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냉국수 시리즈 4] 소바
한낮의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하루,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라는 동료들의 대화 속에서 시원한 청량감과 짭조름한 쯔유가 배어든 소바를 맛있게 후루룩후루룩 먹고 싶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왔나 싶은 생각이 드는 가운데 소바가 점심 메뉴로 정해지고 어느덧 입안에 들어온 소바는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끔 해준다.
이제 소바는 계절의 척도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면 요리인 것 같다. 허나 소바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바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소바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소바에 대한 배경과 지식을 알고 있으면 더 맛있고 흥미롭게 즐길 수 있기에 소바에 관한 정보들을 전해보고자 한다.
이름이 뭐에요, 메밀소바? 소바!
먼저 ‘메뉴 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음식도 사람처럼 원래의 이름이 있는데 그 이름을 안 불러주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사실 소바[蕎麥]는 일본어로 메밀(메밀로 만든 국수)을 뜻하는 단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메밀소바는 마치 ‘역전 앞’처럼 똑같은 의미를 두 번 중복해서 쓰는 것이다. 그래서 ‘소바’라고 통칭하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우리가 주로 접하는 스타일의 소바 메뉴는 어떻게 부르는 것이 맞을까. 채반에 건진 면을 쯔유에 찍어 먹는 것은 모리소바, 김을 뿌린 면을 쯔유에 찍어 먹는 것은 자루소바, 자루소바에 덴푸라를 얹은 것은 텐자루소바고 곁들여 지는 음식에 따라 유부소바, 치킨소바 등으로 부른다.
자, 이렇게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찾아 주었으니 이제 소바는 어떤 면 요리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신사동 <맷돌소바> |
우리가 접하는 소바는 관동지방 소바의 변형?!
이야기에 앞서 조금 포괄적으로 일본의 두 가지 맛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흔히 중국의 광동식, 사천식 음식문화가 있다고 하듯이 일본에서도 크게 두 가지의 맛의 기조가 존재한다. 바로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관서지방과 지금의 도쿄지역인 관동지방이다. 소바는 관동지방에서 탄생된 음식으로 지금까지 일본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관동지방은 다랑어포와 고등어포를 우려낸 육수에 간장을 넣어 맛을 내고 관서지방은 다랑어포와 다시마로 육수를 만드는데 관동지방의 육수가 훨씬 더 맛이 진하다. 흔히 우리가 쉽게 접하는 소바 스타일의 쯔유는 이런 관동지방 스타일이다. 허나 관동지방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국내에 들어오면서 쯔유의 스타일이 조금은 달달하게 변모됐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관동지방의 쯔유는 우리가 접하는 쯔유보다 더 짜고 진한 맛이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서는 비교적 싱겁다는 평의 관서지방 스타일 육수를 잘 볼 수 없는 것도 한국인의 입맛이 자극적이고 좀 더 진한 맛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어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바를 접할 때 국내에서도 다양성이 확장된다면 일본 관서지방 육수 맛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소바의 메밀 면, 그 이상점은…
건대입구 <시마다> |
소바는 메밀 면을 뜨거운 육수나 차가운 쯔유에 절임 무, 채썬 파, 고추냉이 등을 넣고 찍어 먹는다. 일본에서는 섣달그믐인 12월 31일,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다. 이를 통해 장수를 기원한다고 한다. 이런 소바에서 쯔유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바로 메밀 면이다.
일본에서는 처음 16세기 말에서부터 17세기 초에는 메밀가루만으로 만든 기소바나 쥬와리소바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부터 메밀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기 시작했다. 이는 메밀가루의 점성이 약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조금은 쫄깃한 면으로 변모,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10대1로 섞은 소토이치[外一], 9대1로 섞은 잇큐[一九], 5대5로 섞은 도와리[同割] 등 다양한 면이 개발됐다. 이중에서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8대2로 배합한 니하치[二八]를 이상적인 소바 면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소바 면의 배합 비율과 면을 중요시 여겨 괜찮은 소바 면을 보이는 가게들이 한두 곳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 가게들을 몇 곳 소개해 보자면 신사동에 있는 <맷돌소바>, 건대 앞에 있는 <시마다>를 꼽을 수 있다. 한 곳은 기계로 메밀을 도정, 제분해 100% 메밀 면과 밀가루와 배합하는 면을 만드는 가게고 한 곳은 메밀가루를 사용해 고객이 보는 앞에서 수제 반죽하는 가게다. 모두 소바 면에 있어서 만큼은 괜찮은 면들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의 메밀 면 시장을 보면 웰빙 트렌드가 확대됨에 따라 100% 순 메밀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사실 면의 식감은 앞서 말한 대로 8대2 정도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이면서 쫄깃함도 살아 있으니 이를 생각하며 소바를 즐기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또한 실제 우리가 자주 접하는 메밀 면의 색깔은 대부분 검다. 그래서 메밀이 검은색이라고 많이 오해하는데 도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 메밀 함량이 높은 상태로 제면해보면 검지 않고 오히려 순백색에 가까운 면이 나온다.
