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발견지에서 석탄의 모든 것을 만나다
태백석탄박물관
태백시는 남한에서 최초로 석탄이 발견된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 태백시 주민인 장해룡이 석탄의 탄맥을 드러낸 노두를 처음 발견했다. 석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태백석탄박물관에는 한때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게 해주던 연탄의 향수가 가득 서려 있다. 석탄의 시대가 우리에게 던진 빛과 그림자를 함께 되새겨보는 탄광체험실이다.
안전제일을 외치며‘막장인생’을 헤쳐가던 어느 광부의 모습을 담은 상장동 벽화
고생대 식물군이 만들어낸 태백의 탄광
석탄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유연탄으로 달리던 증기기관차를 비롯해 각종 암석과 기계장비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석탄은 고생대나 신생대에 식물이 쌓여서 응축된 화석이다. 전시장 입구에 자리한 무연탄 덩어리 단면에 나이테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수십억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놓인 광물 하나가 서서히 흥분을 일으킨다.
[왼쪽/오른쪽]각종 광물질과 광산 장비가 있는 야외 전시장 / 무연탄 속에 들어 있는 나무의 나이테 흔적
박물관 제1전시실은 선캄브리아기 스트로마톨라이트에서부터 신생대 광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진품 광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띠는 것은 요즘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망간단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것도 독도 해저에 묻혀있는 이 망간단괴 때문이라니 더욱 그것에 눈길이 쏠린다. 신생대의 송진 속에 갇혀 있던 모기 한 마리가 이제는 아름다운 호박의 일부가 되었다. 진귀한 보석 전시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고생대 석탄층은 어마어마한 밀림이 한꺼번에 매몰되는 바람에 무연탄지대로 돌변했다. 무연탄과 유연탄이 어떻게 다른지 이 기회에 자세히 알아보자. 무연탄은 말 그대로 탈 때 연기가 나지 않고 불이 잘 붙지 않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아주 높은 열량을 내는 광물이다. 유연탄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불이 잘 붙는 반면에 순간적인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증기기관차의 연료로 주로 사용된다. 연탄에 관한 지식이라면 석탄박물관에서 무엇이든 얻어갈 수 있다.
막장 안으로 들어가는 광부들의 비장한 모습
컴컴한 갱도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광부들 이야기
태백시에 들어선 탄광은 한때 수백 곳에 이르렀다.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지고 5개의 광업소만이 운영되고 있다. 흔히 막장인생이라 불리던 광부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연탄을 캐는 곳을 막장이라 불렀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고단하고 힘겨운 삶이었을 것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막장 안에서 석탄을 캐는 일은 위험천만했다. 막장이 무너질 때마다 희생자가 속출했다.
광부들이 막장 안에서 먼지와 함께 먹던 도시락
탄가루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했던 광부들은 때로 막장에 새장을 걸어두곤 했다. 새가 울지 않으면 산소가 없어진다는 것을 감지하기 위해서였다. 쥐가 갱도를 따라 도망치는 날이면 갱도가 무너질 것을 예감하고 탈출을 기도했다. 작게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크게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바로 이 광부들이다.
[왼쪽/오른쪽]광부들이 착용하던 안전장비 / 채취한 석탄으로 연탄을 만드는 모습
석탄 분진이 폐에 쌓이는 진폐증을 앓는 광부들이 부지기수다.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도 많다. 현재 태백의 한 병원에는 500여 명의 진폐증 환자가 있다. 태백에는 아직도 일부 광업소에서 광부들이 채탄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는 많은 보호장비가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 인다. 태백시의 신동일 문화해설사가 어느 시인이 써내려간 시의 한 대목을 들려준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에게 불을 훔쳐다준 벌로 간을 뜯어먹히는 벌을 받았다지? 광부들은 우리에게 불을 가져다준 벌로 그들의 폐를 서서히 잃어간다지.” 진폐증 환자처럼 가슴이 답답해오는 시다.
[왼쪽/오른쪽]이제는 채탄 작업이 거의 기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갱도체험관 / 탄광 붐이 한창이던 시절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를 말해주는 벽화
검은 탄광도시에서 산소도시로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연탄 소비 시대가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탄광 붐으로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던 태백시의 인구도 점차 줄어들었다. 망치나 정으로 굴을 뚫고 석탄을 캐던 시절은 지났다. 기계로 천공을 하거나 채탄 작업을 진행하는 시대가 왔다. 광부의 수요가 줄고 문을 닫는 광업소가 속출했다. 대신에 다른 변화도 따라왔다. 빨래를 널면 검은 먼지를 뒤집어쓰던 탄광촌이 산소가 충만한 청정 도시로 거듭났다. 석탄산업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석탄박물관을 나서면 싱그러운 바람이 부드럽게 볼을 스친다.
상장동 벽화 속에서 광부의 옛 모습을 찾는다.
여행정보
태백석탄박물관 주소 : 강원도 태백시 천제단길 195 문의 : 033-552-7730 / www.coalmuseum.or.kr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영월 방면 진입, 38번 국도를 따라 태백으로 이동. 고한터널, 두문동재터널을 통과한 후 태백산로, 천제단길을 따라가면 석탄박물관에 도착.
* 대중교통
버스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시내버스 7번을 타거나 하루에 4회 운행하는 태백시티투어 버스 이용. 태백시 관광안내소 033-550-2828
2.식당
태백실비식당 : 갈비살 / 강원 태백시 감천로 8 / 033-553-2700 무쇠보리 : 곤드레나물밥 / 강원 태백시 천제단길 24-1 / 033-553-2941
3.숙소
오투리조트 : 강원 태백시 서학로 861 / 033-580-7777 / korean.visitkorea.or.kr
태백산민박촌 : 강원 태백시 천제단길 134 / 033-550-2749
4. 기타 여행정보
태백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 tour.taebaek.go.kr
글, 사진 : 권현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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