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93〉
■ 새벽에 아가에게 (정호승, 1950~)
아가야 햇살에 녹아내리는 봄눈을 보면
이 세상 어딘가에 사랑이 있는가 보다
아가야 봄하늘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면
이 세상 어딘가에 눈물이 있는가보다
길가에 홀로 핀 애기똥풀 같은
산길에 홀로 핀 산씀바귀 같은
아가야 너는 길을 가다가
한 송이 들꽃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라
오늘도 어둠의 계절은 깊어
새벽하늘 별빛마저 저물었나니
오늘도 진실에 대한 확신처럼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없나니
아가야 너는 길을 가다가
눈물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라
내가 별들에게 죽음의 편지를 쓰고 잠들더라도
아가야 하늘에도 거지별 하나.
- 2015년 시선집 <수선화에게> (비채)
*따사로운 봄빛이 밝게 내리쬐는 요즘, 사방에선 봄꽃들이 금방이라도 막 꽃망울을 터질 듯 부풀어 올랐습니다. 우리집 옆 따뜻한 산기슭에는 생강나무에서 노오란 꽃들이 머리를 내밀었고, 두릅나무 가지 끄트머리에서는 새싹이 삐쭉 돋아났더군요. 집 정원에서는 주변 지인들의 정원보다는 다소 늦게 크리스마스 로즈와 노란 복수초들이 꽃을 피우며, 예쁜 자태를 자랑하는 중이고요.
정말 매년 봄이 오면 느끼던, 생명이 움트고 생기가 넘치는 순수한 봄기운을 올해도 다시 느끼면서 새삼 행복해지는 3월 중순의 봄입니다.^^
이 詩는 아가가 아름다운 봄날의 모습처럼 순수함을 잃지 말고 사랑과 연민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는 작품입니다. 이 詩를 읽다 보면, 귀여운 아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듯한 방식의 문체를 통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詩에서는 먼저, 아가가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존재하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갖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가가 약자를 위로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간절한 바램이 담겨있다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이처럼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아가가 순수하게 자라주기를 원하는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다정스런 마음으로 표현하며, 우리를 공감하게 만드는군요.
여기서 마지막 문장의 ‘거지별’은, 힘들더라도 희망을 주는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