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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趙淳) 박사 서울대학교명예교수 경제부총리 서울시장 한국은행총재 | 강석진(姜錫珍) 박사 도산아카데미이사장 CEO컨설팅그룹회장 한국전문경영인학회 고문 GE코리아 전 회장 |
새해를 맞이하는 경제계의 마음이 무겁다. 경제부진(經濟不振)의 공포가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현대경영 편집위원회는 경제학계의 ‘원로’인 조순(趙淳) 박사와, ‘세계경영 구루(guru)’인 강석진(姜錫珍) 박사를 모시고 ‘새해 한국경제 7대 어젠다(agenda)’를 주제로 신춘 경제대담을 가졌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등을 지낸 조순 박사는 새해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공무원 수를 줄이라”고 일갈(一喝)하면서 “그래야 4차 산업혁명도 성공한다”고 당부했다. GE코리아 회장 등을 지낸 강석진 도산아카데미 이사장은 “소주성(所得主導成長)보다 산주성(産業主導成長)으로 가자”는 새로운 어젠다를 내놓으며, “기업가를 존중하는 사회로 가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의 신춘대담은 조순 박사의 아호인 소천(少泉)을 붙인 소천서사(少泉書舍)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조순 박사 댁에서 진행됐다.
조 박사 댁을 들어가노라면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손님을 맞이하는데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松柏)의 절개(節介)를 알 수 있다”는 옛말처럼, 조순 박사의 기개(氣槪)를 상징하는 나무처럼 보였다. 오늘의 대담이 성공하리라는 길조(吉兆)다.
Two things fill the mind with ever new and increasing admiration and awe, the oftener and more steadily we reflect on them: the starry heavens above and the moral law within.
– Immanuel Kant, Critique of Practical Reason, 1788.
언제나 새롭고 그리고 날이 갈수록 더욱 계속하여 내 마음 속에 존경심과 경외감으로 가득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저 하늘 위에서 총총히 반짝이는 별들과 똑같이 내 마음 속에서 빛나는 도덕률이다. – 임마누엘 칸트, 실천이성비판, 1788
우리시대의 ‘스승’ 조순 박사와, ‘글로벌 CEO’ 강석진 박사의 대담이 끝났을 때, 기자의 머릿속에는 왜(?)인지 철학자 칸트가 말한 ‘하늘 위의 별들과 내 마음의 도덕률’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칸트의 도덕률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 칸트의 아버지가 말을 타고 산길을 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모든 가진 것을 내놓으라고 겁박했다.
“숨긴 것이 더 없느냐?”, “없습니다”, “좋다. 그럼 이제 가라!”
그런데 물건들을 뺏기고 말을 타고 다시 떠나던 칸트의 아버지는 뒤늦게 자신의 바지춤에 넣어두었던 황금덩어리가 남아있음을 보았다. 그는 다시 강도들에게 가서 “아까는 경황이 없어 숨긴 게 없다고 말했는데 가다가보니 황금덩어리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도들은 깜짝 놀라 빼앗은 물건을 돌려주면서 그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칸트가 하늘 위의 총총한 별들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자신의 마음에도 ‘도덕률’이 빛나는 것을 발견한 것과 같이, 조순 박사도 40년 동안 살아온 서울 봉천동(奉天洞) 댁에서, “하늘을 모신다”는 뜻의 ‘봉천(奉天) 40년’의 세월을 하늘의 도(道)에 따라서 살아왔으니 이를 우연이라고만 해석할 수 있을까. 오늘 조순 박사와, 강석진 박사의 신춘대담은 그동안 두 분이 온축(蘊蓄)하여온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지혜와 철학을 배경으로 거침이 없었다. “공무원을 줄여라”, “국가 엘리트 그룹을 양성하라”, “창조적 인재를 죽이는 교육시스템을 혁신하라”, “기업가를 존중하자”는 등의 제안들은 비단 경제인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각 부문 모든 정책당국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메시지라고 판단됐다.
