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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성을 담보로 하는 방송에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 갖가지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MBC ‘헌터스’ 방영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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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성을 담보로 하는 방송에서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다. 발이 잘린 도롱뇽을 보고 웃거나 소의 생살을 몸에 걸친 패션쇼가 주말 연예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사육하는 멧돼지를 물어뜯는 사냥개의 모습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이런 가운데 최근 MBC 일요일 밤에의 한 프로그램 ‘헌터스’가 살생을 오락화한다는 동물보호단체들의 거센 비판으로 종영되면서 방송의 생명 경시 풍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방송으로 종영된 ‘헌터스’는 방송 전부터 불교환경연대, 두레생태기행, 사찰생태연구소,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등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모든 생명의 가치는 존귀하다”는 생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연예인들과 사냥꾼, 사냥개가 농가로 내려오는 멧돼지를 잡는 내용은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교계 방송모니터 모임 보리(이사장 김재일)는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헌터스’가 멧돼지 사냥을 ‘포획’으로, 다시 ‘축출’로 말을 바꾸고 사냥꾼을 ‘엽사’에서 ‘도우미’로, ‘사냥개’를 도우미견‘으로 말을 바꿔 시청자들의 말과 귀를 속인다고 지적했다. 또 살생을 오락화, 희화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공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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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타킹’의 ‘한우 패션쇼’ 장면. |
주말 연예 프로그램의 생명 경시 풍조가 문제가 된 사례는 이 뿐만 아니다. SBS ‘스타킹’은 지난해 1월 방송된 ‘한우 패션쇼’ 편에서 경북 예천 한우마을에서 키운 쇠고기를 직접 칼질해 만든 옷과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한 남성 모델은 한우로 만든 조끼, 안심 부위로 만든 모자, 양지살 2kg으로 만든 암워머(겨울철 손목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패션 아이템), 업진살 목도리를 착용하고 나왔다. 하얀 털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민소매 상의와 하의, 망토로 코디한 여성 모델도 기상천외한 ‘한우 의상’을 뽐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온 가족이 시청하는 저녁 시간대에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주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송 후 해당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가족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TV를 보다가 혐오스런 장면에 눈살을 찌푸렸다. 생명으로서 소의 존엄함까지 짓밟다니 부끄럽고 혐오스럽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스타킹’ 혐오방송을 규탄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SBS는 해당 방송분의 다운로드와 다시보기를 없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혐오감을 주웠다며 권고 조치를 내렸다.
웰빙 바람을 타고 제작되는 음식 프로그램 등에서도 함부로 다뤄지는 생명은 시청자의 시선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짱둥어 머리가 잘린 채 팔딱거리고 산 게가 절구에서 빻아지며, 사육하는 멧돼지는 2마리의 사냥개에게 목덜미를 물어 뜯겼다. 또 도롱뇽의 나이를 알고자 발가락을 잘랐고, 인간의 욕심으로 유전자 조작과 열성유전으로 작아진 티컵 강아지를 생명이 아닌 편리한 장난감 정도로 다뤘다.
국민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방송의 생명 경시 풍조로 심각한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고양이가 개에게 산 채로 물어 뜯겨 죽게 만드는 학대 동영상과 햄스터를 산 채로 믹서에 간 동영상이 인터넷에 등장해 국민을 경악케 했다.
『법구경』에서 부처님은 “모든 생명은 폭력은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를 자신의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고 경계했다. 또 『쌍윳따니까야』에는 윤회의 시간 동안 모든 동물이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아들, 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윤회하는 존재로서 뭇 생명은 나와 피를 나눈 형제자매로 간주한다. 그러나 국민뿐 아니라 불자들 역시 별다른 비판 의식이나 측은지심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리 조채희 사무국장은 “헌터스 종영으로 제작진이나 국민들이 생명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면서도 “불살생계의 의미부터 다시 되새겨 불자들은 불살생계를 잘 지키는 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보신문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1030호 [2010년 01월 05일 17:42]
첫댓글 방영되기 전부터 말이 많던 '헌터스'를 저도 잠시 보았습니다만 이런 방송을 내 보내는 방송사가 이해가 안가네요. 그렇게 방송할 게 없나 싶네요. 인간의 오만함이 극에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_()_
이해하기힘든일들이 참으로 많은 세상입니다~~상상조차 하지못했던 일들이요 어찌이런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