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평택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A씨는 윗집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다가 급매로 이 아파트를 처분하고 인근 단지 탑층을 매수해 살고 있다. A씨는 “층간소음으로 너무 고통받아 이사왔는데 너무 만족하고 있다”며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다는 게 탑층 단점이라고들 하지만 오히려 겨울에는 정남향이라 빛이 더 들어와 난방비가 덜 들고, 여름은 다른 층이나 탑층이나 에어컨을 켜는 건 똑같지 않나”고 말했다.
#. 몇 달 내 이사를 계획 중인 B씨는 신축아파트 고층과 구축아파트 탑층 중 어느 곳을 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신축은 올해 입주한 아파트, 구축은 15년차 아파트다. B씨는 “집값과 리모델링 비용까지 생각하면 신축보다 구축이 더 비싼데 층간소음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어 구축 탑층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며 “신축으로 가게 되면 윗집이 복불복이라 불안하다”고 했다.공동주택의 해묵은 갈등인 층간소음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그간 엘리베이터, 결로, 단열 등 단점이 부각됐던 탑층의 위상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선 입주한 지 몇 년 안 된 신축아파트의 경우 로얄층(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층)에 탑층을 포함시키는 분위기도 있다.
탑층은 아파트 꼭대기층으로서 조망권, 일조권 등에서 다른 층 대비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아파트 옥상바닥을 통해 천장에 빗물이 새는 누수 문제나 다른 층 대비 단열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냉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등 거주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불편에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주로 준공된 지 수십년 된 구축아파트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졌다. 또한, 아파트 꼭대기에 위치해있다보니 엘리베이터 대기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탑층의 선호도가 이전보다 높아지는 양상이다. 층간소음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탑층 거주자 C씨는 “층간소음으로 살인도 나는 세상”이라며 “신축 탑층은 더 덥거나 춥다는 것을 못 느끼고 살고 있다. 덥다고, 춥다고 살인이 나지는 않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다른 탑층 거주사 D씨는 “아파트는 주변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 탑층은 그나마 아랫집만 신경쓰면 되니 마음이 편하다”며 “물론 관리비가 조금 더 나오긴 하지만 몇 만원 차이고 봄이나 가을에는 오히려 평균보다 적게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다만 실거주가 아닌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탑층을 로얄층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아파트 시세만 살펴봐도 탑층 매물이 같은 타입 중층~고층 매물 대비 몇천만원씩 저렴하게 나온 사례가 다수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49㎡ 탑층(29층) 매물은 현재 13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는데, 같은 타입 다른 층 매물 가격은 14억2000만원이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5차 전용 78㎡ 탑층(9층) 매물은 현재 가격이 22억원인데, 다른 층 같은 타입 매물은 23억~24억원에 나와있다.
뿐만 아니라, 신축일 경우 구축 대비 탑층의 단열·누수·결로 우려가 덜하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입주 5년이 안 된 신축아파트에 거주 중인 E씨는 “요즘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름에 많이 더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아파트 로얄층은 35층 기준으로 15층~25층 정도 수준이다. 그래도 탑층은 층간소음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조망이 정말 좋다면 가격이 로얄층과 비슷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탑층은 엘리베이터 대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어 로얄층 시세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신혜원 hwshin@heraldcorp.com 기자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