강석진 박사: 조순 박사님, 2018년 신춘대담(현대경영 2018년 신년호) 이후 다시 뵙게 되었는데 건강이 아주 좋아 보이십니다. 먼저 이 시대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핵심과제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조순 박사:흔히 4차 산업혁명을 기술적으로 논하고 기술자나 학자들만이 연구실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4차 산업혁명은 전 국민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체나 연구소의 R&D(연구개발) 책임자는 물론, 회사 사장이나 정부 부처까지 합작을 하고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총력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과거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그렇지만, 특히 요즘 중국은 ‘공부하는 사람’, ‘산업계 사람’, ‘정부’까지 3자가 뭉쳐서 역할분담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에서 학업을 마친 학생들에게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창업을 통해 기업경영을 하겠다고 합니다. 중국의 한 경제잡지를 보니, 2014년에 중국에서 창업한 기업이 365만개라는 중국정부의 발표를 보았습니다. 365만개 창업이라면, 하루에 1만개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죠. 중국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후 2015년, 2016년에도 그 배에 달하는 창업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안에는 실패하는 사람도 있고 성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민관산학(民官産學) 협동으로 공격적으로 도전해나가는 것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강 박사: 저도 전적으로 동감인데요. 4차 산업혁명시대 하면 AI산업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다양한 분야의 산업, 기술, 과학 등 많은 분야가 상호 소통하고 융합이 돼야 합니다. 이러한 융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가 완전히 없어지고 혁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도유망(前途有望)하고 창조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사업의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창업하기 어려운 한국의 규제 때문에 이를 피해 규제가 없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에 나가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업도, 융합도, 소통도 어렵게 하는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시급합니다. 현재의 규제로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후진국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이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은 했지만 오늘의 현 정부까지 전혀 실행이 되지 못했습니다. 규제혁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첫째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규제를 만드는 것을 자신들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한국의 공무원들은 규제가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자리가 보존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규제개혁과 관련, 현재 한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후진적인 ‘포지티브 시스템(positive system)’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오고 있는 ‘네거티브 시스템(negative system)’을 신속하게 도입하여 한국의 후진적 규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한국의 포지티브 시스템 규제에서는 모든 새로운 사업들은 전부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사업들을 인가하는 법과 규정들이 국회와 관련 정부 부처에 의해 일일이 다 만들어져야 하는데 오늘의 4차 산업혁명시대의 엄청난 속도로 변화 발전하는 산업기술과 초융합 속도를 규제가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규정에 있는 모든 사항을 일일이 정부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후진적인 한국의 ‘포지티브 시스템’ 규제는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융합과 창조를 통한 4차 산업혁명의 혁신과 미래 신산업 개척에 엄청난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벤처산업 창업을 위해서는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한국은 현재의 규제방식으로는 새로운 미래 신산업 발전이 불가능하며 후진국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엄청난 규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오늘의 한국 정치인들과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지도자들 누구도 이러한 규제로 인한 국가 위기를 심각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한 국가 위기입니다.
반면 선진국들의 ‘네거티브 시스템’의 경우, 환경보호, 시민의 안전, 사회기본 원칙과 윤리준수 등, 국민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을 제외한 모든 분야는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아무런 인허가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늘의 21세기에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으로 급성장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을 탄생시켰습니다.
한국도 규제혁신을 통해 선진국들처럼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들을 탄생시켜 급성장시킬 수 있는 한국 국민의 독특한 창의력과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규제 철폐의 혁신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모든 정부가 ‘작은 정부’로 가야 한다고 했지만, 한국 정부는 시대의 흐름에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정부 기구와 공무원 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조 박사: 모든 규제는 혁신되어야 하고, 규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공무원을 줄여야 합니다. 국민은 늘지 않지만 공무원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규제’를 하는 일이 늘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민간기업이 활성화돼 국부(國富)를 창출시켜야 하는데, 그보다는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규제도 풀어지지 않고 경제도 선순환(善循環)되지 않는 것입니다.
