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나들이 포스팅에 왠 영화 포스터일까?
먼저 마가렛 킨의 회고전을 보기 전에
영화 '빅 아이즈'를 먼저 만나보길 권한다
나도 2015년도에 이 영화를 만나고
실제 그림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녀의 회고전을 한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작년에 봤던 노벨상 문학상을 가로챈 남편의 영화 '더 와이프'와
같은 맥락의 영화라고 보면 된다
너무나 깊이감 있게 심리를 연기한 '글랜 클로즈'에게 골든 글로브상을 안긴
'더 와이프'는 픽션이지만
영화 빅아이즈는 실화라는 게 다른 점이다
1900 년도 초기까지
여성의 작품은 인정 받기도 어렵고
예술가로서 활동하기 조차 어려웠던 시대였다
자신의 능력을 남편의 공으로 돌려야했던 시대의 희생자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로뎅의 연인 까미유클로델도 생각나게 한다
'마이아트 뮤지엄'은 지난번' 알폰스무하' 전을 관람한 곳이라고 익숙하게 느껴진다
가장 먼저 영화의 포스터로 사용된 이 그림이 눈에 띈다
처음엔 기괴하기 까지 했던 큰 눈이
점점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절정에 달하고
슬프면서 깊어지는 큰 눈이 사랑스러워 질 무렵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 속 실제 그림들이 너무나 궁금했던 난
이번 전시회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녀 마가렛의 이름을 쓰지 못하고
두번째 남편 킨의 이름으로 활약하던 시절의 작품들을 감상해본다
어릴 때 사고로 수술 후 귀가 잘 안 들리던 시절이 있었던 마가렛은
사람과 대화할 때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눈은 영혼의 창이라 느끼고
눈을 강조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전쟁 후의 참혹한 현실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알리려 했던 화가 마가렛
영화에서 그렸듯이
그녀의 작품은 말솜씨 유려하고 사교적이며 입신양명 처세술에 강했던 남편에 의해
각종 포스터나 상품포장지 등으로 팔려나가면서
그 부부에겐 굉장한 부를 가져다 줬지만
그녀의 그림은 키치 취급을 받는다
그녀의 작품을 좋아했던 영화감독 팀버튼도
어렸을 때 엄마를 따라갔던 미용실, 각종 가게 거리 등 어디서나
그녀의 그림을 만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의 그림에 매료되어
그녀의 일생을 영화로 만들자는 러브콜을 끊임없이 보냈다고 한다
이제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갖고 화가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몸부림이 시작된다
남편의 협박에 못이겨 이름 없는 화가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는 화풍을 완전히 바꾸어
이전의 빅아이즈와는 전혀다른 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싸인도 킨 앞에 그녀의 이름 이니셜 MDH 를 넣는다
물론 남편을 위해 빅아이즈 시리즈는 계속 그려야 했다
이를 계기로 남편은 부부화가로 각종 매체에 알리며 홍보하기 바쁘다
모딜리아니를 존경했던 마가렛은 모딜리아니 화풍으로
긴 얼굴 자화상이나 여인들을 많이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 속 여인들의 다크서클이 매우 진한 걸 보면
남편을 위해 빅아이즈 시리즈를 계속 그려대면서
자신의 그림까지 그리려니 얼마나 피곤했을까 짐작된다
그래도 자신의 이름으로 그릴수 있음에 마냥 행복했을 것 같다
집에는 아무도 초대할 수 없고
그녀의 그림 그리는 방은 딸도 출입이 금지된다
그렇게 그녀는 감금해 있다시피 하면서
남편의 탐욕을 채워주기 위해 빅아이즈를 그리고 있다
그러다가 남편의 폭력에 못이겨 딸과 함께 하와이로 도피한다
이혼을 요구하는 그녀에게 남편은 빅아이즈 100편 이상을 그려줘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에게서 풀려나기 위해 30여 편이나 그려 보내주다가 결심을 하는 그녀
하와이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진실을 밝힌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법정에서 그림을 시연하라는 판사의 말에
두 사람은 이젤과 물감 앞에 앉는다
아크릴 물감과 유화물감도 구별 못하는 남편 윌터 킨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팔이 아프다는 핑계로 스케치조차 못하는 월터는 이미 패자임이 분명해진다
배심원들은 1시간 이내에 빅아이즈를 그려낸 그녀의 손을 들어준다
법정을 나서며 몰려든 기자들이 묻는다
"이 작품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네 증거물 224호 입니다"
아마도 그녀 재판 번호가 224호 이었나보다
바로 증거물 224호가 전시되어있다
아크릴 케이스에 꼭꼭 담겨있다
"마치 증거물은 소중하니까요" 하며 속삭이듯
실제 화가와 그녀를 연기했던 배우가 많이 닮아있다
1920년대의 그녀
참으로 세련되고 멋진 여성이다
90세가 넘은 나이로 활발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하니
그동안 윌터에게 받은 고통은 그림으로 승화되고도 남았을 테지.
