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검사.
성당에서 선생들을 초빙하여 단체로 치매검사를 받는다고 공고를 하여 나도 신청을 했다.
여자 선생들 몇 명이 와서 검사가 시작되는 모양인데,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차례가 되었다고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한다.
사무실로 들어가니 선생이 앉으라고 하더니 제일먼저 [밤나무] [시금치] [고등어] 세 가지를 가르쳐 주며 외워두고 있다가 다시 물으면 대답을 하라고 그런다.
그런데 저쪽에서는 [앵두] [쇠 절구통] [꼴뚜기] 라는 문제를 주면서 있다가 대답을 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 문제가 똑같지를 않고 틀리는 모양이었다.
세상에 치매검사를 한다더니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검사를 한다고 하니 가소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까짓것 세 가지쯤이야 내가 가방끈이 짧고 새대가리일망정 못 외우겠냐고 장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 문제는 접어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이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예, 몇 살입니다.”
“금년이 몇 년도 입니까?”
“예, 몇 년도 입니다.”
“이번 달이 몇 월 입니까?”
“예, 몇 월 달입니다.”
“오늘이 며칠입니까?”
“예, 며칠입니다.”
“살고 계시는 주소를 말씀해 보십시오.”
“머리도 헷갈리군 모르면 머저리 입니다.”ㅎㅎㅎㅎㅎ
“여기가 뭐하는 곳입니까?”
“예, 성당 사무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금 전에 외워두라고 한 3가지 문제를 대답해 보십시오. 라고 하는 것이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더니, 갑자기 선생이 그 문제를 들고 나온단 말인가?
나는 느닷없이 야구방망이로 머리통을 얻어맞은 사람처럼 정신이 몽롱하니 헷갈리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밤나무] [시금치] [고등어] 가 떠오르지를 않으니 사람 참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갑자기 머리통이 헷까닥 돌아버려 수렁으로 푹 빠져버리는가 하면,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기어오르다가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었다.
도대체가 정신이 몽롱하니 가물가물 구름 위를 떠다니다가 갯벌로 기어 다니고, 가시밭으로, 땅굴 속으로, 산악의 절벽으로 기어오르고, 펄펄 끓는 생지옥으로 빠져버리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염라대왕을 만났다가 다시 달걀귀신한테 끌려 다니고, 물귀신한테 끌려가서 물을 먹어버리고, 물레방아를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다가 도깨비한테 끌려가서 씨름을 하느라고 생지옥을 오락가락 하는 것이다.
정신이 붕붕 뜬 상태에서 또 질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100에서 7을 빼면 몇 입니까?”
“예, 백에서 7을 빼면 1백 70이지요”
“거기서 7을 더 빼면 입니까?”
“예, 270이지요”
“거기서 7을 더 빼면 몇입니까?”
“예, 370이지요”
“거기서 7을 더 빼면 얼마입니까?”
“예, 570입니다”
“거기서 또 7을 빼면 얼마입니까?”
“예, 770입니다.”
“거기서 또 7을 빼면 얼마입니까?”
“예 870입니다.”]
“거기서 도 7을 배면 몇입니까?”
“예 970입니다.
보태는 것은 없고 자꾸만 빼라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한참동안 질문하고 답을 하는데 100에서 7을 계속해서 빼라고 하는데도 나의 대답은 자꾸만 올라가다가 나중에 남는 숫자가 970이나 된다.
내가 아무리 깜빡깜빡하는 다람쥐 머리통이라고 하더라도 뺄셈 숫자가 그렇게 엉망진창일 수가 없다.
질문을 하는 것마다 얼 토 당 토 않은 대답이 삼배바지에서 방귀가 뿡뿡거리듯 술술 쉽게 터져 나온다.ㅎㅎㅎㅎㅎ
“담배를 피우십니까?”
“피우지 않습니다.”
“술을 드십니까?”
“소주 한 병을 마시는데 두병을 마시면 헷갈려서 해롱해롱 합니다.
“집에서 은행에 가려면 얼마나 걸어가십니까?”
“예, 한 대여섯 시간은 걸어가야 합니다.”
5분이면 충분히 걸어가는 거리인데 대여섯 시간을 걸어간다고 하니 무진장 헷갈리고 있었다.ㅎㅎㅎㅎㅎ
그런데 선생이 한다는 소리가 얼토당토 하지 않는 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검사를 해보니 치매는 없고 정상입니다.”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보십시오.”
“검사를 받으시느라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것은 완전히 열차화통에서 김빠지듯 김이 푹 빠지고 만 것이다.
똥 장군을 짊어지고 산비탈을 돌아다니라고 하지 않는 것이라서 천만 다행이었다.
지금까지 동쪽에서 질문하면 서쪽에서 대답하고 완전히 허탕만 치다가 말았다.
그런데 치매가 없고 정상이라니 치매검사를 한다는 것이 완전히 맹탕이고 뒤죽박죽이며 강아지 대갈통에서 뿔났다고 웃다가 배꼽이 빠질 이야기다.ㅎㅎㅎㅎㅎ
선생들이 심심하니까 나를 가지고 보드카를 먹였다가 동태 탕을 먹여버리고, 위스키를 먹였다가 막창을 먹여버리고, 두견주를 먹였다가 아귀 탕을 먹여버리고, 펄펄 끓는 물에 가뒀다가 냉동실에 가두고, 별별 짓거리를 다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금방 뽑아낸 생마늘을 한 주먹 입에 털어 넣고 꼭꼭 씹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매콤하고 쌉싸름하며 혓바닥이 톡 쏘고 눈물이 볼따구니로 콧잔등으로 흘러내리는 그 꼴이 훨씬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하사탕을 한 움큼 입에 털어 넣고 왕창 깨물며 쏴한 맛이나 즐겨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치매검사 완전히 도루묵이 된 기분이 든다.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