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휴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정말로 안전에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이 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길을 잃는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올해는 그리스 전국을 휩쓴 폭염 때문에 관광객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다음날 BBC 방송에 따르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55세 미국인 남성의 시신이 전날 마트라키섬의 항구 근처 해변에서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지난 11일 한 바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행방이 묘연했다. 현지 경찰은 그의 주검을 근처 코르푸섬으로 옮겨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지난 9일에는 시미섬에서 영국 TV진행자이자 신문칼럼니스트인 마이클 모슬리 박사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모슬리는 부인이 실종 신고한 지 닷새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는데 섭씨 40도의 무더위 속에 산책을 나갔다가 고온에 의한 탈수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15일에는 74세의 네델란드인 남성이 사모스섬에서 소방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에게해의 작은 섬인 시키노스에서도 73세와 64세의 프랑스 여성 2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된 프랑스 여성 중 한 명은 투숙 중인 호텔에 조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돼 현지 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그리스 대부분의 지역이 6월 첫째 주 섭씨 43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하이킹에 나서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았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염이 기록상 가장 심한 무더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리스에서는 최소 사흘 이상 섭씨 38도를 넘는 날씨를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BBC는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열풍이 그리스 등의 무더위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스 수색대를 이끌었던 디미트리스 칼라치스는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무더위 속에서 걷는 일의 위험성을 모르고 관광지를 찾았다가 길을 잃기 때문에 구조 작업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숙련된 도보 여행자인 미국 관광객 앨버트 캘리벳(59)이 11일부터 실종된 아모르고스 섬에서는 강도 높은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LA 보안관 출신인 캘리벳은 북쪽 애기알리 마을에서 카타폴라 항구를 향해 출발했는데, 보통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한 여성이 그에게 물을 팔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달 초 67세 네덜란드 관광객이 크레타섬의 밀론 협곡을 건너다 심장마비로 숨졌고, 70세 프랑스 관광객은 섬의 인적이 드문 해변을 거닐다 쓰러져 숨졌다.
그리스는 기온이 섭씨 43도에 달하자 방문객이 가장 많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했고, 각급 학교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