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은행의 수출입부서 책임자와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은행의 기업금융 분야에 20년 이상을 근무했다는 그 분은 “무역대금 결제방식의 추이가 점점 무신용장방식으로 가고 있어 결국 신용장방식은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왜 자꾸 수출입신용장관련 업무담당자들의 숫자가 줄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이다. 수출입관련 분야에서 20년이나 종사한 분의 생각으로서는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인식이다.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현재 전 세계의 무역총량을 결제방식으로 나누어보면 신용장과 무신용장방식의 비중은 20:80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신용장방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30%-40%정도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백분율로 나누어보는 수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금액을 생각해야 한다.
1977년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미화 100억 달러를 달성하였다고 하여 국가적인 행사를 벌인 적이 있다. 그 당시 무역대금결제방식은 거의가 신용장이었다. 90%이상이 신용장방식으로 결제되었다. 그 금액은 개략 (100억 x 90%) 90억 달러에 해당한다.
2007년, 우리나라의 수출규모가 미화 5000억 달러를 돌파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수출입구조의 특성상 신용장결제방식이 세계평균보다 많다는 사실을 접어두고, 세계평균이라고 생각되는 20%를 신용장결제라고 가정해 보자. 그 금액은 개략 (5000억 x 20%) 1000억 달러에 해당한다. 90억 달러 대 1000억 달러!
일부에서는 신용장결제방식의 비중이 90%에서 20%로 낮아졌다는 것만 인식하고. 신용장방식에 의한 수출대금결제금액이 9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입을 합친 교역규모는 그 2배가 될 것이니 우리나라에서 매년 신용장방식으로 결제되는 수출입대금결제는 최소한도 200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무신용장결제가 증가하는 속도에 비하여 신용장결제의 증가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은 것뿐이지 신용장결제금액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무신용장방식의 대금결제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경제적 국경개념이 미약해지면서 본지사간 또는 관계회사 간의 내부거래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부거래들이 무역통계에는 포함될지라도 실질적인 의미의 상업거래에 해당되지 않는다. 상업거래 또는 무역이란 물건을 친인척끼리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타인인 고객과 사고파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한 신용위험이 존재하는 거래가 진정한 상업거래이고 무역이다.
실질적인 수출자와 실질적인 수입자 간의 무역대금결제방식은 현재도 여전히 신용장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지구상에서 사람들 간의 신용위험이 존재하는 한 신용장방식에 의한 무역대금결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국가 간 교역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며, 앞으로 30년 후에는 신용장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신용위험이 존재하는 진정한 수출입자 간의 상거래에서 최종적인 대금결제는 제3자의 신용에 의존하는 신용장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 금액은 지금의 20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비한 신용장업무처리기법을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나와 점심을 함께 한 그 책임자 분의 인식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그 분이 근무하는 은행의 기업금융분야 특히 외환업무분야의 발전전략이 걱정스럽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제 주위에서도 몇분이 "신용장 거래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CDCS 자격증 어떻게 하냐?" 하시더라는... ㅡ.ㅡ;;ㅋ
그 분에게 이 글을 보여 주세요. 비논리적이고 게으른 사람이 자신의 무능과 무지를 슴기려고 변명하면서, 노력하지 않아도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는 희망사항쯤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전화 드린후 읽었는데, 말씀대로 정곡을 찌르는 말들이네요. 저두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을 종종 들었었는데.."신용장 방식이 점점 사라져간다..." 더군다나 답글에 남긴 교수님의 말씀.. 진짜 맘에 와닿습니다. 그런 분들께 꼭 확실하게 얘기해야겠어요..
또한 은행이 목표로 하는 주상품은 무신용장방식이 아니라, 좀 더 정교하게 발전하는 신용장거래에서의 금융입니다. 고객은 은행의 신용을 필요로하지 않는 무신용장거래에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신용장금융기법을 등한시하는 사람은 은행의 수익에는 관심이 없고 실적만 따지는 60-70년대식 사고방식의 구시대 인물입니다.
응열님 지적대로 왜 자꾸 자격증에 의미를 두는지 모르겠습니다. CDCS자격증 생기면 끝이 아닌데...어차피 공부는 계속하는거고 시험은 그냥 보는거잖아요,..일회성 이벤트로 "난 이제 CDCS니까 전문가다"라는 생각을 하며 공부는 멈추고 있지는 않은지...같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오히려 CDCS 타이틀에 걸맞게 누가물어봐도 타당한 근거와 논리로 이야기 하도록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 분야를 선택하고 또 포기하지 않는 이상, 꾸준한 자기계발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항상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들어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네요... ^^)
어떤 일을 하던지 스스로 상한 냄새가 나는 고인물이 되지않기위해 자기를 돌아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들에서 뿌리가 튼튼한 나무를 봅니다. 목표를 세우고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목표를 찾는 스스로 발전해가는 과정 중의 하나가 자격증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는 upgrade되는 거죠.
역시 교수님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