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네이버 웹툰을 통해 소개된 열 편의 짧은 이야기.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 만화를 일 년이 지나 한 권의 책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여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색채와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주는 여운이,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마음속을 떠다닌다.
왕따인 친구를 돕다 자신도 곤경에 빠진 소리는 결국 전학을 가게 되고, 새 학교에 간 첫날 책상 밑에 있던 '첫 번째'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의 발신인과 다음 편지를 추적해가며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때론 긴장감 넘치고 때론 신비스러워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단행본에만 수록되어있는 특별 외전까지 읽고 나면 이 사랑스러운 만화를 힘껏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계절에 꼭 읽어야 하는 만화, 세상에, 사람에 지친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이야기다.
- 인터넷서점 알라딘 만화 MD 도란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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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름의 멋짐, 착함의 아름다움을 응원해
난 웹툰을 웹상에서 본 적이 거의 없는 웹알못?이다. 책으로 나온 것은 몇 권 읽어봤지만 강풀의 만화들이나 윤태호의 미생 같이 매우 알려진 작품 정도. 우연히 아주 젊은 작가의 첫 단행본을 보게 됐다. 깜짝 놀랐다. 그림을 빼고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고 느낄 정도였다. 거기다 빼어난 그림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딸 뻘인 듯한(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20대 초중반?) 젊은 작가의 능력에 감탄과 부러움을 토해내는 내 모습이 웃기다. 그래도 우와~ 앞이 창창한 나이에 벌써 이런 재능을 가졌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걸 어쩌랴? 이건 지극히 아줌마스러운 부러움이다.ㅎㅎ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이 젊은 작가를 부러워하는 건 이 만화에 거슬리는 점이 하나도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무척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고 금기가 많은 나의 취향을 이렇게 만족시킬 수 있다는 건 한옥타브의 음역대 안에서 대곡을 완성시킨 것에 견줄 수가 있다.ㅋ 정말 감탄했다. 이렇게 옳으며, 이렇게 반듯하며, 이렇게 선하며, 이렇게 조심스러우면서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중학생 이소리는 어느날 참지 못하고 나온 한마디 때문에 모두의 표적이 되어버린다. "그만해!"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보다못해서 외친 한마디. 그 한마디만 아니었으면 그럭저럭 지낼 만했을텐데. 표적이 된 이상 제정신으로 견뎌내긴 힘들었다. 할머니 댁에서 학교를 다니던 소리는 다시 아빠한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어릴 때 살던 곳이다.
전학간 첫날. 깊은 트라우마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는 소리. 아이들의 눈빛도 웅성대는 소리도 다 두렵다. 배정된 책상 위에 "죽어라, 나대지 말고" 같은 글자가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책상은 깨끗했다. 서먹함과 두려움에 눈물이 그렁하던 소리는 책상 밑에 붙은 편지를 발견한다. 첫 번째 편지.
첫 번째 편지부터 마지막(열 번째) 편지까지가 이 책의 목차다. 이야기는 편지를 따라가며 전개된다. 누가 편지를 보냈을까? 왜 보냈을까? 다음 편지는 어디에서 발견될까? 왜 거기에 놓여져 있을까? 다음 편지엔 어떤 내용이 있을까?..... 그러다가 이 친구는 지금 대체 어디에 있을까?에 이르면 독자도 소리, 동순이와 함께 애타는 마음으로 함께 찾게 된다. 어디에 있을까 이 친구는? 지금 어떻게 된 걸까?
정글이 된 학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양심을 잃지 않고 꼿꼿이 버티는 작고 어린 영혼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 아이들이 끝내 짓밟히지 않고 손잡으며 우정을 나누고, 그 우정의 한쪽 끝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모습이 대견하고 아름답다.
요즘 유명 연예인들의 과거 학폭 전력이 밝혀지며 시끄럽다. 현실은 아닌 것 같아도 인과응보는 엄연히 있는 것일까? 확실히 그렇다고 하기엔 여전히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작품이 고맙다. 착한 것은 바보같은 것이 아니다. 도덕을 따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누굴 생각해 주고 그를 위해 시간을 내 주는 것은 한심한 것이 아니다. 올바름의 멋있음, 착함의 가치가 널리 퍼져 상식이 된다면 교실의 약육강식은 사라질까?
잔인하지도, 기괴하지도, 엽기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비꼬지도, 배꼽잡게 웃기지도, 판타지가 멋진 것도 아닌 이런 작품이 선풍적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건 단 하나 튼튼한 스토리의 힘이다. 다음 편지를 애타게 따라가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
이 만화는 네이버 웹툰 연재시 9.98이라는 기록적인 평점을 받으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나같은 꼰대와 취향이 같은 웹툰 매니아들의 안목을 높이 사고 싶다.ㅋㅋㅋ 단행본으로 나오자마자 판매지수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학교도서관 수서목록에도 슬쩍 넣었다. 교사용으로 넣었다가 학생용으로 돌렸다. 아이들아 많이 읽어라. 너희들 눈에는 누가 멋지니? 너희들도 멋져. 절대 멋짐을 포기하지 마!!
네이버웹툰 여름 특선 10부작으로 2018년 8월에 첫 화가 공개되었다. 아름다운 색감과 풍경, 날 선 마음을 다독이는 따뜻한 감성으로 9.98이라는 높은 별점을 이끌어내며 연재를 마무리하고, 이후 수많은 독자의 공감과 찬사에 힘입어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도 확정되었다.
단행본 도서로 제작되면서 모든 컷을 페이지 단위 연출에 맞춰 재조립했고, 이에 따라 많은 페이지가 작가님의 손에서 다시 그려졌다. 웹툰에서 시선을 빼앗은 갖가지 장면이 그대로 재현됨은 물론이고, 작가가 아쉬운 점을 보완하여 그린 수많은 배경과 중간 컷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또한 웹툰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지는 단행본 특별 외전이 「추신」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었다.
주인공 소리는 이전 학교에서 겪은 학교 폭력의 후유증으로 새로운 학교에서도 겉돌고 있었으나, 어느 날 책상 안쪽에 붙어 있는 숨겨진 편지를 발견하며 모든 것이 바뀐다. 발신인 불명의 편지는 학교의 지름길, 반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표, 선생님의 특징을 설명하며 소리가 새 학교에 빨리 적응하면 좋겠다고 응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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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이현세, 이두호 작가가 프로듀싱하는 지옥캠프에 참가하여 네이버웹툰에서 아래 두 단편과 <연의 편지>를 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