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과잉?… 일본 장비업체들 '한국 HBM 더 커진다' 투자 / 9/20(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론으로 19일 한국 반도체 주가가 요동쳤지만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등 해외 업계에서는 AI(인공지능)용 메모리인 HBM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2.0%, 6.1% 하락했다. 추석 연휴 중이던 15일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D램 메모리 수요가 줄어 HBM은 공급과잉이 될 것이라며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각각 27%와 54% 낮췄고 이는 한국 증시가 시작된 19일 주가에 반영됐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의 진단과 달리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HBM 시장의 추가 성장에 여전히 대비하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일렉트론(TEL) 디스코 토와 같은 일본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HBM 수요 급증을 위해 국내에 공장 및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하고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같은 한국 기업이 HBM 시장의 90%를 차지하는데, 한국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HBM 공급망을 타기 위해 일본 장비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반도체 몰딩장치 세계 1위 업체인 토와가 천안 제3공단 내 1만6136m에 반도체 봉지(몰드)장치 설비시설을 확장해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제조 능력을 현재의 2배로 늘릴 계획으로, TOWA는 닛케이에 대해 「시황에 부침이 있는 메모리 제품으로, HBM은 시장의 성장을(확실하게) 전망할 수 있다. 고객 가까이에서 공급체제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반도체 웨이퍼 절단장비 1위 업체인 디스코도 올해부터 한국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TEL은 경기도 용인에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국내에 4번째 R&D센터를 신설해 지난 5년간 장비기술자를 중심으로 인력을 2배로 늘려왔다. 텔코리아 측은 중앙일보에 대해 "상반기 세 자릿수 채용을 진행했지만 하반기에도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BM 공급 과잉론의 모태는 'AI 버블론'이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와 같은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인프라 구축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지만, 대중적인 AI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런 지출은 과연 계속될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선이 발단이 됐다. 급등세를 이어가던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달 초부터 수차례 급락과 회복을 거듭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젠슨 후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기술 콘퍼런스에서 수요가 매우 많아 각각 1등,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더 감정적이어서 긴장하고 있다. 우리는 (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정체되기는커녕 AI 칩을 먼저 받으려는 고객들의 재촉에 시달리고 있다며 'AI 거품론'을 일축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액셀러레이터 블랙웰(Blackwell)의 설계 결함 사건이 HBM 업계에는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말 출시 예정이던 블랙웰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견돼 엔비디아가 설계를 일부 변경했지만 기존 설계는 HBM3E(5세대) 8층 제품 8개를 넣었지만 새로 바꾼 설계에는 HBM3E 12층이 4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 층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그 덕분에 최신 HBM을 제조할 수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개사가 바빠졌다. HBM용 장비를 공급하는 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임원은 중앙일보에 대해 "블랙웰 사건으로 오히려 12층 HBM3E 시장이 더 빨리 열리게 되면서 HBM 업계의 상황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 공급 과잉'설이 과장된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공산품인 D램과 달리 HBM은 고객과 사전 협의를 마친 뒤 제작하는 맞춤형 메모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HBM의 2025년 생산분까지 모두 팔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장비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회사의 주가가 하락했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변동이 없어 시장을 보면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고 19일 중앙일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