가로수길 <오비야> |
서울에서 이름난 소바 가게들은 어떨까?
소바를 먹을 때 여러 가게들을 즐겨 찾지만 서울 서초동 ‘제남’이라는 소바 가게는 주인 할아버지가 몇 년 전 타계하고 문을 닫아서 지금은 맛보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쉽다. 허나 아직도 서울에는 괜찮은 가게들이 많이 있으니 소개해보고자 한다. 소바를 먹을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맛의 정도는 차이 나겠지만 지금 소개하는 가게들은 그들만의 개성과 맛에 대한 고집으로 소바 맛들을 표현하고 있는 곳들이다.
* 신사동 <맷돌소바> 직접 도정과 제면을 하는 가게로 메밀 면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쓴 메밀’은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 봉평영농조합과 함께 개발했다고 한다. 비교적 쌉싸래한 메밀 맛을 느낄 수 있고 100% 메밀 면과 가장 이상적이라는 8대2 비율로 섞어 제면한 소바를 만날 수 있다. 쯔유의 간이 조금 짠 편이기는 하나 소바의 풍미는 나무랄 데 없다.
<맷돌소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76-1 1층 (02)540-4578
시청 <유림면> |
* 건대입구 <시마다> 완전히 도분한 메밀을 제면해 소바 면이 아주 연한 편이다. 직접 손으로 제면을 하고 만드는 수제 소바 면이라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탱글탱글하면서 쫄깃한 면의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이곳의 소바는 은근하면서도 감미로운 쯔유의 맛도 일품이지만 마지막 제공하는 소바유를 넣어 쯔유를 먹으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소바의 매력과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시마다>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2-11 (02)462-1315
* 가로수길 <오비야> 소바를 직접 제면한다. 이곳의 소바 면은 살짝 녹색 빛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메밀과 밀가루, 녹차를 넣어 제면한 8대2 비율의 면을 선보이고 있다. 면을 씹으면 구수함 속에서 쫄깃함이 느껴져 인상적이다. 쯔유의 풍미와 어우러진 소바도 다른 곳보다 비교적 일본풍에 더 가까운 느낌을 전해준다.
<오비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10 (02)6408-5252
시청 <송옥> |
* 시청 <유림면> 아름다운 여인의 가느다란 섬섬옥수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식감의 메밀 면과 쯔유로 세련된 맛을 선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소바 쯔유를 제공할 때 처음부터 무를 조금 넣어서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주문 시 미리 말을 하면 따로 제공해준다. 전반적으로 강하지 않고 유한 맛의 소바인 만큼 진한 맛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조금 심심하다는 말들이 오고 가지만 이 은근함에 한번 중독되면 오래도록 단골이 되는 곳이다.
<유림면>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16 (02)755-0659
* 시청 <송옥> 시청 북창동 길을 걷다보면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한 가게를 만날 수 있는데 여름이 되면 길게 줄을 서는 <송옥>이다. 이곳의 쯔유는 상당히 자극적이면서 진한 것이 특징인데 이 맛에 중독된다는 평이 많다.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굵고 투박한 메밀 면을 선보이는데 다소 연 보랏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쯔유와 함께 먹으면 상당히 거칠면서도 진해 마초스러운 맛을 보여준다.
<송옥>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4가 17-40 (02)752-3297
소바,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매년 작년보다 더 더워진다는 일기예보 속에 올해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철, 소바라는 면 요리 안에는 여름을 버티게 하는 좋은 성분들이 많이 내포되어 있다. 주재료인 메밀은 많이 알고 있듯이 체온을 내려주는 성질이 있고 체내 부족한 비타민B군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비타민B군은 입맛이 없을 때나 피로, 면역력, 스트레스에 좋은 성분으로 여름철 우리 몸에 있어서 꼭 필요한 영양소라고 볼 수 있다. 또 플라보노이드 성분과 루틴 성분이 있어 간 기능 강화와 이뇨 작용을 도와준다. 메밀에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성분들은 비만 예방과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이 어디 있을까 싶다. 오늘은 맛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시원한 소바 한 끼 먹는 것은 어떨까.
글 최완재(면장) 맛집블로거(www.kuksoojoa.blog.me)
‘면장’ 최완재씨는 네이버 맛집 블로거로 면 전문 블로그인 ‘면장의 국수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면 음식과 그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해 면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출처 : 조선닷컴
첫댓글 의령에 유명한 음식이 둘 있는데
하나는 '소국밥'이요
하나는 '소바'..... 다
일본식 소바를 따라만든
의령 소바는 ...좀 매운 편이다.
그집을 장인따라 십수년전에 한번가봤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
위에 소개된 내용은 면과 가미한 육수(쯔유)가 따로 나오는 '모리소바'인데,
면에 육수를 부워 혼합해서 나오는 것을 '가께소바'라 부른다.
한여름 무더위에 입맛을 잃었을 때,
그릇에 담긴 면발 위에 살얼음 가득한 육수를 한가득 채워
후루룩 둘러마시는 시원한 목넘김이란...
생각만 해도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진다..^^
055 572 0885
의령소바
이집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