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궁리 /박병화
우리마트 어물전
생태 한 무리가 호객행위를 한다
채 물기 마르기 전
입맛 당기는 몸이 줄 준비가 됐다는 듯
오천 원의 꼬리를 달고 있다
초롱한 눈, 매끈한 피부, 세 마리,
무, 고춧가루, 소주,
군침 도는 궁리가 천천히 헤엄친다
물 좋다는 홍등가 진열장
분홍녀 고르듯 한무리를 가리키자
무심한 망나니 죄인 목을 치듯
탱탱한 몸을 뎅겅뎅겅 잘랐다
주둥이와 꼬리가 잘린 몸
삶이 마감됐다는 부고를 접하고
눈길을 주자 울컥 쏟아질 거 같은
커다란 눈이 반짝 흝고 지나간다
위로할 수 없는 눈이 눈을 쓰다듬는다
나는 파랑波瀾 인 바다를 보고
그는 번들거리는 살로 분장하고
페르소나*를 연기하는 나를 본다
뜨겁다는 것에 결로 부서지는 살
슬픈 입맛에 중독된 미각이
토막난 기억을 먹는다
머리에서 이탈된 그의 눈을 먹는다
오래된 궁리가 입안에서 오돌거린다
첫댓글 시인님 .. 도전하는 삶은 살지 않기로 했어요... 순응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중 입니다... // 등단 시도도 안 해봤어도 시집은 하나 내고 싶어요. 도와 주실꺼죠 === 우리집 바로 앞에 "우리마트"가 있어요..가끔 생태(동태도) 세일을 해요... 시인님도 오셔서 한무리 사가시죠..
생선을 소재로 사유깊은 기억여행을 하셨네요..좋은글입니다...근데 시집내실 때 어케 도와드릴까요?..우리마트가서 생태 한무리만 사면 되겠는지요..ㅎㅎ ..궁리 좀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