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이승훈 묘역 주변에 들어설 역사문화체험관 조감도.인천광역시 제공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천주교 세례를 받아 한국교회 창설의 주추를 놓으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린 이승훈(1756~1801)이 역사의 무대에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선교사 없이 신앙을 받아들여 가톨릭교회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신앙선조 이승훈 묘역이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역사공원으로 조성된다. 조선 격변기 인물로 새로운 시대를 향한 물꼬를 튼 이승훈의 역사는 역사공원 내 역사문화체험관에 전시된다.
이승훈은 1784년 중국 북경에서 그라몽(Gramont)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귀국해 한국교회 초창기 새로운 신앙의 길을 열어가는 데 공헌했으나 그에 맞갖은 평가와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승훈은 당시 가성직제도 아래서 많은 사람에게 세례를 줘 한국교회의 초석을 다졌으며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했다. 당시 이승훈이 배교선언을 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실제 이승훈은 신자들뿐 아니라 선비들 사이에서도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기 때문에 조정에서 이승훈을 배교자로 허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를 처형했다는 설도 있다.
재단법인 인천교구 천주교회유지재단(이사장 정신철 주교)은 4월 19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접견실에서 인천시(시장 유정복)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승훈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협의했다.
역사공원은 2022년까지 총 125억 원을 투입해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산135 부지에 4만5831㎡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공원 내에는 한국천주교 역사문화체험관이 1363㎡ 규모로 건립되며, 역사문화체험실과 기록물 안내관, 이승훈 인물 안내관, 이승훈 가계도 안내관, 수장고, 3D 입체모형 등이 들어선다. 또한 이승훈 묘와 체험관을 둘러싼 1만4000여 평의 공원부지에는 산책로와 각종 편의시설을 설계해 시민들의 휴양공간으로 조성된다.
그간 역사공원 조성사업은 그린벨트 내 시설물 건립 등 개발제한, 부지 매입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 인천시는 도시계획시설 지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5월에 결정될 예정이다.
유정복(바오로) 시장은 “역사공원이 국내 대표적인 순례 명소이자 관광지로 각광받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정광웅 신부(교구 성지개발위원회 위원장·이승훈 묘역 성지개발 담당)는 “인천시와 인허가, 예산문제 협의 등으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협약을 맺은 만큼 사업 추진에 큰 획을 긋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11년 이승훈 묘역을 시 지정 기념물 제63호로 지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