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이 책의 제목 ‘휴랭 머랭’은 세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인간 언어인 휴먼 랭귀지(Human Language)와 인공지능 언어인 머신 랭귀지(Machine Language)를 합한 일종의 신조어다. 둘째, ‘인간언어(휴랭)는 도대체 뭐래(머랭)?’라는 질문의 언어유희다. 세 번째가 재밌다. 달콤한 머랭 쿠키를 연상시키며, 달걀흰자를 마구 섞어놓으면 달콤한 쿠키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같은 단어도 새롭게 섞어놓으면 유쾌한 신조어로 재창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어와 쿠키의 뜻밖의 조우다.
인간은 의사소통을 위해서만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언어 파괴를 넘어 언어 창조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언어란, 정체성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머랭’ 하나에 의도적으로 세 가지 의미를 담는 것, 그래서 일부러 혼동을 유발하는 것, 즉 소통에 있어 질서와 정확성만을 추구하지 않는 것, 이런 면이 바로 인간 언어를 기계 언어와 구별 짓는 특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휴랭 머랭’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답을 찾아보고자 하는 우리시대 언어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스탠퍼드대 언어학박사 최혜원 교수가 진단하는 현재진행형의 언어유희
언어학자는 언어를 소리와 구조와 의미로 쪼개서 분석하는 사람이다. 세상 돌아가는 속도만큼이나 빨라지는 언어의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그 안에 숨겨진 질서와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거의 날마다 새로운 표현을 접하는 일이 낯설어서 재밌다고 말하는 그에게 세상은 커다란 실험실일지도 모른다. 자고나면 탄생하는 신조어와 줄임말, 무분별한 외래어의 혼용과 차용, 뒤죽박죽 높임말, 심지어 외계어와 인공지능 언어의 등장까지.
겉으로 드러난 어지러운 모습 뒤에 존재하는 언어의 본질을 찾아내고 이유를 부과하는 언어학자 본연의 역할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휴랭 머랭』을 읽으며 이 시대의 화자인 우리는 알고도 쓰고 모르고도 사용하던 언어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언어유희가 주는 즐거움이 그 어떤 지적유희보다 크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우리 모두는 유희를 즐기는 인간, 호모 루덴스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저자 소개
최혜원
이화여자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Stanford U)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남가주대학(U Southern California) 방문학자,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 Riverside) 전임강사, 버팔로 뉴욕주립대학(SUNY Buffalo) 조교수를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 언어 이야기(The Story of Human Language)’, ‘디지털시대의 언어와 문화(Language and Culture in the Digital Age)’, ‘영어사’ 과목을 강의하는 교수이자, 어지러운 겉모습 뒤에 가려진 우리시대 언어의 본질을 연구하는 언어학자이기도 하다. 저서로 『Optimizing Structure in Context』『영어전치사 해설』과 영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에 대해 연구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다양한 언어 현상을 이모저모 뜯어보며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언어의 신비한 세계를 탐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 목차
Ⅰ언어, 그 무질서의 질서
인간은 일부러 틀리고 기계는 틀리면 죽는다 _ 인간 언어와 인공지능
손님,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_ 변화하는 존대법
머선 129? 갸가 갸가? _ 방언과 표준어
한글은 한국어가 아니다 _ K문자 한글
커피와 함께 블랙퍼스트를 드시나요? _ 과잉교정과 외래어 표기 ?
Ⅱ 국경을 넘지 않는 말소리
기싱꿍꼬또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발음[ㅅ] _ 조음방식
생사를 가르는 암호 시볼렛: 가깝고도 먼 [s]와 [?] 사이 _ 조음 위치
김치는 성대를 울리지 않습니다 _ 유성음과 무성음
인싸는 한겨울에도 아아를 마신다 _ 줄임말과 이중모음
아이돌 외계어의 비밀: 바디를 자를까, 라임을 놔둘까? _ 언어유희와 음절 구조
Ⅲ 진화 혹은 퇴화하는 어휘
짜파구리 블렌딩:〈기생충〉의 Ramdon _ 조어 방식
언택트는 왜 콩글리시일까? _ 조어 규칙
‘존버’ 시대의 ‘존맛탱’ 레시피 _ 의미탈색
방탄이 방탄했다! BTS 보라해~♥ _ 품사의 변신
프로N잡러의 하루, 언니쓰와 구구즈로 마무리하다 _ 차용과 유추
말러의 말로가 궁금하다 _ 동의어와 의미 변화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박한 언어상식_ 알쓸신언
세계의 언어
문자
말소리
어휘
어순
📖 책 속으로
놀라운 점은 이러한 (언어의) 변화가 규칙을 무시하고 기존의 언어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일반의 오해와는 달리, 실상은 나름의 동기에 의해 원리와 원칙 안에서 질서정연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있을 뿐이다.
