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러 한국에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이 칭호를 쓰냐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서...라고나 할까요? 황제의 딸이 공주인 것은 당연한
이치잖아요. 그래서 저는 프린체신이라고 칭호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놈들을 언젠가 찾아내어서... 제 손으로 목을 베어버릴 겁니다. 그러기 전엔 절대, 결코!
죽지 않겠다고 아버지의 무덤가에서 맹세했지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불가능을 뛰어넘을 겁니다. 불가능이 있다면, 나는 그것보다 훨씬 무지막지해지면
그것을 이길수 있잖아요? 아기에게 상자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이지만, 나에게는 참 쉽듯이
말이에요. 불가능이 있다면, 나는 그것보다 더욱더 높아져서 그 불가능을 깨버릴 겁니다.
반드시. 반드시 말입니다. 전 그 ‘목표‘ 를 위해서 계속 나아갈 겁니다."
와인잔을 비운 아저씨는 내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을 옳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철부지 어린 아가씨의 망언으로 들었을까.... 아니면...
아저씨는 벌떡 일어나서 내 손을 잡고 소리치셨다. 와인냄새가 향기롭게 난다.
"그래. 그렇게 하거라. 나와 랙스가 물심양면으로 너를 지옥 끝까지라도 동행해주마!
언제나 지원해주마! 힘든 일이 있거든 언제든 찾아오거라."
"아아.. 감사합니다..."
이보다 기쁜 일은 없었다. 한국에 처음 올대는 끈 떨어진 미아였는데, 이제는 친구들에
강력한 조력자까지 생겼다. 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내가 나아가는데 차질은
더이상 없을 것이다.... 이 생각만으로 충분히 기뻤다.
아저씨는 무언가 까먹고 있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머리를 딱 치며 시원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하시더니 ‘지금 와라‘ 라고 하신다. 대체 누굴까?
설마.. 이리로 오는건가?
3분도 되지 않아 방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와 아저씨가 얘기하고 있는
탁자로 걸어들어왔다. 여자였다. 주황색 어깨에 닿는 롱헤어에 일자 앞머리가 있어서
왠지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눈동자는 누구보다도 당차고 야무졌다. 커다란 눈동자는
초록색이었다. 의외로 차갑게 보였다.눈매는 철판이라도 금새 꿰뚫어버릴만큼 날카로웠다.
동양계 치고는 흰 피부에, 동그란 빨간 펜던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저 덧니를 보니 왠지 일본인 같다는 느낌이 팍 하고 온다.
빨간색 마이에, 푸른색 미니스커트에 갈색의 무릎까지 오는 양아치 부츠를 신은,
한눈에 보아도 ‘신비스러운‘ 느낌을 팍팍 주는 여자였다. 연령은.. 나와 동급대로 보인다.
키는 나보다 약간 작게 보인다. 그러나 별로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 아이가 말을 하면
똑부러지고 논리에 맞고 당찰 것 같다. ‘똑순이‘ 이미지를 가진 아이같다.
그녀는 들어온 후, 내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呼んだんですか(부르셨습니까)?
일본..인?
아저씨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 옆에 앉혔다. 그녀가 내 옆에 앉자, 좋은 향수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내 향수와는 냄새가 달랐다.(나는 샤넬이라고.)
그녀는 내가 한국인으로 보이는 것을 직감하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다시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르셨습니까?"
나 일어 알아듣는데.....
"음. 여기 이 여자는, 카이져의 딸인 프린체신이라고 한다. 이 아이와 오늘부터 같이
지내도록. 이것이 지시이다. 이 아이와 살면서.. 알아서 경호 할것."
그리고 여자애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저씨는그 여자애를 나에게 소개했다.
"이 아이는 어렸을 적에 내가 일본에서 데려온 애라네. 고아로 살아가는 게 불쌍해서
내가 양녀로 거두어 기르고 있지. 이름은 미야모토 나라.(宮本 奈羅) 너와 동갑이지.
그동안 내 일을 도우던 아이이다. 이래뵈도 똑똑해. 내가 교육시켰으니 말이야.
너에게 많은 도움이 될거다."
