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미 이프유 캔*
이장희
검색이라는 그물에 걸린 집게손가락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다
신세계로 초대받는 터치
무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호기심을 삽입하려는 의미에 매듭을 엮고
화면 속에 갇혀있는 것을 불안해하며
순번을 기다리는 낱말의 얼굴은 초조하다
다가가지 않으면 박제로 될지 모르는 채로
지문 하나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광속으로 준비된 마음 위를 걷다가
그 속도로 사라지며 다시 불러주길 기다린다
터치 하나로 열리는 문
적재되어있는 흔적이 보이질 않고
액정의 등에서 기대고 있다
걷기를 거부하고 또 하나의 탄생의 유혹의 덫
지문의 유죄판결을 내리는 액정의 예리한 판단력
빛보다 먼저 앞에 서 있는 터치
사막의 모래 위에서도 춤을 추려 하는 터치
제자리를 돌려놓지 못하는 가슴 속은 잠들고 있다
무중력의 유영을 거부하는 집게손가락
검색의 중력에서 족쇄를 채우고
가부좌에서 흘러내리는 신세계의 끝을 목격하지 못하고
터치의 알몸은 보여주지 않는다.
* 영화제목 차용
관찰 카메라 #4
연필이 산란하는 풍경을 본다
둥근 곡선을 필사하면서
거친 선을 다듬는 손가락 춤
거리를 서성거리는 시선
바깥을 애호하면서 호위하는 생각의 눈초리
뒷모습의 껍질을 수집하는 그녀
앞모습에선 긴장을 쥐고 있어야 했다
속눈썹이 미끄러지며 진지한 눈빛
매혹적인 여자 앞에 주저앉아 버리는 그녀의 시선
좁은 어깨를 다독이는 생각의 침착함
아침에 부는 바람의 각도와 마주친다
치마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을 때
펄럭이는 스커트 곡선을 매만지려는 눈동자
어둠을 밝히는 외등 사이에 있는 여인에게서
금방이라도 다가올 듯, 둥근 실루엣이 보인다
머릿속에 숨겨둔 파도를 꺼내놓으며
뇌 새김을 반복하려는 그녀의 연필 끝
발 앞에 또르르 굴러오는 형상을 줍는다
올라간 입꼬리에 망토를 두르고
노을 속에 갇혀있는 여인을 꽉 붙잡아 보려는 그녀
도도하게 뚜벅거리는 여자의 뒷모습보다는
파도가 쏟아질 듯 변신하는 곡선에 쏠리는 그녀의 시선
연필 끝은 침착하다
그녀는 스케치 속에 흡수되어 유영하고
바다와 곡선이 늘 잠잠해지듯,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