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나 상해에 대한 역학 자료는 의료와 보건 분야 정책 개발에 중요한 근거 자료입니다. 이는 자폐범주성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폐범주성장애인이 겪고 있는 문제의 특성을 알아야 그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학 자료의 대표적인 사례는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이환율(병의 진단), 상해율 등이 있습니다. 이 중 건강보험자료를 통해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 데이터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등록자료를 활용해 자폐범주성장애인의 상해율과 이환율을 알아본 연구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심보람, 황수희, 이혜진, 윤지은, 이진용(2023)이 실시한 “자폐성장애인의 상해 및 질병이환 현황 분석”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자폐범주성장애인의 상해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9년 전체 건강보험 적용인구와 자폐범주성장애인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 데이터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등록자료는 등록 장애인의 장애 유형, 장애 정도, 연령, 성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총 53,076,02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자폐범주성장애인은 28,646명이었습니다. 연구에서는 2018년도 건강보험 자격자 중 자폐범주성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고 2018년 12월 31일까지 생존한 26,656명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자폐범주성장애인의 상해 발생률은 전체 인구집단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두 집단 모두 가장 다빈도로 나타난 상해 유형은 ‘단일 신체 부위와 관련된 여러 형태의 손상’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자폐범주성장애인의 발생률이 전체 인구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반면, ‘중독이나 고의적 자해로 인한 위험’이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자폐범주성장애인에게서 높은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고의적 자해 및 가해로 인한 상해 발생은 매우 적었고, 전체 인구집단의 발생률과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른 인구집단과 비교하여 자폐범주성장애인에게 나타나는 특징적인 질병이환은 다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조현병이나 양극성 정동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이는 자폐범주성장애인의 장애 특성에 의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자폐성장애인은 치과질환의 이환이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일반 인구집단의 입원에서는 낮은 순위로 나타난 치아우식, 매몰치 및 매복치, 치은염 및 치주질환 등의 치료를 위해 입원한 비율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자폐범주성장애인이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서 전신마취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외래진료에서 피부 및 피하조직 질환 중 아토피 피부염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높은 점입니다. 이 결과는 선행연구들과 다른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폐범주성장애인의 주 연령군이 30대 이하인 점을 고려한다면 아동 및 청소년의 유병률이 높은 아토피 피부염의 빈도 순위가 전체 성인기를 모두 포함하는 일반 인구집단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청구데이터를 분석한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거나 건강보험으로 청구하지 않은 질병이나 상해 내용은 누락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단위의 자료를 이용하여 현황을 파악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자폐범주성장애인의 주요 질병과 상해의 원인을 찾아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