寅月이 歲首가 되어야 하는 원리는 周易에 있다.
크게 보면 명리학은 음양의 변화를 고찰하는 학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음양 오행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명리학의 원리는 먼저 주역의 음양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명리학에서의 1년의 개념은 주역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명리학에서의 1년은 음양의 1회 순환이자 계절의 1회 순환이다.
계절의 순환은 주역에서 말하는 사상(四象)의 순환이다.
이 것은 황도상의 지구 위치와 관련이 있다.
지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계절의 변화가 바로 사상의 변화이다.
입춘을 한해의 시작으로 봐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사상(四象)의 순환이 시작되는 소양(少陽)이 한해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주역을 살펴보면, 지천태(地天泰) 괘가 寅月괘인데, 이 괘는 陰과 陽이 3대 3으로 공평하게 배치되어 있다. 음양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괘이다.
우리나라 태극기에 그려져 있는 곤괘와 건괘가 상하로 결합한 것이 지천태 괘이다.
한 해의 음양의 변화를 살피자면, 우선 음양의 변화가 있기 전의 상태인 음양의 균등 상태를 판단의 출발선으로 삼아야 마땅할 것이다.
즉, 음과 양이 똑같은 비율인 상태에서부터 출발하여, 한 해 동안 음양의 기운이 차츰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래서 지천태(地天泰) 괘인 寅月을 한해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동지(冬至)의 지뢰복(地雷復) 괘는 비로소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하여 태동하는 시기이므로 한해의 시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四象과 계절적 측면에서 보면 동지는 겨울의 한가운데이므로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순환에 있어서 아직 藏에 속하는 시기이며 태음(太陰)의 시기일 뿐이다. 따라서 동지는 시작이 아니라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양이 태동하는 것은 음이 태왕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 시기는 음양의 균형이 잡히지 않은 때이다. 따라서 음양이 불공평한 상태에서 한 해가 시작될 수는 없는 이치다.
'한 해'라는 개념은 '변화의 1회 주기'를 말하는 것이지, '양이 시작하다가 끝마치는 주기'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일음이 시작되는 시기(하지)는 왜 한해의 시작으로 봐 주려 하지 않는 걸까?
양에게만 시작의 특권을 주고, 음에게는 시작의 특권을 주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이 것은 음양의 대등함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일양이 시생한다'는 이유 때문에 '한 해의 시작점으로 삼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한 해는 '주기'를 말하는 것이고, 그 주기는 '변화가 시작되어 끝마치기까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변화'라는 것은 균등한 상태와 조화로운 상태 - 균형점을 이룬 상태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는 현상으로 파악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음과 양이 공평하게 균형을 이룬 시점(입춘)을 그 시작점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된다.
그럼,
"음과 양이 공평한 7월의 천지비(天地否) 괘도 역시 한해의 시작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문제 역시 사상의 순환 관점에서 보면 7월은 수(收)에 속하는 가을이며 소음(少陰)이기 때문에 한 해의 중간 전환점이 될 뿐, 한 해의 시작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하루의 시작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이 생길 수가 있겠다.
"그렇다면 왜 寅時를 하루의 시작으로 보지 않느냐?"
하는 문제이다.
하루의 시작이 정자시가 되야 하는 문제는, 지구 자체의 회전인 '자전'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하루의 시작은 태양의 태동과 함께 시작되므로, 양이 태동하는 시기가 바로 子時가 된다.
그러나 年의 시작은 태양의 태동과 관련이 없고(태양의 태동은 매일 항상 이루어진다.) 황도상의 지구의 위치인 계절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세수(歲首) 문제는
아이가 모태에 있을 때를 사주로 정하지 아니하고 출생했을 때를 사주로 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문제는 예컨데, 달리기 시합의 출발선과도 같다.
즉, '한 해의 음양 기운의 변화'를 살핌에 있어서 음과 양이 동등한 선에서(입춘)부터 변화의 출발점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늙은 할머니와 갖난 남자 아기가 결혼을 하지 않고, 늙은 할아버지와 갖난 여자 아이가 결혼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인생의 출발이 그런 상태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해도 마찬가지이다.
四象의 측면에서 본다면, 계절의 변화가 바로 1년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 것은 12지지의 1회 순환과 같다. 봄 여름은 陽의 기운이 강성해지는 시기이고, 가을 겨울은 陰의 기운이 강성해지는 시기이다.
이 것은 크게 보면 陰陽의 소장(消長)이며, 四象의 소장(消長)이다.
