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학교에 부임하신지 얼마 안 된 과학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본인이 실제로 겪으셨다고 해요 + 선생님께서는 젊으셨습니다. 저희 학교에 오셨을 때 27살 정도 셨습니다)
정확히 고등학교인지 대학교인지는 밝히지 않으셨습니다.
확실한 건 기숙사를 사용하던 여대/여고 였다는 거예요.
선생님께서는 3명과 방을 같이 썼으니 4인실을 사용하고 있었고, 방에는 화장실과 책상, 그리고 이층 침대가 2개로 구성된 방이었다고 해요.
그날은 시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시점이었고, 과제 혹은 고등학생이라면 수행평가 준비도 같이 했어야했기에, 잠을 길어봐야 2~4시간 정도만자는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었죠.
금요일이 되었고, 본가가 먼 선생님과 2명은 평소처럼 주말에도 기숙생활을 하고, 나머지 한 명은 본가와의 거리가 2~3시간 정도라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일요일에 다시 학교로 오기로 했답니다.
사건은 늦은 저녁?새벽에 일어났습니다.
나머지 친구들은 이미 잠에 든 지 오래였고, 선생님만 홀로 공부를 더 하다가 너무 졸려 쪽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이 날 아마 혼자 밤을 새기로 하셨던 것 같아요)
잠은 평소에 4개의 책상 중 하나의 스탠드 조명을 켜고 잤다고해요. 혹시 몰라서..+ 각자 침대 찾기용으로.
그렇게 똑같이 선생님 책상에 있는 스탠드만 켜고 침대에 잠시 누워 눈을 감았는데,………
늦은 저녁이다보니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평소에도 그렇게 시끄러운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던 기숙사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마치 계단을 오르는 소리나 복도를 걸어다니는 소리 같은거요.
선생님은 그냥 경비 아저씨나 사감 선생님이 돌아다니는 학생이 없나 살펴보시려고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그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가 가까워지는데에 꽤 긴 시간이 걸렸고, 뭔가.. 그런거 있잖아요.. 옆방이나 옆옆방들도 문을 한 번 씩 열어본다는 듯이 발소리가 났다가멈췄다가 났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더라고요.
문고리가 돌려서 소리가 끼익 소리 나는 그런 동그란 모양이 아니었고, 조심해서만 열어보면 소리가 안 나는 새부리모양 문고리라,.. 직감적으로선생님은 ‘이 사람은 사감선생님이나 경비 아저씨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해요.
그렇게 가까워진 발소리는 어느 덧 선생님이 머물던 방 앞에서 멈췄습니다.
본인의 방이다 보니 문고리를 아무리 조심히 잡아서 내려봐도 소리가 조금은 났다고 해요.
그런데,, 그 문이 열리는 거예요…
가끔 옆 방 친구들과 몰래 배달 시켜 먹고 간식거리 나눠먹겠다고 왔다갔다 하다보면 문을 잠그지 않고 그냥 열어두는 경우가 있었어요.
또, 당시에 이미 몇 년 간 기숙생활을 하던 탓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던 거죠.
(그때까지는 그런 일이 크게 발생하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현재 본가에 간 룸메가 사람없는 방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서, 일요일까지는 거의 잠궈두질 않았습니다.
스탠드를 하나만 켜 뒀는데,, 침대기둥들에 가려져서 빛이 세지 않았어요.
누군가가 들어오긴 했지만 고개를 들지 못하겠더라고요. (참고로 선생님은 2층 침대를 사용하셨습니다)
2층 침대에서 밑을 보려면 적어도 고개를 들거나, 누워있는 상태에서 일어나야 하잖아요.
그렇게 숨소리도 내지 말자.. 홀로 최면을 걸며 제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믿지 않고 있던 종교신들을 부르며 제발 좀 살려달라고마음속으로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들어와서 문을 다시 조용히 닫은 후, 뭘 하는 지 너무 궁금한데 볼 수가 없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잠을 잘 때 항상 옆으로 몸을 틀고 (아기자세) 잠을 청하는데, 4명의 방이니까 이층침대가 두 개일 거 아니에요?
선생님 시점으로는 앞사람 침대가 보이는겁니다.
