디야트 섬에는 5개의 대표적인 건축물 말고도 크고 작은 건축물들이 지어지고 있었고 모두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를 맡고 있었습니다. 저는 호기심에 혹시 우리나라 건축가는 없는지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도 반가운 이름을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승효상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맡은 건물은 작은 건물이라 다소 실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건축가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전시회를 보고 그 자리에서 국제전화로 고교후배인 당시 서울시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입에 거품을 물었습니다.

 “서울에도 랜드마크 적인 건축물이 들어서면 좋겠어요. 그런데 일반 공모를 해서는 세계적인 건축물이 만들기 어려우니 사디야트 섬 프로젝트를 한번 검토해 보고 이곳에서 건물을 설계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지명 공모하여 우리 서울의 랜드마크 적인 건축물을 만들면 어떨까요.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이곳에 와서 전시회를 보니 너무 흥분이 되네요.”

 “선배님 고맙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서울시의 대표적인 건축물 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좋은 작품이 나올 것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괜한 주책을 부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오지랖 넓은 짓을 한 것이라는 후회도 들었지만 그 당시의 제가 받은 감흥은 저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였고 기어코 국제전화를 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1월 24일 저는 아는 분의 초대로 3월 21일 정식 개관하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미리 가보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설계한 분이 바로 아부다비 사디야트 섬에 공연예술센타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입니다. 저는 과연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을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였습니다. 건물 전체가 곡선이었습니다. 마치 우주선 안에 들어선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 하나하나가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없고 우리의 정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자하 하디드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왜 건물에 직각이나 직선이 없느냐’고 묻는다. 삶이란 격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보라. 평평하지도 규칙적이지도 않지만 그 속에 있으면 편안하다. 21세기 건축은 20세기의 네모 블록 건축을 뛰어넘어 유동적이고 복잡하면서도 통합을 요구하는 삶을 담아내야 한다.”

 저의 짧은 문장력으로는 그녀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묘사할 재간이 없습니다. 여러분 3월21일 정식개관이니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합니다. 뉴욕에 가면 MOMA에 꼭 들리듯 외국인들이 서울에 방문하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꼭 방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는 아부다비의 에미레이트 팔레스 호텔 전시회에서 느꼈던 감흥을 서울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4.1.27. 조근호 드림

 (방송 안내)

 작년 4월15일부터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극동방송(AM 1188 또는 FM 106.9) ‘사랑의 뜰안’ 프로그램에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코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월요편지 중에서 일부를 골라 청취자 분들에게 제 육성으로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시간은 대략 10:20경입니다. 시간이 나시면 들어 주세요. 새로운 감흥이 있으실 것입니다. 라디오 듣기가 불편하신 분은 스마트 폰에 극동방송 앱을 다운 받으시면 그 시간에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현강玄岡]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