강 박사: 2020년 새해 GDP 성장률을 대체로 2%대로 보고 있는데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아니면 힘들다는 의견들도 많이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조 박사: 강 박사께서 말한 새해 성장률 2%는, 그것만이라도 확실하게 성장을 하고, 누가 뭐라고 비판할 수 없는 ‘알찬 성장’이라면 일단은 괜찮은 목표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세금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 수를 늘리고, 나아가서 정부 돈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함으로써 2% 성장을 밀고나간다면 실질적인 ‘알찬성장’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강 박사: 2018년 당시 현대경영 신춘대담에서도 박사님께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을 내놨을 때 이것은 경제이론에도 없는 경제정책이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저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를 바꾸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분배위주성장’입니다. 국민의 혈세로 만든 정부 예산을 저소득층에 나누어 주는 분배정책입니다. 정부는 그동안의 경제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산업주도성장의 경제정책으로 과감하게 바꿔나갈 용기를 가져줄 것을 제창합니다.
산업주도성장 정책에 있어서도 실험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경제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한국을 경제정책의 실험국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기존의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과감히 수정하여 산업주도성장 정책으로 간다면 한국 경제도 나아질 것이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支持度)도 올라갈 것입니다. 또한 기업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기업인을 존중하는 사회가 된다면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결과 기업의 성장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의 소득수준을 높이게 될 것입니다. GDP 성장목표와 관련해서도 2%라는 한국경제발전 역사상 최저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그 정도를 달성하면 경제정책이 성공했다고 하는 것보다는 성장목표를 과감히 4∼5%로 세우고, 이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확실한 산업주도성장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 박사: 4월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경제계에서도 총선결과에 따른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강 박사: 정부의 경제운영방식에서 잘못된 부분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보수정당들이 국가의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상호 협력하고 융합하면서 정책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오늘의 보수 정당들이 상호 협력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 경제정책의 개선 문제가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지요. 그러기 위해선 국민이 융합하여 국가의 공동목표를 향해 함께 가야 하지만 이 또한 국민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고, 오늘의 정치인들은 선거를 목표로 국민의 분열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조 박사: 언제인가부터 우리나라에는 엘리트의 역할이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나라가 잘되려면 엘리트 그룹이 있어야 합니다. 엘리트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고 양성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정책으로서는 엘리트가 나오기가 힘들고, 엘리트가 없는 군중(群衆)만 있게 합니다.
강 박사: 중요한 말씀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사회가 개선해야 할 중요한 당면 과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사회문화가 필요합니다. 오늘의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적인 목적에 도움이 되는 일 외에는 사회 지식인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회 지도층 엘리트 인사들이 오늘의 사회 경제 문제를 보며 심각한 우려를 하면서도 그들의 의견을 국가 정책에 반영할 생각을 포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지식지도층 엘리트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며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늘의 정부와 정치 분야 지도자들이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는 열린 소통의 사회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 지도층 엘리트들도 이제는 이러한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함께하여 국가 발전을 위해 그들의 지식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조 박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에, 한동안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미국 우선주의)’라는 보호무역주의가 맹위(猛威)를 떨쳤지만, 지금은 미국도, 유럽도, 우리나라도 점차 자유무역을 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다가 2019년 11월 중국과 RCEP※가 타결됐습니다.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중국 주도의 RCEP란, 아·태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자는 FTA로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총 15개국이 참여한 협정입니다.
