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서도 맨아래쪽에 있는 외딴 섬이었던 간월도. 태안과 홍성을 연결하는 서산AB지구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이곳은 섬이 아닌
육지의 일부분이 되었다. 비록 도로로 육지와 연결되었다지만 아직까지 서해의 조그마한 섬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 간월도 끝자락에 점처럼 매달려있는 조그만 섬이 바로 간월암이다. 섬이라지만 암자 한가운데 서면 바로 모든 암자의 전각들을
볼 수 있는 눈꼽만한 쪽섬이다.
작은 섬이지만 예전에는 어리굴젓으로 유명했고 능쟁이와 박하지가 많이 잡혔으며 바지락과 굴이 풍부하고 맛나기로 이름났던 곳이다.
물론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싱싱한 굴과 바지락이 많이 잡혀 인근 식당에서는 간월도표 영양굴밥을 취급하고 있다.
이곳은 조선의 개국공신이었던 무학대사가 도를 깨우쳤다는 간월암이 있는데, 특히 안면도쪽으로 붉게 타오르다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다워 사진꾼들의 낙조촬영 일번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건너편 천수만에는 매년 260여종 50여만마리의 철새들이 날아와
한철을 나면서 멋진 군무와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보여주기에 철새조망과 조류관찰로 명성이 높다.
간조때면 넓게 펼쳐진 갯벌이 있고 뻥뚤린 바다는 시원하고 청정함을 준다. 또한 이곳 홍성과 서산 태안을 연결하는 긴 방조제는
당시 바다를 메꾸어 식량생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 위해 정주영 현대건설회장이 야심차게 건설했던 곳인데, 십톤이 넘는 거대한
바위들도 휩쓸려가는 서해의 거센 조류때문에 물막이 공사가 여의치 않자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공법인 폐유조선으로 방조제의
끝부분을 막고서야 비로소 공사를 마무리 한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 공사로 4천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농장을 만들어 간척지에서
많은 쌀을 생산하고 철새들이 찾아오지만 어패류들의 생존과 갯벌의 훼손으로 당시에는 꽤 반대가 심했다. 지금 이 방조제를 막지 않았다면
간월도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딴 서해 천수만의 섬으로 남아있어 분위기는 더 호젓하니 고요했을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지도 안겠지만.
간월암으로 가는길 주차장에서 바라본 선착장의 모습. 선착장에는 인근 천수만 앞바다와 보령, 영목까지 출항했던 어선들이
고기를 잡고 들어오는 곳이다. 서해 바다의 물고기들과 싱싱한 어패류, 꽃게 등을 싣고 들어오는 배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을철에는 우럭이나 놀래미, 망둥이 등이 잘 잡혀 낚시대를 드리운 조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수 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이기에 물이 많이 빠질때에는 선착장이 아랫부분까지 들어난다.
조그만 어선이 밤의 서해에서의 조업을 위해 잔잔한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간월암을 건너기 전에 바라본 모습. 간월암은 바닷물이 들어와 섬속의 암자임을 느낄 수 있는 만조때가 제격이다.
물이 들어오면 조그만 갯배로 양쪽에 설치된 줄을 잡아 물위를 건너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정선 아우라지 뱃사공이 건네주는
아리랑 돛배처럼. 간월암은 서산 부석면에 속한 곳으로 무학대사가 창건하여 만공대사가 중창했다고 한다.
무학대사는 조선 창건기에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했는지 그에 얽힌 일화는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다. 무학대사가 이곳 간월도에
어릴 적 들어와서 토굴속에서 달빛을 벗감아 학문을 연마하였는데 어느밤 천수만을 비추는 순수한 달빛을 보고 혼자서
진리를 깨우치고 득도하면서 그곳에 암자를 세우고 간월암이라 불렀는데, 그 유래로 지금의 간월도란 이름이 생겨났다 한다.
과연 어릴적 들어와서 달빛을 보면서 도를 만난는지 성인이 되어서 이곳에 와서 달밤에 염불을 외우다 달빛에 감동했는지는 모른다.
프랑스에 음침하게 우뚝 솟아오른 몽생미셸이 있다면 한국에는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섬의 아담한 간월암이 있다.
