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잠수함 탐지훈련을 하는 미 해군의 MH-60R 시호크 해상작전헬기[Naval News/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수중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잠수함을 탐지해 추적하고 유사시 무력화하는 일은 흔히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 만큼 어려운 일로 알려졌다.
이런 대잠(對潛) 작전능력은 한국으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은 물론이고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우리의 바닷속을 한때 제집처럼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 해군의 도움으로 부족한 대잠작전역량을 보충했다. 그러다 자체적인 대잠작전역량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를 통한 대잠헬기와 해상초계기 등 최첨단 대응체계가 잇따라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낭보'가 들려왔다. 낭보란 다음아닌 미국제 MH-60R '시호크'다. 이런 시호크가 연말에 국내에 도입되기 때문이다.
◇ 도입부터 우여곡절 많던 해상작전헬기사업...슈퍼링스와 와일드캣이 주축
우리군은 1990년부터 1999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영국 웨스트랜드사의 해상작전헬기 MK99A 슈퍼링스 23대를 도입했다.
서해상에서 실시된 한미합동 해상기동훈련에 참가한 우리 해군의 슈퍼링스 해상작전헬기[해군 제공/연합뉴스]
그러다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하면서 노후화된 링스 헬기의 한계가 드러나자 긴급하게 신형 모델 획득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계획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1조2861억원을 들여 20대의 신형 해상작전헬기를 획득을 목표로 했다.
군은 이 예산 가운데 울산-1급 전투함 건조사업에 맞춰 1차 사업예산으로 5535억원을 배정했다. 나머지 7223억원은 2018년부터 2025년 사이에 노후화된 슈퍼링스 대체할 12대용으로 책정됐다.
1차 사업에서도 군은 성능면에서 우세한 시호크를 선호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었다. 당시 후보군으로 참여한 시호크의 대당 가격은 1000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웨스트랜드의 AW159 와일드캣은 시호크보다 최고 40%나 저렴했다.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연합뉴스]
이에 한국은 와일드캣 수출을 담당하는 레오나르도사와 50여차례의 협상 끝에 1000억원을 깎은 가격에 8대를 도입했다. 물론 FLASH 디핑소나와 통합음탐기와의 연동작업에 대한 '협력'도 와일듯캣 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1차사업이 끝나자 방위사업청(방사청)은 2차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7323억원으로는 12대를 도입할 수 있는 기종으로는 역시 와일드캣밖에 없었다. 이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비를 2000억원 증액했다. 그러나 9500억원으로 증액된 예산으로도 한국이 요구하는 기대치를 맞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록히드마틴과 에어버스는 입찰을 포기했다.
관련 방위사업법에 따라 단일사업자만 참가해 두 차례 연속 유찰되면 하는 수없이 와일드캣으로 수의계약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행운'이 찾아왔다. 미 정부가 시호크를 FMS(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판매가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FMS는 외국 정부를 대신해 미 정부가 희망 무기를 구입, 판매하는 방식이기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착함하는 MH-60R 시호크 해상작전헬기[연합뉴스]
희망대로 시호크 도입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결국 방사청은 2019년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의 연구 결과를 수락, 슈퍼링스 성능개량사업을 취소하는 대신 이듬해 시호크 12대를 도입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시호크, 긴 체공시간과 항속거리가 강점... '포세이돈'과 對北잠수함 대응력 점프업
시호크는 미 육군의 UH-60H 블랙호크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한 마디로 블랙호크의 해상형이다.
길이 19.7m, 높이 5.1m, 기폭 3.3m로 최고 시속 270㎞로 비행한다. 항전장비로 AN/APS-153 다중모드 레이더, 잠수함 탐색용 AQS-22 ALFS 능동형 저주파 디핑소나, AAS-44C(V) 1 MTS EO/iR 터릿 시스템(추적장비), ASE 대응장비 등을 탑재한다.
韓, '시호크' 도입으로 해상 킬체인 역량 크게 향상
무장으로는 로켓(LAU-68C/A 로켓(7발) 또는 LAU-61D/A 로켓(19발). Hydra 70 무유도 로켓), 어뢰(Mk.46 경어뢰나 Mk.54 MAKO LHT 경어뢰 2발, 또는 청상), 미사일(AGM-114 헬파이어(8발), 기관포(M197 20mm), 기관총(GAU-16/A 12.7mm) 등을 갖췄다.
조종사를 포함해 모두 3명이 탑승하는 시호크의 가장 큰 장점은 긴 체공 시간과 항속 거리다. 한 번 이륙 시 4시간가량 작전할 수 있고 항속 거리는 834㎞나 된다. 와일드캣의 체공시간이 장착장비에 따라 1시간 30분∼3시간 정도, 항속 거리 518㎞ 수준인 것을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다.
MQ-1 프레데터 무인기에 장착된 헬파이어 미사일[미공군 제공]
시호크의 또 다른 장점은 이륙 중량이다. 시호크는 대함·대잠 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최대 이륙 중량이 1만㎏ 이상이다. 반면 와일드캣은 한 번 출격에서 대함 또는 대잠 중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할 수 있고 이륙 중량이 6000㎏ 수준이다.
시호크가 와일드캣보다 더 멀리, 더 오래 비행하면서 더 많은 인원과 장비를 싣고 더욱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호크가 전력화 과정을 거쳐 실전배치되면 해군의 해상 킬체인 역량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해군이 4일 경북 포항시 해군항공사령부에서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인수식을 거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해군 제공/연합뉴스]
우리 해군은 앞서 6월에 미 보잉사가 제작한 최강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6대를 인수했다. 2018년 대잠전력 강화책의 하나로 선정된 포세이돈은 해군이 1995년부터 운용 중인 16대의 P-3CK '오리온'을 보완한다. 우리해군의 약점이던 공중정찰과 대잠작전능력을 향상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 오리온은 2030년에 퇴역할 예정이다.
군은 포세이돈은 포항 등 지상기지에서 발진해 대잠작전을 수행한다. 반면 시호크는 광개토왕급 이상의 구축함에 탑재돼 함정과 협동작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미 해군의 시호크 해상작전헬기[연합뉴스]
해군은 시호크의 착함 문제 해결책으로 헬기 바닥에서 뻗어 나온 작살형(harpoon) 장치가 함정의 갑판에 있는 격자무늬로 된 철창 바닥을 움켜잡고 고정하는 방식인 '하픈-그리드' 장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상초계기에 더해 신형 해상작전헬기 시호크 도입으로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며 "늘어난 체공시간만큼 원활한 작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일 대잠훈련에 참가한 미 해군의 시호크 해상작전헬기[해군 제공/연합뉴스]
또 다른 전문가는 "MH-60R 시호크는 대만이 2022년 5월에 12대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필요성이 없다는 미국 측의 냉담한 반응으로 결국 포기한 장비"라면서 "현재 운용 중인 외국은 호주(24대), 덴마크(7대), 사우디아라비아(1대) 등 몇 나라뿐"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이어 "시호크가 본격적으로 실전배치되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에 대한 해상감시능력도 크게 늘어나게 돼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장비"리고 덧붙였다.
韓, '시호크' 도입으로 해상 킬체인 역량 크게 향상 (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