강 박사: 한국무역은 2019년에도 3년 연속으로 1조 달러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어떻게 제고시키고 활성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조 박사: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수출이 14개월 연속으로 내려가고 있어요. 수출할 물건이 없다는 것입니다. 통상(通商)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출제품은 제조업에서 나오는데 “삼성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말처럼,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의 약 20%에 달하고 있어, 앞으로 배터리, 수소차 등 신(新) 수출유망상품이 4∼5개 이상 나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강 박사: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한국의 서비스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주요 수출산업으로는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제조업 위주의 수출을 통해 수출강국을 만드는 것이 과거 경제정책의 핵심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제조산업은 첨단기술산업(AI, 빅데이터 등)과의 결합이 필수적이지만 한국의 후진적인 최악의 규제시스템 하에서는 세계첨단 경쟁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네거티브 시스템으로의 규제 혁신 없이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수출강국은 불가능합니다. 과거의 전통 제조산업 중심의 수출에서는 규제가 있어도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오늘과 같이 모든 산업이 첨단산업 기술들과 초융합(超融合)을 해야 하는 현 시대에 첨단신산업 개척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의 후진적 포지티브 시스템 규제 장벽을 신속히 철폐되지 않으면 한국이 수출 강국으로 재도약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이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두 번째 핵심 장애요인은 투쟁적이며 정치적인 강성노조들이 주도하고 있는 수출품생산 산업 현장에서의 수많은 파업들입니다. 어느 주요 일간신문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자동차 생산 공장의 연간 파업일자는 세계의 어느 경쟁국가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노조들의 산업현장 파업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많은 기업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세계에서 가장 투쟁적인 한국의 노조가 한국의 제조산업 수출경쟁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들처럼 노사가 상호 협력하고 공존하는 협력적 노사문화의 사회적 확산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야 하는데, 반대로 오늘의 정치권이 노조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한국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격하시키고 있습니다.
노사 대 타협의 성공모델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약 5분의 1이며 인구는 1천700만 명으로 한국의 약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네덜란드의 농축산물 수출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화훼산업 수출은 세계 1위입니다. IT산업, 금융산업 등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도 세계 선진국들 중 최상위권 국가입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10여 년 전에 강성노조(强性勞組)로 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노사 간에 대타협을 한 후 오늘까지 노와 사는 철저하게 합의 사항을 지켜왔고 서로가 존중하며 완전한 동반자로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네덜란드를 세계의 경제선진국으로 재구축한 기본 바탕이 되었습니다. 한국도 노사 간에 이러한 대타협을 통해 산업평화를 구축하고 노와 사가 서로를 존중하며 완전한 동반자로서 협력하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통해 산업평화와 산업선진화를 동시에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이러한 노사 대타협을 못하고 있는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 박사: 한국의 가장 큰 위크포인트(weakpoint)가 타협의 부재, 이해의 부재, 협조의 부재입니다. 어떤 사상(事象)을 포괄적(comprehensive)으로 바라보는 사회문화가 아쉽지요.
강 박사: 한국의 수출주력 산업인 첨단기술 산업들, 자동차, 조선업, 반도체,이동통신 휴대폰, 첨단 가전산업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첨단부품과 소재들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중견기업들이 한국의 핵심 수출산업의 중심허리 역할을 해 왔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 첨단부품 소재산업 분야 중견기업들의 R&D능력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중국의 급성장하는 기술경쟁력에 추월당하고 있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들의 완제품 국제경쟁력이 지켜지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만약 한국의 첨단부품소재산업의 기술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이 중국에 추월당해 중국으로부터 첨단기술 부품소재를 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은 허리(backbone)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중견중소기업이 그들의 R&D 능력을 독자적으로 키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제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해결방법을 말씀드리면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 과학기술연구소들을 첨단 부품소재분야 중견중소기업들의 ‘R&D센터’ 역할을 하게 하는 방안입니다. 또한 대기업들도 그들의 완제품 생산을 위해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중견중소기업 협력사들의 R&D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 세계 최첨단 기술의 부품과 소재산업분야 기업들은 독일의 “히든챔피언”으로 세계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의 산업들이 세계 최강의 위치를 유지해올 수 있는 것은 이들 히든챔피언들이 수출산업의 튼튼한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첨단 부품소재사업 분야의 중견기업들을 “코리언 히든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을 국가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을 해야 한국의 첨단 수출 산업들의 세계경쟁력을 지켜갈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를 못하면 한국의 수출산업들은 세계시장 경쟁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게 될 것입니다.