---「머리말」중에서
?백과사전 몇백몇천 권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쓸어 넣어주고 아주 작심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그냥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우리 인간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이제 좀 짐작이 갈 것이다. 천문학적인 숫자다. 더구나 친환경적이고 가볍고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말을 할 줄 아는 우리 인간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진정 경이로운 존재들이다. 인간의 일원으로서 ‘동전 좀 있으세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해하는 신비한 언어 능력의 소유자인 내가 진심으로 좀 멋진 것 같다. 휴랭 대단행!
---「인간은 일부러 틀리고, 기계는 틀리면 죽는다」중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나는 유학 시절에 한글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졌었다. 문자 체계에 대한 책을 읽거나 발표를 들을 때마다 한글이 세계에서 최고로 과학적인 글자 체계라는 평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이 워낙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문자 체계인지라 언어학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어를 모르더라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글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언어학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한글은 한국어가 아니다」중에서
태생 때문도 아니고 조어 방식 때문도 아니라면?대체 무엇 때문에?‘언택트’가 콩글리시라는 것일까??왜 영어 화자들은 훨씬 깔끔하고 신박하게 들리는?‘언택트’를 안 쓰고 굳이 길고 번거로운 표현들을 쓰는 걸까? 이런 말이 있는 줄 몰라서 그러나? 아니다, 아쉽지만 알아도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져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언택트(untact)’가 접두사 un을 붙이는 영어의 조어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귀에는?이 낱말이?‘비대면, 비접촉’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이다.
---「언택트는 왜 콩글리시일까?」중에서
나는 아미는 아니지만 BTS의 언어 영향력에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보라해’로 인해 우리말뿐만 아니라 영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은가. 영어의 명사 purple이 동사로 영파생되고 Borahaegas 콘서트가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참, 상상도 못 하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방탄소년단 덕에 한국어를 배우는 해외 팬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하니 정말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의 파워도 더해졌을 터다. 감사한 일이다.
---「방탄이 방탄했다! BTS 보라해~」중에서
언어는 신조어 좀 쓴다고 변질되거나 파괴되는 그런 유약한 존재가 아니다. 언어 파괴의 진정한 위협은 새로 생겨나는 단어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 단어도 생겨나지 않고 정체되는 상태이다. 이것은 위험 신호다. 지구상에 현재 2주일에 하나씩 언어가 멸종되고 있다고 하는데, 생성력을 잃은 언어는 멸종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러의 말로가 궁금하다」중에서
🖋 출판사 서평
“어느 언어라고 더 잘나지도 않고 더 못나지도 않다. 그래서 더 좋다. 겉으로 드러난 어지러운 모습 뒤에 가려져 있는 언어의 본질을 꺼내어 소개하고 싶었다”
저자의 바람대로, 언어학 전문서적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나 설명 없이도, 지금 이 시대 바로 이곳에서 가장 생성력이 왕성한 세대가 사용하고 있는 살아있는 말들을 모아 우리시대 언어 이야기 『휴랭 머랭』을 완성했다.
언어가 이토록 재미있는 주제였다니!
현재 유행하는 신조어, 외래어, 언어유희, 암호 등 여러 가지 언어 현상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다른 언어에서 벌어지는 유사한 현상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표면적 차이 이면에 숨겨진 놀랍도록 체계적인 언어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박씨, 김씨, 정씨, 최씨가 왜 팍, 킴, 청, 초이가 되었는지,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는 왜 영미권에서 ‘람동’으로 소개되는지, 방탄은 왜 방탄하고 보라하는지, ‘브렉퍼스트’는 왜 시커먼 ‘블랙퍼스트’가 되었는지, 언택트는 왜 콩글리시인지….
현실에서 건져낸, 살아있는 예시들이 책을 읽는 내내 폭발적인 흡인력으로 작용한다. 키득키득 웃다 보면 어느새 언어학의 원리를 알게 되고, 마침내 저자의 해박하고 유머러스한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박한 언어상식
쉬운 예를 들어 현상을 설명하고 있지만, 언어학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까지 가볍게 넘기지는 않는다. 세계의 언어, 문자, 말소리, 어휘, 어순 등 말과 글을 사용할 때 기본이 되는 언어상식은 [알쓸신언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박한 언어상식]으로 따로 모아 깊이 있게 설명한다. 학창시절 한번쯤 들어봤을 법하지만 잊고 살았던 언어상식을 일깨우며, 신박한 언어학의 세계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