하와이로 이주해서는
원주민의 모습도 많이 그렸다
새장을 열어 새를 밖으로 내오고
자신의 손에 올려놓고 있는 모습에선
남편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강렬한 욕구표현이 아닐까
처음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줄 알았다 ㅋㅋ
플루메리아 꽃을 들고 있는 여인이 참 아름답다
이 그림 역시 하와이에서의 삶이 드러난다
산산조각난 자아를 표현한 그림
이 그림은 금박을 입힌 바탕에 그린 그림인 듯 하다
머리카락 한올한올 뾰족한 무언가로 섬세하게 표현한
손길이 느껴진다
까만색의 모자를 긁으면 머리카락 몇올 더 생길텐데
나도 한번 몇가닥 그려 넣어보고 싶은....
점점 그녀의 그림이 밝아진다
조금씩 입을 벌리고 웃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동통하고 이쁜 아기얼굴
분유광고 사진 같다
모든 작품을 다 찍을 듯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었대나
그럼 아시아 최초의 작품전인데
이럴 때 그녀의 작품을 많이 담아놔야 하지 않겠니?
똑바로 쳐다보는 눈만 보다가
이렇게 살짝 눈에 힘을 뺀 그림을 보니 반갑다
모든 게 힘이 빠져야 더 느슨한 아름다움이 있다
점점 밝아지는 배경이 기분 좋게 한다
민트 색의 밝은 소파 가 그동안 배경을 최소화했던 그림들과 차별성이 느껴진다
마가렛이 눈만 쳐다보다가
점점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생긴게 아닐까
그녀의 손가락 반지를 자세히 보세요
절대 빅아이즈를 포기 못하는 그녀
색감도 밝아지고
아이들에게선 미소가 보인다
빅 아이를 나르고 있는 개미들일까
아님 개미들을 노리고 있는 누군가의 빅 아이일까
그녀는
작은 동물의 눈도 크기를 포기 못합니다
마가렛이 팀버튼 감독의 끈질긴 러브콜에
자신의 일생을 영화로 만들면서
까메오로 출연했다는 것을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알았다
어머나 세상에
샌프란시스코의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의 뒷 벤치에 앉아있는 그녀
집에 와 영화를 다시한번 보면서
이 장면을 찾아내고 얼마나 웃었는지
더 놀랄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윌터 킨의 작품을 소개한 신문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는 남편의 그림으로 소개되었으니
이 신문을 본 우리 국민 모두가 속았던 거였다
이 장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잠깐 지냈던 짠딸이
쉬는 날 갔던 곳이라며 영화볼 땐 그냥 지났쳤던 장면인데
그 곳을 다녀와 영화를 보니 이 장면이 새롭게 보인다며 즐거워한다
모든 여행 프로그램이나 여행 책자에서
내가 가본 곳에 더 관심이 많이 가는 게 모든사람들의 경험일게다
마가렛 여사님
오래오래 많은 그림 남겨주세요
건강하게 사셔서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