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후손 - 손진은
손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류의 조상은 나무였다는 생각이 든다
우글우글한 누대의 흰뿌리 퍼올려 낳는 잎맥들
어머니 나무에서 나온 한 그루
나의 씨앗에서 싹튼 어린 몸에 나부끼는
잎맥이 하, 신기하게도 닮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TV 속 이산가족들 하나같이
주름진 잎맥들만 연신 부벼쌓겠는가
도시보다 도시가 낳은 골목들보다도 더 조밀한
잎맥들 낱낱의 손금에 흐르는 강물이란
무수한 사람들 틈에 흐르며 불쑥 못 보던 줄기 하날 치는 것
점심 후 도심 산길, 가지 새로 흘러내리는 햇살 왼몸에 창자에
감다보면
제 푸르던 생을 노랗고 빨갛게 물들이다 나무들
잎새를 무덤처럼 둥글게 쌓아둔 채 저 생으로 몸을 밀 때는
별무리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밤마다 먼 별들의 강숲에서
글썽이는 눈시울들이 어린 잎자루를 반짝이며 닦아쌓겠는가
하여 잠시 빠져나왔던 일터의 공기를 떠올릴 때도
어느새 내 핏줄을 포위하는
자신의 맥박들이 세상을 다 밀어버리는 것도 모르는 잎맥들의
흔들림!
그래, 나는 잘못 진화된 나무가 낳은 자동차 충혈된 힘줄이
스멀대는
마른 나무들의 분지를
잎새에 스치는 바람이듯
바스락거리는 잎새들이 밟히는 사원이듯 성큼,
다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