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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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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1월호와 길마가지나무 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63 16.01.14 08: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빗방울이 오가고 날씨가 어중간하더니

한라산 지대에서는 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서울에는 영하 10도로 내려갔다고 야단들인데

이곳은 겨울 들어 오늘아침 영상 5도가 기록이고

다른 해 같지 않아서 눈도 많이 오지 않았다.

 

오늘 곶자왈 다녀온 친구로부터

수많은 백서향이 중

한 그루에 꽃이 피었다면서 사진을 보내왔다.

그렇다면 곧 이 길마가지나무 꽃도 필 것이다.

작년 그곳에서 같이 핀 것을 보았다.

 

저녁 먹고 <우리詩>를 읽다가 몇 편 골라

작지만 향기가 천리향 못지않은

길마가지 꽃 사진과 곁들인다.

 

길마가지나무는 인동과에 속한 낙엽 관목으로

높이 3m에 달하며, 가지는 속이 백색이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다. 잎은 마주나며,

꽃은 4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밑을 향하여 핀다.

열매는 적색이며 식용한다.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한다.

 

 

♧ 장춘長春행 2길 - 이석정

 

포도 위를 팔딱팔딱 뛰어가는

나무가 있다

뛰어가다 돌아보는 나무가 있다

데굴데굴 구는 나무

하늘로 차오르는 나무

산을 질질 끌고 가다 주저앉아

숨을 쉬는 나무

길에 벌렁 누워버린 나무들이 있다

오방색 나뭇잎 나무들

 

산책길에

꾸벅

인사하는 나무가 있다

 

길을 잃은

나무는 없다

 

 

♧ 화계사 숲 - 박원혜

 

서늘한 걸음걸이로 황량한 숲 속의 스산한 일주문을 지나

얼굴 큰 어둠의 끝으로 가서 희미한 초승달을 만나고

뒤돌아 오는 길의

허무의 동굴 속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의 몸짓을 본다

눈빛은 떨려 가을의 노란 깃털처럼 소망했던

지난날의 만남을 새로운 용기 속으로 밀쳐넣는다

혹독했던 11월의 꽃사슴의 눈망울을 언덕 위

높다란 하늘에 뿌린다

마른 채로 흘러내리는 개천을 안고

산하에 번져오는 먼 발치의 인수봉 바위를 들척인다

소나무 둔덕 밑에서 씁쓸하게 웃던 지난여름날의 목련이

비 내리는 가을 속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 월아산 일출 - 도경희

 

별과 별 사이 날아다니다

꿈을 물고

동틀 녘 찾아오는 휘파람새

일제히 소리쳐서 태양을 깨운다

까치도 무거운 날개를 낮게 옮겨 앉으며

깍깍 새벽을 재촉한다

결이 거친 새벽이 숲의 형체를 잡아나가고

잔털로 덮여 있는 목련 보송한 꽃눈

매정한 어둠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

두 팔을 펼치고 흔들리며 서 있다

이윽고

삶을 엮는 숫된 노래

장엄 일출을 맞는다

 

 

♧ 이순耳順 - 유진

 

미수米壽의 시누올케가 또 냉전 중이시다

 

티격태격 기대고 사는

아랫집 윗집 팽팽한 줄 당기기가

분단된 한반도 같다

 

사는데 보태준 거라곤 고약한 심술보, 매몰스런 입방아에

대못이 박혔다며 가슴팍을 치는 어머니

고생 모르고 산 평생에 무슨 푸념이냐고 삐죽거리는 고모

 

나무랄 수도 없고 편들 수도 없는 양쪽을 오가며

맞다, 맞아요! 맞장구치다

어느새 귀가 순해진 올케와 나는

미수의 소설책 스무 권을 다 받아 적지 못하고

 

흘끔거리는 휴전선 변방에 곰솥 불 지펴두고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장작개비 장단으로 늘어지게 불러본다

   

 

♧ 자유 2 - 박병대

 

외롭다고 칭얼대는 것은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엄살이다

산봉우리는 외로움으로 있어도

외롭다고 말하지 않고

한 그루 나무도 보듬지 않고

한 송이 꽃마저 피우지 않는 것은

무한한 자유를 잃지 않기 위함이다

외로움에 찾아오는 것들은 잠시 머물다 떠난다

향기와 달달한 꿀이 있어도

머물수록 향기는 덤덤해지고

달달함마저 둔감해지면

떠나는 길에서도 돌아다보지 않는다

나무는 외로워 가지를 뻗고

꽃은 외로워 향기와 꿀을 만든다

산봉우리는 외로워 담장을 세우지 않았다

꽃은 외로워도 지는 것을 잡지 않고

나무는 외로워도 지는 낙엽 잡지 않고

산봉우리는 외로워도 가는 구름 잡지 않는다

외로움은 떠나는 것들이 있어 자유롭기 때문이다

 

 

♧ 거금도 바다 - 진일

 

하늘을 질러갔다

구름이 쫓아오는 길

 

꽃바람에 꽃파도가 일렁인다

바다는 꽃물이 들기 시작한다

해당화 빠알간 웃음을 머금고

 

장관이다

파도가 일어나

하늘과 섞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노닐고 왔다

구름들이 온몸을 적셨다

 

바다는

물때 따라 새로운 양식을 품는다

 

 

♧ 태백산 주목나무 - 김영호

 

태백산 협곡의 한 그루 주목나무

일곱 식구를 태운 구루마를 끌고

눈발 속 피난길 걸으시던

옛 아버지 뒷모습이네.

 

삭풍도 진눈깨비도

당신의 근골(筋骨)로 막아

식솔들의 눈썹 위로 비껴가게 하시던,

그 모진 이 땅의 역사와 혈투를 끝내고

백두대간의 산맥으로 서 있는

우리들의 아버지.

 

주막으로 모시고 들어가

술 서너 사발 사드리고 싶네.

뜨거운 시래기 술국과 함께.

 

유년의 고향으로 모시어

친구분들과 화투를 치시고

밤참으로 칼국수를 드시게 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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