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유난히 마음이 평온하였었다.
오전에 두 시간 가량 산책 겸하여 시내를
천천히 걸으며 서너 곳을 방문하고 난 다음
오후에는 밭에 나가볼까 싶었지만, 주말 즈음으로
예고됐던 비 소식이 사라져버렸기에 계획을 바꾸어
세 시 쯤 레오에게 가서 야외활동을 권하였다.
현관의 벤치에서 청소하시는 영감님과 환담을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레오가 퀵보드를 타고 나왔기에 놀이터로
가니 7반 서준이 나와있어서 함께 놀라 했더니 이 녀석이
할아버지가 무안할 정도로 달아나 버리기에 지웰놀이터로
따라갔더니 1학년 아이들이 다수 나와 있었다.
일전에 지훈이가 치킨 달라고 했던 일이 기억나기에 놀이터에서
놀던 손을 닦지 않고 치킨을 먹을 수 있겠느냐 물었더니, 2반이라는
종혁이가 콜팝을 사면 손 대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 하면서 BHC치킨을
알려주기에, 단지내 상가에 있는 가게로 가서 두 컵을 사다가 나눠주었다.
하나는 지훈이가 차지를 해버렸기에 레오의 컵에 든 것을 꼬챙이로 찝어서
아이들의 입에 넣어주었는데, 콜라는 빨대가 하나 밖에 없어서 나눠주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콜팝이 이런 것인 줄 알았더면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가서 아이들 숫자 만큼
사주는 게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일었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아이들과 레오가
친근하지 않으므로 차후 서로서로 친해진다면 모두 데리고 가서 각자 한 개씩
들고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레오에게 친화력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날이었다.
좀 더 많은 친구들을 스스럼 없이 사귈 수 있음 좋을텐데....
친구를 가려서 사귄다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아직 어린 레오에게
상대방의 인성을 정확하게 파악할만한 능력이 갖춰졌을지는 의문이다.
할아버지도 대인관계가 서투르니 만큼 레오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대인관계에 관하여 배우고 익히도록 힘써야 함을 절감한다.
호불호에 휘둘리지 않는 이상적인 대인관계와 인맥관리란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