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메이드 인 캐나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위기 속에서 수백만 캐나다인들이 국산품 구매로 대응하고 있다. 렌틸콩부터 화폐, 아이스크림까지 캐나다가 자랑스럽게 세계에 내놓는 우수 제품들을 소개한다.
이 시리즈는 캐나다 전역에서 생산되는 독특하고 품질 높은 상품들을 조명하며, 소비자들이 현명한 선택으로 국가 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는 캐나다의 숨은 제조업 강자들을 만나본다.
▲관계기사 [이것이 진짜 '메이드 인 캐나다']
1. 세계 시장 석권 '사스카츄완 렌틸콩'
2. 캐나다 조폐공사, 세계 80개국 화폐 생산하는 '돈 공장'
3. 법정의 검사가 키운 실뱀장어, 캐나다 최고가 수산물로 등극
옥수수 함량 51% 이상 원료 사용 오크통 숙성
캐나다산 버번 스타일 위스키 새로운 전성기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마찰이 심화되는 가운데 캐나다산 버번 스타일 위스키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캐나다 소비자들이 미국산 제품 불매에 나서면서 국내 양조업체들이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온타리오주 펄스에 위치한 톱 셸프 디스틸러스(Top Shelf Distillers)의 존 크리스윅 씨는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상황이 악화된다면 우리 리도 위스키(Rideau Whisky)가 켄터키 버번의 대체품으로 큰 인기를 끌 것"이라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윅 씨는 2018년 가을, 진정한 버번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직원 두 명과 함께 테슬라 모델 S를 타고 1,2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 켄터키주 루이빌까지 찾아갔다. 이들은 켈빈 쿠퍼리지사에서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탄화 미국산 화이트 오크통 두 개를 구입해 돌아왔다.
버번 위스키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려면 옥수수 함량이 51% 이상인 원료를 사용하고 정확히 이런 종류의 오크통에서 숙성시켜야 한다. 그러나 톱 셸프가 생산하는 수상 경력의 위스키는 기술적으로는 버번임에도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규정에 따라 '리도 위스키'라는 브랜드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협정상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은 '버번'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온타리오, 퀘벡, BC주 등 캐나다 주요 주정부들은 미국산 주류를 매장에서 철수시키는 등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톱 셸프는 무역분쟁 이전부터 "지역 제품 구매" 캠페인을 진행해왔으며, 크리스윅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내에서 유례없는 국산품 구매 운동을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캐나다 위스키 전문가 대빈 드 케르고메오 씨에 따르면, 캐나다는 버번으로 불릴 수 있는 위스키를 만들어온 오랜 역사가 있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 시행 시기와 이후에도 버번 스타일 캐나다 위스키는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의 위스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드 케르고메오 씨는 톱 셸프를 포함해 캐나다 전역에 12개 이상의 양조장이 사실상 버번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BC주 오카나간 크래프트 스피리츠 디스틸러리가 생산하는 'BRBN'이라는 제품은 2020년 세계 스피리츠 어워드와 2022년 캐나다 위스키 어워드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오타와에는 예외적으로 제품을 '버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증류소도 있다. 연방 공무원 신분인 프레데릭 제프로이 씨와 브누아 그래톤 씨가 2022년 설립한 랑포스퇴르 스피리츠(L'Imposteur Spirits)는 인디애나에서 생산된 버번을 수입해 메이플 조각과 메이플 워터로 추가 숙성시켜 판매한다.
랑포스퇴르는 관세 분쟁으로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시도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미국산 원료에 의존하는 자사의 생산 방식으로 인해 무역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사업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반면 톱 셸프의 크리스윅 씨에게 이번 무역 갈등은 호재다. 회사가 보드카와 진 등 다양한 주류를 생산하고 있지만, 최근 위스키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는 시점에서 미국산 제품 대체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온타리오주 주류통제위원회(LCBO)의 2022-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위스키는 27억3천만 달러의 판매액 중 9억2,500만 달러를 차지하는 최고 판매 주류였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캐나다산 위스키였다.
톱 셸프는 현재 매주 위스키 통 5개를 생산하고 있으며, 각 통에서 750ml 약 300병을 채울 수 있다. 2025년까지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며, 곧 LCBO를 통해 제품을 유통할 예정이다. 크리스윅 씨는 더 나아가 일본 시장 수출과 함께 오타와 지역을 '노스 오브 7 디스틸러리', '던로빈 디스틸러리' 등 여러 증류소가 모인 '켄터키 노스'로 브랜딩하는 비전도 제시했다.
캐나다 위스키 업계는 해외 기업 소유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드 케르고메오 씨에 따르면 캐나다 10대 베스트셀러 위스키 중 8개가 캐나다에서 생산되지만 미국 기업 소유라고 한다. 캐나디안 클럽은 빔 산토리(Beam Suntory), 캐나디안 미스트, 시그램 VO, 캐나디안 LTD, 캐나디안 헌터는 모두 사제락(Sazerac) 소유다. 캐나다 최고 판매 위스키인 크라운 로얄은 영국 기반 다이아지오(Diageo)가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