간월도는 홍성 궁리와 서산 부석 창리의 중간쯤에 있다. 이곳은 영양굴밥과 새조개가 이름나 있는데,
넓게 빠지는 갯벌에는 온갖 바다 산물들이 그득해 이곳을 찾는 이들의 갯벌체험지로도 괜찮은 곳이다.
홍성의 남당항은 가을철 대하와 전어, 새조개 등이 풍부하게 잡히고 축제도 하여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기도 하고.
언제나 붉은 빛을 가득 담고 서해로 이지러지는 낙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간월암으로 들어가는 길. 하루에 두번씩 물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데, 물이 가득찬 간월암이 더 운치가 있다.
하지만 물이 빠진 간월암도 괜찮은 편이다. 사람들은 간월암을 보고 주변 바닷가를 서성이기 일쑤이다.
언덕에 난 바다로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100여m 정도를 가면 간월암의 일주문인 해탈문을 만나게 된다.
간월암은 세곳의 전각과 한곳의 작은 용왕단이 있는 작고 아담한 암자이다. 전국적으로 바닷가에 있는 관음사찰들이 많긴하지만
이렇게 섬을 혼자 전세내고 들어앉은 사찰은 보기 드물다. 일제 치하 수덕사의 주지였던 만공선사가 선승들의 기도처로 하기 위해
폐찰을 중건하여 지금의 간월암을 만든 곳이다. 일반적인 대웅전이 아닌 이곳 본전의 현판에는 간월암이라 써있다.
해탈문을 지나면 몇백년은 넘어 보이는 사철나무가 반겨준다. 간월암에 있는 불상은 목조보살좌상으로
42cm의 조그만 보살상이지만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안정감 있고 균형이 잘 잡힌 삼존불상의 협시보살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해가 져무는 어스름할 때 본존불에 비추는 햇살을 머금은 모습은 가히 신비로움과 자애로움을 가득 담고 있다고 한다.
간월암 본전에 들려 잠깐 절을 드리고 나오니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경치가 눈부시게 비친다.
가슴이 뻥 뚤리고 맑은 바닷내음이 코끝으로 들어와 머리가 시원해진다.
서해를 정면으로 바다보며 서있는 지장전에는 어느 부녀가 두손 곱게 모으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지장전 뒷편으로는 안면도 뒷편으로 져물어가는 붉은 낙조를 담기 위해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는 일군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바로 뒷편으로는 안면도의 황도가 있는데 황도까지 들어가는 새로 놓인 튼튼한 다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황도는 펜션단지로 안면도에서도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간월암의 산신각. 어느 사찰에나 맨 뒷편에 조용히 자리한 산신각에는 산신령님이 호랭이 한마리를 옆에 강아지처럼 거느리고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금도끼를 주랴, 은도끼를 주랴. 저는 호랭이 한마리만 주면 됩니다.
지장전은 바다가 바로 보이는 뒷면의 유리창을 보면서 절을 드릴 수 있다.
사심없이 정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면 들어준다고 하기에 두손 모아 합장을 한다.
지정전 뒷편 담에서 바라본 간월암 일몰의 모습. 인근 안면도의 꽃지나 백사장, 몽산포에서 보는 노을도 아름답지만
이곳 바다에 뜬듯한 해안사찰인 간월암의 낙조도 그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과 풍광을 선사해준다.
저 안면도 앞바다 서해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작은 소원을 빌어본다.
기룡해수관세음보살이 서해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중생을 굽어살피며 자리한 용왕단.
복전함에 약간의 시주를 하고 뒷편 물이 빠진 바다를 향해 두손 모아 고개숙이고 기도를 했다.
나라의 안녕과 국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물론 가족의 행복과 건강도 기원해보고.
용단 뒷편 낮은 담장 뒷편으로 보이는 서해바다. 안면도의 긴 섬이 이어진 모습이 보인다.
안면도의 끝자락인 영목항과 대야도, 고남 등이 저 먼 언저리에 있을것이다.
간월암 바다에는 돌을 쌓아 만든 독살이 있는데, 밀물때에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독살들이 참 많았지만 요즘은 물고기들이 약아서 이정도의 독살에는 콧방귀만 낀다하니
독살에 걸려드는것은 멸치 사이즈 아니면 자잘한 게들 뿐이란다.
