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이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어렵다고 느끼는 것도 매우 다양하다. 생계의 어려움, 관계의 어려움, 일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 등 사람마다 천양지차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어려움조차도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같은 어려움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생각하기 나름일 수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 앞에서 과연 어려움 때문에 힘들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암 말기 환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원이다. 통증을 완화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곳이다. 1%의 기적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절박하게 살아가는 곳이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더 살고 싶다는 바램밖에 없다.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자동차, 더 좋은 명예, 더 좋은 아파트, 더 좋은 승진 같은 것은 일도 바라지 않는다. 오직 바라는 것은 하루 더 삶을 연장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 한 번 더 얼굴 보며 대화 나누는 것이 희망이자 꿈이다. 소변 한 번 시원하게 배출해 보는 것이 희망이다. 물 한 방울이라도 좋으니 맘껏 마셔 보는 것이 소원이다.
직장 일이 힘들다고 불평하지 말아야겠다. 사람 관계가 힘들다고 짜증 내지 말아야겠다. 자녀들 속 썩인다고 원망하지 말아야겠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지 말아야겠다. 뜻대로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얼굴 찌푸리지 말아야겠다.
마음먹으면 걸을 수 있고 자녀들 얼굴 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행복이다. 먹고 싶은 음식 씹어 먹을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직장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 중에 감사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사람을 미워했던 기억이다. 가족들을 미워할 필요가 없는데 철부지처럼 증오했던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한다. 맞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는다.
일상의 삶이 바쁠 때 나도 모르게 불평하는 일이 생긴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며 곁에서 지켜본 염창환 의사 선생님의 호스피스 이야기를 천천히 읽으며 나의 마음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 보라고 추천한다. 삶을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기적이고 감사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꼭 기억해 둘 문장을 꼽아 보았다.
57쪽. 그들을 통해(임종을 앞둔 환자) 바라본 병원의 현실은, 의사는 '의술'과 '인술'을 함께 펼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때론 뛰어난 수술이나 좋은 약이 아니더라도 환자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더 좋은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66쪽. 병원 생활을 오래 했지만, 선생님처럼(염창환 의사) 환자 입장에서 노력하시는 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74쪽. 그날 그의 한마디는 나에게 의사가 갖춰야 할 '사명감'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191쪽. 호스피스는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습게 볼 정도로 매우 소박한 일을 환자들이 한순간이라도 다시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 자가 호흡을 하고, 방귀를 뀌고, 물 한 모금을 음미하며 천천히라도 마실 수 있는 작은 기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