조용하게 흘러가던 그 숨막히던 침묵이 있었고, 본가에 간 친구 한 명은 선생님 침대의 1층을 쓰고 있었는데 없는 거잖아요..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시간이 좀 흐르니까 원래는 세어 나오는 스탠드 빛 때문에 조금 색이 있던 감은 시야에 그림자처럼 훅 하고 검은색으로바뀌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뭘까 하고 실눈을 떠봤더니
키가 큰 사람이 저의 앞 침대 2층에서 자고 있던 친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만지고 뭘 하는 건 아닌데, 그냥 지켜보더라고요..
선생님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ㅇㅇ아 적당히 공부하고 자~’하고 스탠드 불빛에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항상 안대를 차고 고무 귀마개를 하고잡니다.
실눈을 뜬 상태고 스탠드 빛은 너무 작아서 그 사람의 얼굴이나 이런 건 제대로 못 봤는데, 아무튼 키가 큰 사람이라는 건 알겠더라고요.
저 친구에게 무슨 짓을 할까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앞 침대를 보고 선생님 침대 쪽으로 왔습니다.
선생님도 똑같이 빤-히 몇 초 간 바라보셨다고 해요.
(그때는 실눈도 뜨고 얼굴이라도 봤으면 자고 있지 않는다는 걸 들킬까 봐 혼신을 다해 자는척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뒤로 가길래, 가나보다 하고 안심하던 순간..
그 사람이 스탠드가 켜져 있는 선생님 책상에 앉는 소리가 나는거예요.
가위 눌린 것처럼 이제는 몸도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필통을 뒤적거리는 소리가 나던데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필 왜 택배박스까는데에만 사용하던 커터칼을 그 사람이 집어들더라고요..
그러고는 칼날을 뺐다 넣었다 드르륵 드르륵 거렸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고무 귀마개를 하고 자서 선생님도 그렇게 잘 거라고 생각한건지, 아니면 그냥 미친건지, 너무나도 당당하게 그러고 있었습니다.
의자는 바퀴가 달려있었는데, 스탠드에 비친 그림자가 멈춰있는 게 아니고 계-속 움직이는게, 그 사람이 의자에 앉아서 빙글빙글 돌면서 커터칼을드르륵 거리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이건 정확하진 않고 선생님 추측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20분 정도가 흐르니, 그 사람은 그냥 나가더라고요.
너-무 소름이 끼쳐서 한동안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가위가 풀린 듯이 온몸에 힘이 풀리며 움직여졌고, 앉았는데 식은 땀이 확 내려 앉더라고요.
기숙사 방 문 옆에 공중 전화처럼 사감 선생님이나 경비 아저씨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전화기가 하나 있었는데, (휴대폰은 다 제출하거나 가지고있지 않은 학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몇 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울면서 바로 전화를 거셨다고 해요.
다음 날이 되었고, 토요일엔 같이 방을 쓰던 2명에게, 일요일엔 본가에서 돌아온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때부터는 문을 철저하게 잠그게 되었습니다.
본가에 내려가는 친구가 잃어버릴 위험도 있겠지만 열쇠를 들고 다니기로 했고요.
아, 본가에서 올라오던 친구가 일요일 저녁에 학교로 다시 오면서 정문 근처에 붙어있던 안내문을 하나 봤다고 해요.
금요일 새벽, 후문에는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그 철장같은 걸 세워뒀는데, 그쪽 위로 누군가가 뛰쳐 나가는 듯한 cctv 장면이 프린트 되어 붙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키 180후반 정도 되는 남성분이 이 학교에 출입했다가 나갔는데, 기숙사에까지 들어갔다왔다고,..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으니 여러분들 모두 조심하라고..,,
그게 알고보니 본인들 방에 들어갔다 나갔던 그 사람이었던 거죠..
이후로 소름 무쟈게 끼쳐서 한동안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중학생 저 역시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 범인은 잡혔다고 들었는데, 뭘 하는 사람인지, 어떤 의도로 들어온 사람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마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도 별로 없고, 학교측에서 그렇게 말을 한 걸 보니 아마 고등학교 시절이 아닐까 싶네요)
폭염 주의라 더우실텐데. 이 이야기로 잠시나마 더위를 잊으셨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