엑? 나에게? 그렇다는건,...
"이 애를 데려가 다오."
이럴줄 알았다. 뭐, 데려가는건 나쁘지 않다. 이름이.. 미야모토 나라.. 일본인.
길상 아저씨가 소개해 줬으니 실력은 확실하겠지. 나는 나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았습니다. 나라를 데려갈게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하네요, 나라.よろしく~!(잘부탁합니다)"
나라는 멍하니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금새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하였다.
"私こそよろしくお願いいたします(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약간은 어눌하고 어정쩡한 말투였지만, 의외로 귀여웠다(아유미의 말투를 생각하시길.)
시간은 어느새 밤이 되었고, 은은한 초승달이 구름 사이에 걸려 있었다. 이제 가봐야 할 시간이다.
"그럼 아저씨... 이만 가보겠습니다."
"음... 가봐야 겠구나. 많이 늦었으니 말이다...."
나는 나라의 손을 잡고 문을 열었다. 아저씨는 나라와 나를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라. 프린체신을 잘 부탁한다."
나라는 잠시 뒤돌아 아저씨를 바라보고는 인사를 하였다.
"안녕..히...계세..여.."
아저씨의 모습은 딸을 먼 곳으로 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딸을 위험지대로 내모는
아버지의 심정이 아저씨의 지금 심정이리라.
내가 나라와 걸어나오자, 주변에 있던 양복입은 사람들이 다 우리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프린체신! 우리는 당신을 도와 카이져 형님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이 사실을 이들이 어떻게 알지?.... 어쨌든 강력한 조력자들이 생겨서 마음 푹 놓을수 있겠다.
입구로 걸어 나가자 아티켈이 우리를 마중하였다.
"프린체신. 안녕히 가십시오. 친구분들은 문 밖에 계십니다. 다음에 또 찾아 오시길..."
나는 다정히 손을 흔드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나라와 함께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바로 앞에 성후와 유나가 서 있었다. 그들은 내가 여자애를 하나 달고 오자 놀란 표정들이었다.
"얘는... 누구야?"
"누구신지?"
나라는 낯선 사람을 보자 약간 긴장한듯, 볼이 약간 상기되어 홍조를 띠고 있었다.
"내 친한 친구야."
나의 말을 듣고 둘은 어리둥절하였다. 그렇게 안보인단 건가?
"일본인이고 이름은 미야모토 나라. 앞으로 볼 일이 많아질거야."
나라는 방긋 웃으며 둘에게 인사했다.
"안냐세여. 프린체신... 아차차.. 성희의 엄청 친한 친구인 나라라고 해여."
약간은 어정쩡한 발음에 일본인 특유의 억양과 귀여움이 조화되자 정말 깨물어 주고 싶다.
그 소개를 받은 둘은 머쓱해졌는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회피한다.
"흐..흐음! 나는 성희 친구인 이유나라고 해. 반갑다."
"헛험! 나는 저녀석 친구인 하성후라고 한다. 반갑다."
둘의 인사를 받자, 나라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피어올랐다.
"감사함니당~ 앞으로 잘 지내바영~"
정말.. 이놈의 말투와 외모 때문에 얘는 좀 피곤할 듯 싶다.
"자.. 집으로 가자...."
"얘는 어쩔거야?"
"흐음.. 우리집에서 같이 살지."
성후는 우리집이란 말을 듣자 좀 뜨끔 한다. 역시 좀 부담스러운가?
"아하.. 그, 그럴래? 나라 쨩?(ちゃん-일본에서 친근하게 사람을 부르는 호칭.)"
나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아~"
"헤헤, 이제 성후 땅바닥서 자야겠네? 우리가 침대 써도 되지?"
"그..그래, 맘대로 해라!"
성후의 얼굴이 왜 빨개져 있을까?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은 저녁때라서 그런지 밀리기도 했으나
대체적으로는 순탄했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어서 돌아가 자야겠다. 새 식구도 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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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히;ㅁ들어..
첫댓글 미야모토 나라" 도 한 싸움 할것 같네요.동생이 곧 올때가 됬죠? 빨리 보고싶네.
아직여~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