물이 빠져나간 천수만의 갯벌. 거의 다 뼈져나갔는데, 저 갯벌에 물이 차오르려면 날밤을 세워야 한다.
간월암의 묘미는 밀물과 낙조인데, 오늘은 그래도 낙조라도 봤으니 행운이다. 뭐, 밀물이야 항상 보는 것이니 다음 기회를.
붉게 서해바다를 물들이던 햇살도 어느덧 그 흔적만 남기우고 낮은 산 언저리에 걸쳐있다.
저 낙조를 무학대사나 만공선사도 봤을것이다. 져물어가는 해를 보면서 또 밝은 달이 떠오름을 알았을것이다.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지는 것이 있는법. 인생도 저 해와 달과 같아서 흥이 있으면 쇄가 있는 일이고 오르다보면 내려가는길이 있게 된다.
모든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기에 오늘 상심하더라도 내일을 기약해보자. 내일은 또 밝은 태양이 동쪽에서 힘차게 떠오를 것이다.
간월암에서 나와 해변을 거니는데, 간절한 소망과 정성을 담아 쌓아 올린 돌탑들이 간월암 옆에 놓여있었다.
모든 소원을 들어주지 않겠지만 노력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가지는 들어준다고 한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랍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없네
내 동무 어디가고 나홀로 앉아서 이일 저일만 생각하니 눈물만 흐르네
고향하늘 쳐다보니 별떨기만 반짝거려 마음없는 별을 보고 말 전해 무엇하리
저 달도 서쪽산을 다 넘어 가건만 단 잠 못이뤄 애를 쓰니 이밤을 어이해.
해가 져가는 간월암에는 적막감이 흐른다. 서서히 바닷물이 들어오며 서해의 몽생미셸에은 바다에 갖힌채 오늘도 달빛에 저문다.
간월암에서 보이는 안면도 황도의 모습. 안면도에도 물이 차면 잠기는 부교가 있다.
안면암에서 물이 빠지면 갯벌을 보며 건너가고 물이 들면 뜬다리를 통해 앞섬까지 건너갈 수 있는 그곳.
일전에 안면암 건너편 조그만 섬에서 하룻밤 야영을 한적이 있었다.
원래 하면 안되지만 낚시도 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 쏟아지는 별들이 수놓는 밤하늘과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머문 그곳.
마치 허생원이 대화장을 걷다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시절 물레방앗간에서 춘천댁을 만나듯이.
간월암 정면으로 보이는 죽도의 모습이 흐릿한 안개 너머로 보인다.
서해의 진면목은 이렇게 넓은 갯벌이 드러나는 때가 아닐런지.
물론 간월암을 보고 나올 수 있지만 간월암의 진면목을 보려면 간월암 앞쪽으로 가서 간월암을 봐야한다.
그러면 뒷편이나 안에서 보던 풍경과는 또나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거친 갯벌 위에 한 점 빛처럼 화려하게 정박한 배들,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안면도 해안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누구나 그 풍광엔 가슴 저려 하는 것. 특히 무지개 빛으로 다가서는 배들 사이로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황도는
황도 자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바람 나고 기분 상쾌해진다.
수평선 위에 뜬 달밖에 보이는 것이 없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간월암은 깊은 산 속 어느 절과도 견줄 수 없는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연인들의 한적한 데이트 코스로 좋다. 연인과 함께 간월암에 들어가
대웅전에서 소원을 빌면 무학대사와 만공선사가 소원을 간택하여 진정하고 애절한 희망사항은 들어준다고 한다.
간월암은 서산에서도 맨 아래쪽에 걸쳐있다. 주변 이웃동네인 창리포구에 가면
수상좌대에서 싱싱한 물고기들을 낚을 수 있고 천수만에서는 가창오리와 장다리물떼새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곳 간월암에는 앞으로 해수온천탕과 상가, 횟집, 리조트가 들어서 그냥 스쳐지나는 것이 아닌 바닷가에서 하룻밤
머물며 지내다 갈 수 있는 해양관광단지가 조성된다고 한다.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사뭇 기대는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