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아파 가는 것이
늙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새롭게 느낀다.
자동차가 오래되면
여러 군데 고장 나서
쉬지 않고 카센터에
드나들듯
우리도 늙으면 여기 저기
탈이 나서 병원에 들락거린다.
한 살 두 살 나이 먹어가며
무릎도 아파서 걷는 것이 힘이 들고
혈압이 높아서 혈압 약을 달고 산다.
눈에 덮힌 백내장은 긁어 낸지 오래인데
결과가 좋지 않아 그대로 뿌옇게 보인다.
디스크가 빠져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데도
의사는 수술은 안되고 수영, 재활운동, 걷기를
하라고 권유한다. 해보지 않는 운동 엄두가 나야지...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도 화급히 고쳐야 하는데...
그러나
제일로 늙기를 촉진하는 증상은
만병의 아버지 스트레스 이다.
고독할 때, 과도한 건강염려증
심신의 불안을 과중하게 느낄 때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의 질을
떨어 드리면서 폐차의 무덤으로
버려지게 한다.
스트레스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여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겠다.
지난 달 우리 부부는 용궁엘 다녀왔다.
지난 2월 내 아내는 K의료원에서
건강 검진 받았다.
검진 결과는 일주일후에
알려 준다하여 제날짜에 병원에 갔다.
고지혈증 허리 디스크 등은
늘 상 붙어 다니는 것들이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젊은 의사는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왔다.
폐를 찍은 CT 필름 상에 조그맣고 하얀 결절이
있다고 하며 의사는 사진을 보여 주며 설명하였다.
그 하얀 결절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
또는 그대로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
3개월 후에 다시 한 번 CT를 찍어 그 상태
를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였다.
지난 5월 초 다시 병원을 찾아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또다시 CT를 찍었고 차례가
와서 의사 방에 들었다.
의사는 필름상의 하얀 결절을 가리키며
“흰 점의 크기가 전에도 1.7cm 인데
석 달 후에도 이전과 똑같은 크기“라고...
그러므로
“폐에 생긴 결절에 암세포가 붙어있는지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의사가 말하는데 우리는 몹시도 겁을 먹었다.
조직검사가 빗나가면 핏줄 많은 폐를 다쳐 출혈이
심하고 기흉이 생겨서 고생 많이 한다고 하고
자칫 여러 날 입원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당장 입원할 준비를 하라고 하였다.
*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늑막강 내에 공기 가 차 는 것.
우리는 젊은 의사가 서두르고
겁박하는 것 같아 그 병원에는 더는
가지 않았다.
며칠 있다 A병원엘 갔다.
호흡기 내과 였다. 의사는 CT 필름을 보더니 병변(결절)
을 조직 검사하여 암세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사무적이고 말을 이끼는 의사였다.
일주일 후에 와서 입원하고 입원한 다음 날 조직 검사받으라고 한다.
밖의 간호원이 입원 절차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나왔다.
좀 답답했다. 아무 증후도 없는데 조직 검사라니.
우리는 집에 오는 동안 결절이고 병변이고 폐에 관한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웃고 떠들면서 그렇게 집으로 왔다.
아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컴퓨터를 켜고 "폐 결절“을 검색했다.
나는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폐의 결절의 85 내지 90%가 암 덩어리이고
나머지가 양성 종양이라고... 글을 읽고 나는 절망했다.
우리부부 그동안 병 치례 많이도 했지만
이번에는 이 무슨 천형(天刑) 이란 말인가?
그러나 단정하기는 이르지
조직검사도 아직 아니했는데
지레짐작 하다간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가 십상이지
.
우리는 다음 주 병원에 갈 때까지
결절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A병원 7층 병실에 들었다.
그 층이 암 병동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하얀 결절의 조직은 암세포이고
그래서 무조건 암 병동으로 보내는 것인가?
입원한 아내도 이 사실을 알았는데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우리는 친구들 얘기, 이웃환자 얘기 등 을 하며
시간을 죽였고 밤이 깊어 잠이 들었다.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움직이는 침대에 누워 시술실로 갔다.
나는 기도하였다. 결절도 양성이고
혈관 파손도 아니 되어 기흉이
생기지 않게 하여달라고...
나는 담당 간호사에게 물어 보았다.
“기흉이 자주 생기나요?”
