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고택
©김아현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나고 성장한 공간인 추사고택은 그의 삶과 학문의 시작을 품고 있는 역사문화유산이다. 현재 남아 있는 안채와 사랑채는 김정희의 증조부이자 영조의 사위였던 월성위 김한신이 건립한 것으로 전해지며, 조선 후기 상류가옥의 구조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건축물이다. 동서로 길게 배치된 고택은 안채와 사랑채가 각각 독립적인 공간을 이루고 있으며,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와 함께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과 역사 탐방객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예산 대표 문화여행지다.
추사고택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함보다 절제된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전통 한옥 구조에 있다. 사랑채는 남향의 ㄱ자형 구조로 손님을 맞이하던 공간이며, 각 방 앞에 길게 이어진 툇마루는 이동 동선과 휴식 공간을 동시에 담당한다. 안채는 가운데 안마당을 중심으로 사방을 감싼 ㅁ자형 배치를 이루며 외부에서 내부가 바로 보이지 않도록 판벽을 세워 사생활을 보호한 점도 흥미롭다. 동쪽을 향한 대청과 팔작지붕, 지형의 높낮이에 맞춰 맞배지붕을 더한 독특한 설계는 조선 후기 상류주택 건축기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곳곳에 남아 있는 기와지붕과 담장, 자연석 축대는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품격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솟을대문을 지나 사랑채와 안채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추사 김정희의 예술 세계를 더욱 가까이 만날 수 있다. 기둥마다 걸린 주련에는 추사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글귀가 남아 있으며, 위로 들어 올려 여닫는 전통 들어열개문은 한옥 특유의 개방감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영정각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초상 모사본이 봉안돼 있으며, 닫집 형태의 화려한 보궁 장식은 공간의 품격을 더한다. 문화관광해설사의 무료 해설을 사전 예약하면 건축양식과 추사의 생애, 작품 세계까지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어 관람 만족도가 한층 높아진다. 약 1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코스도 장점이다.
추사고택은 한 곳만 둘러보기보다 주변 명소와 함께 여행 일정을 구성하면 더욱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에는 천연기념물 황새 복원사업으로 유명한 예산황새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가족 여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아기자기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백송공원까지 함께 방문하면 산책과 휴식, 역사 탐방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고택 뒤편 언덕에는 추사 김정희와 두 부인이 함께 안장된 3합장묘도 조성돼 있어 조용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며 추사의 생애를 되새겨볼 수 있다. 예산의 역사와 자연을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 부족함 없는 여행 동선이다.
추사고택은 입장료와 주차요금이 모두 무료이며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예산의 대표 역사문화 명소다. 운영시간은 하절기(3~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2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추석 당일에는 휴관한다.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다음 날 휴관한다. 문화관광해설은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역사교육 여행이나 가족 나들이에도 만족도가 높다.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소나무 숲과 담장 풍경까지 함께 즐기면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여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