하루는 태양의 태동으로 시작하지만, 1년은 그렇지 않다. 태양은 항상 우주에 존재하면서 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을 4계절인 봄 여름 및 가을 겨울로 파악했으며, 또한 4계절의 1순환으로서 陰과 陽의 소장(消長)을 1주기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봄이 보다 합리적이다.
때문에 명리학에서 동지를 쓰지 않고 입춘을 한 해의 출발점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사상(四象) 중 소양(少陽)인 봄(春)을 일년의 첫 계절로 보며, 그 출발점이 바로 입춘이라는 말씀이다.
선학들이 천 몇 백 년 간 말없이 입춘을 마땅히 세수로 택한 것은 그들이 주역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지에서 입춘으로 세수를 바꾼 데는 반드시 위와 같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치는 합리적인 생각 속에 있는 것이지 고서나 사서삼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허중명서(李虛中命書)에 아래와 같이 子月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는 구절이 있긴 하나, 본디 명리학은 이치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궁구하는 것이 옳지 고서를 그냥 따르는 것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子爲天正 歲時始於一陽 寅爲地首 陽備人興于甲. 建子之月 一陽生焉 是爲歲首 則一日建子 子時當爲一日之首 建寅之月 草木甲拆 則陽氣備 嵗時興 建寅之時 則人興 寢日事始 非天道之始爲地首矣.
仁堂 識
indang5.com.ne.kr
참고로, 대만에서는 50년 전부터 동지 기준으로 바로잡았느니 하면서 일부 학회에서 근거 없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동지 기준을 언급한 대만 학자는 오준민([명리신론(1962년 출판)]) 뿐이다.
대만의 대표적인 학자 위천리(웨이첸리)는 동지 기준을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의 대표적 저서인 [명학강의]를 보면, 전혀 동지세수 이야기가 없을 뿐더러, [팔자제요]에서는 甲日 寅月부터 설명을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의 대표적인 학자도 전혀 거론한 적이 없는 이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시키는 일이다.
일본 역시 대만과 다를 바 없다. 대표적인 학자 아부태산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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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기준, 동지 입춘 놓고 논란
(대전=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 정해(丁亥)년 복돼지띠 해를 앞두고 신년 운세에 관심이 큰 가운데 사주팔자의 기준을 현재의 입춘(立春)에서 동지(冬至)로 바꿔야 정확한 운세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역술학계의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대전에 있는 한국천문역리학회 이상엽(45) 학술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책 `명리정의(命理精義)' 등을 통해 "입춘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일 뿐인데도 근거 문헌이나 비판 없이 역법(사주)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적지 않은 선의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주학이란 그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 즉 사주팔자(四柱八字)를 통해 쇠로병사, 길흉화복을 예측하려는 것으로 이 사주팔자는 해.달.금성.목성.수성.화성.토성 등 7개 천문(天文)의 움직임에 따라 일년을 360일로 나눈 `절월력(節月曆)'에 의해 정해지는 데 그동안 사주팔자와는 상관없는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해 오류를 일으켜왔다는 것이다.
즉, 사주풀이의 기준 달력인 절월력은 동지가 한 해의 시작인 데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봐 사람의 사주를 정하려 하다보니 발생하는 잘못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동지를 사주의 기준으로 할 경우 절월력상 생년월일이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四甲子)'인 사람이 240년마다 탄생하게 되는 데 입춘을 기준으로 하면 수만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문제는 입춘을 사주의 기준으로 하면 동지와 입춘 사이(45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 같은 오류로 인해 자신의 띠를 잘못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이럴 경우 궁합, 작명, 택일 등에서 길흉을 잘못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동지가 사주의 기준이라는 것은 사주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이허중의 `명서'와 맹자의 `이루하 주석편', `황제내경 영추' 등 수많은 문헌에서 고증되지만 입춘은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같은 한자문화권의 대만에서는 이미 50여년전에 이같은 오류를 바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역술인협회 중앙회 관계자는 "역술의 학문적 근거가 되는 주역의 범주에서 찾아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을 수 있지만 동지에서 입춘으로 한 계절을 뛰어넘는 오차가 있다는 주장은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충남대 언어학과 성철제 교수(동양철학)는 "양기가 처음 시작되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할 지, 만물이 소생하는 입춘을 시작으로 할 지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며 "이씨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설득력은 있지만 사주는 인간이 정한 약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검증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역리학회 이상엽 학술위원장은 "천년이상 잘못 사용돼 오던 것을 단숨에 바로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안다"며 "다만 지적한 오류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과 학술적인 검증 작업조차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