그녀는 10건에 3건 정도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더욱 답답하였다.
저렇게 촘촘한 그물을 어떻게 뚫을 수 있나?
한 사간 좀 넘어 아내가 올라왔다.
국부 마취를 하였는데 뜨개질 할 때
쓰는 커다란 바늘 같은 것 몇 개로 결절이 있는 곳
까지 찔러 조직을 떼어내는 작업이었는데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는 것
핏줄이 터지지 않았고 기흉이 생기지
않았으나 경과를 더 봐야 하기 때문에
하루 더 입원하라는 말씀.
그리고 검사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오니
설명을 들을 것.
우리는 하루 밤 더 자고
집으로 왔다. 다행이 기흉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기흉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결절 기흉 등 증상을 꺼내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초조 했지만
서로 딴 청만 부리다 일주일을 보냈다.
호흡기 내과 앞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린다.
사형언도를 기다리는 죄수의 마음이 이런 건가?
안으로 들어갔다.
의사는 암세포가 없다고 말씀 하셨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어서 수술을 담당할 흉부외과 선생에게로 갔다.
필름을 들여다 보시고 결절을 지금 떼어낼 필요가 없으니
6개월 있다가 다시 보자고 하시는 것이었다.
이 나이에 용궁에 가면 그만인데 거기서 나왔으니
아이처럼 기쁘다.
그러나 한 3주 동안 받은 스트레스는 상당량의 방사능으로
바뀌어 내 몸에 잠복해 있는 것 같다.
낡은 자동차 카센터 자주 드나들듯
우리 낡은 늙은이들도 자주 병원에
찾아가서 올지도 모를 병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처방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첫댓글 공연히 마음에 생채기만 남았구려. 6개월 후에도 건강한 징후만 보이기를!
암이 아니라고 판정이 났기에 6개월후에 병원에 가면 별 걱정을 안 해도 될것 같소이다.
그래도 모르지요. 사람의 일이니까요. 격려 해 주어 고맙습니다
겅거에서 그간 마음 고생이 많았군요. 사실 본인이 아픈것도 괴롭지만
집에 누군가가 아파도 힘들기는 매 한가지이지요.
소생은 몇달전 사다리에서 떨어진 후유증이 아직도 계속됩니다.
처은 간 병원에서는 X선을 찍어 보더니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하도 안 나아서 다른 병원에 갔더니 아무래도 뼈에 문제가 있는지 모른다며 다시 X선 사진을 찍자고 해
찍고 보니 웬걸 왼쪽 갈비뼈 한군데 금이 갔고 척추 한곳은 압박골절이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약먹고
뼈 붙이는 주사와 공다공증 주사를 일주일에 두세번씩 맞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두달이면 아물거라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그래요 마음고생 좀 했지요. 병에 대한 두려움은 시한폭탄 같은 것이예요.썬샤인님께서도 그간 고생 많이
하셨구려. 그래도 한 두달이면 아물거라고 한 다행이요. 늙으면 아픈 것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안타깝지요
단둘이 사는집에 한사람이 아프면 간병하는 사람이 더 아픈법,
차라리 내가 아파주었으면 마음이 간절하지요.
좋은 소식 들려오기 기원합니다.
소인도 4년전 수술한 왼쪽 손 후유증인지 다른 새로운 병인지
검진차 예약날자인 내일에 서울대 병원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육신의 병도 무섭지만 마음의 병이 더 무섭다니
마음만이라도 건강하게 긍정적으로 살아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고맙소. 아이들이 가까이 없어서 80이 다 된 내가 쫓아 다니는 일이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그 무서운 병이 아니라니 지금은 한결 부드럽다오.
이런 용기 나게 하는 글을 써 주신 고이민현님 곰맙습니다.
철저히 건강관리 잘하세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것을~~~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는것이고~~~!!
고마우신 충고 명심하겠습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해도 늙은 몸은 점차
쇠락하기 마련이지요. 감사합니다.
. . . 강가에서님, 부인께서 검사하는 동안 많은 걱정하시고 마음 고생 크셨습니다.
다행히도 아무 문제가없으셔 안심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 나이에는
모두들 건강에 항상 유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맘고생 좀 하였습니다.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이제 우리는 늙은 몸 이어서 예기치 않은 병마가 별똥별 솓아지듯 하는 것 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