조 박사: 이제 본론인, 사람을 키우는 교육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창조(創造)’와 ‘창의(創意)’를 살릴 수 있는 기본여건이 완전히 막혀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조적인 미래인재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창조적인 미래인재를 죽이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인재양성과 함께 엘리트 그룹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현(現) 교육시스템의 몇 가지 기본 하자(瑕疵)를 얘기해보지요. 하나는 한글전용교육의 문제입니다. 저는 한글전용으로는 일류국(一流國)은 물론 이류국(二流國)도 힘들다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사람이 쓰는 어휘(語彙: word, vocabulary)의 숫자가 늘어나야 창조력이 생기는 것인데, 있는 말까지 없애려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입니다. 한자를 가르치지 않으니 학문에서 쓰는 단어나 전문용어, 기술용어들이 죽은말(死語)이 됐고 없어지고 있습니다. 또 남들과 경쟁을 하려면 그들의 말을 알아야 하는데 한자를 모르니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일본 도쿄(東京)에 가서 간판을 봐도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릅니다. 이래가지고서는 누구와 경쟁을 하겠어요?
신남방(新南方)정책, 신북방(新北方)정책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요? 참으로 절박한 이야기입니다.
강 박사: 박사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우리나라 언어의 주요 단어 바탕에는 한자가 70%인데 한자를 알아야 한글 용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며 한자를 안다면 중국이나 한자를 공용하는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우위(優位)에 설 수 있겠지요. 한 가지 덧붙인다면 현재의 입시 위주의 공교육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창조적 인재’, ‘창의적 인재’ 교육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스라엘의 경우, 어릴 때부터 자유로운 질문과 열린 토론문화가 교육의 기본 바탕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도 공교육에 열린 토론 방식의 교육이 기본입니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창조적인 미래인재양성을 위해서는 모든 공교육 시스템에 자유로운 열린 토론 방식을 도입하여 정착시켜야 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위주의 공부를 하고 이 입시 제도를 교육부가 모두 컨트롤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학 입시를 수능(修學能力)이라는 정부 차원의 제도가 아닌,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책임을 맡겨야 할 것입니다.
조 박사: 내가 또 가장 문제로 삼고자 하는 것이 ‘평준화’ 교육입니다. 자사고(자율형사립고)나 특목고(특수목적고)처럼 잘해보자고 만든 것들을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운영이 잘되어도 “엘리트가 나올까 말까” 하는 판에, 있는 것도 없애고, 전부 일반학교로 만든다면 아무 것도 나올 수 없는 것이 아니겠어요? 내가 오랫동안 서울대학교에서 일했기 때문에 잘 아는데, 각종 대학교 등 모든 교육기관과 교육에 관한 사항을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제도를 확 바꾸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창조적인 미래인재 양성이 힘들지요.
강 박사: 한국의 경제발전에서는 도전적인 창업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꺼져가는 기업가정신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 박사: 규제를 없애고 교육을 제대로 한다면 기업가정신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은, 창조적인 인물이나 이론이 나와도 최고위층(Top)이 안 들어주면 그만입니다. 조선시대 500년의 가장 훌륭한 창조적 인간이라고 불리는 율곡 이이(栗谷 李珥) 선생도 당시 임금인 선조에게 많은 창조적 사업을 건의했지만 한 마디도 들어주지 않았었습니다. 그저 미안했던지(?) 이 자리, 저 자리 등 대신(大臣: 현 長官)의 자리만 빙빙 돌려줄 뿐이었지요. 이순신 장군도 아무리 상소(上訴)를 해도 안 들어준 것과 같습니다.
강 박사: 기업가정신이 되살아나려면 지금의 소득분배정책을 자유시장경제정책으로 전환해, 기업인들이 창조적인 열정을 갖고 기업경영에 전력을 투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유시장에 걸맞은 창업생태계를 조성, 젊은이들이 개척과 도전정신을 갖도록 고취시켜나가야 합니다. 박사님 말씀처럼 기업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 박사: 마지막으로 ‘인구문제와 저출산’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통계상으로는 여성 1인당 0.9명을 낳는다고 합니다. 여성 한 사람이 두 사람씩을 낳는 사회경제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 박사: 오늘 원로경제학자이신 조순 박사님을 모시고 새해 한국경제 발전을 위한 주요 어젠다들을 추출하고 논의해보았습니다. 오늘 논의된 어젠다들이 앞으로 각계각층의 많은 엘리트 그룹에 의해 보완돼 국가경제나 기업정책에 반영되어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기업인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사회, 국민들이 화합하는 우리 사회가 조성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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