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과 인간
미에코
세션과 바이런의 방.
"세션, 카인 말이야, 무지 무섭지 않아?
그 인신공격은 정말 무서워서 그 애랑 친구하다 보면 소름끼칠 때가 많다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카미스 사건 때
보여준 모습만 해도 무시무시하니까요."
"골드 카이져한테 한 방에 나가떨어졌으니까 카인은
카미스보다 약한거아닐까?
어쩌면 카미스는 소환사고 마신이 소환수인데 기역상실같은 거 때문에
자신이 마신을 소환해놓고 안에 봉인해놓고 있으면서 기억하지 못 하는 거,
그런 거 일 수도 있잖아."
"그렇군요. 카미스가 소환사라면 이것저것 도움되는 게 많을테죠."
순간 바이런은 대화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가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카인의 뒷담을 까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솟구쳐서 얘기를 꺼낸 것인데
화제가 점점 '카미스의 능력은?' 이란 것으로 기우니 당황했던 것이다.
바이런이 예상치 못 한 사태에 속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세션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이런, 난 누구 뒷담까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하려면 레시랑 하는 게 좋을거에요.'
한편 카미스와 카인의 방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카미스야 원래 말이 없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활발한 카인까지
말이 없는 이유라고 하자면 그가 책에 푹 빠져있었단 것이다.
짐 풀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을 가지고 그렇게 푹 빠져서 보고 있는 걸 보니
꾀 흥미가 있는 책이거나 재미있는 책인 듯 싶다.
한참을 한 자세로 읽고 있으니 몸이 쑤신지
일어나서 몸을 풀 때마다 뿌드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책 읽는 것도 힘들다니까.
근데 카미스는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에요?"
"아무 생각도 안 해요.
그냥 공기가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 뿐."
"공기가 흐르는 소리라......바람 소리 얘기하는 거에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맞아요. 바람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긴 한데......
창문도 다 닫았는데 들려요? 청각이 무지 좋은 모양이네."
"아뇨. 재잘재잘 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그러는 것 뿐인데......"
재잘재잘이라는 표현에 잠시 당황하던 카인은
이윽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공기 중에 떠도는 바람의 정령을 보기 위해서다.
뛰어난 정령 친화력과 마력을 지닌 자라면 공기 중에 떠도는 정령도
볼 수 있지만 웬만해서는 불가능 한 일이라 드래곤인 카인도
정신을 집중해야 간신히 볼 수 있는 경지인 것이다.
"아......"
카인의 눈 앞에 비친 건 카미스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바람의 하급 정령인 실프였다.
정말 그의 주위에서 쉬지도 않고 떠들어대는데
카미스의 귀가 무사할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카미스, 귀 괜찮아요? 아,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공기 중에 떠도는 정령의 소리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거죠?"
"이 녀석이 보는 게 아니라 마신님이 보는거다."
"고, 골드 카이져......예고를 하고 나올 순 없나요?"
"절대적으로 없다. 그리고 마신님께서 카미스가 누구한테
존댓말 쓰는 게 아니꼽다며 너도 카미스한테 반말하고 카미스도 너한테
반말을 쓰라고 명령, 아, 아니 부탁했으니까 신중하게 생각해라."
골드 카이져가 다시 들어가고 나서 정신이 없는지 멍하니 있는 카인에게
카미스는 마치 몇 년 전부터 그랬다는 듯 자연스레 반말로 말을 걸었다.
"뭐가 그렇게 멍해? 정신 좀 차려."
말투도 많이 바뀌었다.
"저, 저기 카미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는 거야?"
카인도 만만치 않게 자연스럽다.
"응. 그럴거야. 다른 녀석들한텐 니가 좀 전해줄래?
아니면 내가 할 수도 있지만 내 입으로 말하기엔 좀 그러니까.
마치 명령에 복종하는 쫄병같잖아."
"그, 그렇겠지......근데 반말을 하면 말투도 자연스레 바뀌는거야?"
"아주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있어."
그의 말에 카인은 순간 엄청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인사하는 걸 존댓말로 할때와 반말로 할 때,
그의 말투는 어떻게 바뀌는가.
"좀 실례되는 부탁일 수도 있는데,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인사하는 걸 존댓말로 한 번,
반말로 한 번 해줄 수 있어?"
"그러지 뭐."
존댓말을 먼저 하리라는 그의 예상과는 달리 반말 먼저 하겠다는
카미스의 말에 카인은 별다른 느낌없이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 카미스다!
나이는 불명, 출신지 불명, 빽은 많으니까 조심하고,
빽 믿고 까분다는 생각에 아니꼬우면 니가 알아서 꺼져주기를 바라는 바다."
그의 황당한 인사에 카인은 완전히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평소의 카미스와 이렇게 다르다니.
이중인격의 실체를 완벽하게 알게 된 카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식당 종업원입니다."
다시 무표정에 딱딱한 말투.
간단하다 못 해 황당한 인삿말.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 당황하는 가운데
카미스는 다시 반말 모드로 바뀌었다.
"만족하냐?"
"으, 응......고, 고마워......"
"하하하! 그딴 거 가지고 고맙다고 해서야 드래곤의 명성을 이을 수 있으려고!
실버 드래곤 카인의 명성은 카이져를 통해서 익히 알고있지.
근데 그 블랙은 정말로 성질 더럽냐?
내가 보기에는 니가 더 더러운 거 같던데.
원래 사악한 것 같은 녀석들이 더 순딩이라니까. 크하하!"
아주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걸치고 횡설수설해대는 그 모습에
카인은 점점 당황하며 속으로 차라리 바이런이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되는 카미스의 푸념을 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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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판타지에서 드래곤이란 희귀한 존재인데... 요즘에는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군요... 희소성이 떨어지는듯...
움 이중인격이라 다행이시네요 전 초다중인격이거든요 ;; 움 순딩이에 알꺼 다 아는 므흣한 인격에 개싸가지 인격과 인간같지 않은 생각을 하고 다니는 인격등 등 잘못하다 피보고 뱀파이어 인격나오면 일난다는 =ㅅ=;; 친구 손가락 베이면 숟가락으로 받아 먹는다죠 ;; 움.. RH- A형 확실히 피가 묽더군요...맛없어 ㅠㅠ
판타지에서 드래곤이 희귀한 존재라는 건 편견아닐까요? 판타지는 말 그대로 환상. 자기 만의 세계에서는 용이 애완동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이중인격. 실로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