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마라톤 대회 후기 >
올해의 첫 마라톤 대회로 여수를 택했다.
여수대회는 고성대회가 없어진 뒤 1월 대회로는 제법 큰 대회로
자리를 잡았다. 남도의 온화한 날씨에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잇점과 겨울 동계훈련의 성과를 테스트 할수 있는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 인해 많은 마라톤 메니아들의 참가 선택을 받고 있다.
2005년 제 1회 여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오르막길의 고통를 경험하며
3시간 22분의 기록으로 완주한 뒤 한동안 여수대회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두번째 참가다. 대회를 신청하고 나면 항상 약간의 설렘이 있기
마련이다. 올해도 대회 신청 후 미항 여수를 그리며, 시원한 겨울 바다와
오동도의 동백꽃, 그리고 엑스포 공원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여수의 주로를
달리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대회날이 다가왔다.
새벽4시 잠실운동장에서 여수마라톤 셔틀버스를 탔다.
차에 오르니 맨 앞좌석에 런클 모자를 쓴 러너가 얼굴을 가린채 잠을 자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같은 회원끼리 앉아가면 좋을 것 같아서 옆 좌석에 앉았다.
곧바로 차는 출발하고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다시 전주 광양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중간에 임실휴게소에서 잠시 정차를
했다.
이 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두렸다. 잠에서 깨어보니 장현님이었다.
무척 반가웠다. 장현님은 초창기부터 마라톤을 했으며 지금까지
풀코스 230여회를 완주했고 서브쓰리만 해도 30여회를 달성했다.
마라톤의 매니아중에 매니아라고 할수 있다. 이후 장현님과 마라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마라톤 훈련법, 마라톤의 생활화,
런너스클럽과 회원들 이야기등등~~정말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차는 대회 출발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 빠른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대회장인
여수 엑스포 공원에 도착해다. 시간이 널널하다보니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커피도 한잔 마시고 주변 풍경도 감상하고 그리고 여러지인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물품을 보관하고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날씨는 포근했다. 아침기온 영상 3도, 낮기온 7도 정도. 춥지 않은 날씨다.
머리에 손수건을 두르고, 긴팔셔츠에 싱글렛 런클 유니폼을 입고 하의는 마라톤
팬츠를 입었다. 약간 더울까 하고 걱정을 했지만 적절한 복장이라 여겨졌다.
10시 정각에 출발을 했다. 참가인원은 대략 6-7천명 정도 될까. 꽤 많은 인원이다.
출발부터 나이스가이 이영환(이후 나이스로 약칭함)님과 동행하기로 했다.
목표기록은 대략 3시간 40분 정도. 하프까지 5분 페이스로 간 뒤, 이후에는
실력껏 달리기로 했다.
뒤쪽에서 달리다보니 지체가 되어 1km 지점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후 적당한 속도로 달리며 나이스님과 발을 맞춰 달렸다. 엑스포 공원에서
출발하여 오동도를 반환해오는 첫번째 반환 지점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었다.
5km 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25분 15초다. 처음에 지체했던 것을 가만하면
적절한 페이스라 여겨졌다.
반환이후 거북선대교를 건너서 첫번째 오르막이 나타났다. 초반이라 그런지
그다지 어려움 없이 오르막을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2차 반환점인 돌산도
청솔 아파트 부근까지도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었지만 가볍게 오를 수 있었다.
8km 지점에서 2차 반환을 하고 이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나이스님과의 동행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0km 지점을 50분 03초로,
정확하게 5분 페이스로 통과를 했다. 거북선대교를 지나 마래 터널로 접어들었다.
터널길이는 1397미터. 과거 전라선 상행선 기차길인데, 철도 복선화로 인하여
일반도로로 사용된다고 했다. 터널을 통과하고 나니 만성리 해수욕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멋진 경관이다. 달리면서 쌓였던 피로가 깨끗이 씻기는
느낌이다.
15km 지점인 만성리까지도 5km 구간기록 14분 53초를 기록하며 적절한
페이스로 주행을 했다. 그러나 17km 지점까지의 오천산단 고개길과,
20km 지점까지의 소치고개길을 고르면서 여수마라톤 코스의 절정을 맞보아야 했다.
허리를 숙인채로 1km가 넘는 가파른 오르막길 두개를 오르면서 체력도 점차
소진되어 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내리막이 있어 한시름
놓게 된다.
나이스님과는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오르막에서는
내가 뒤따라가고, 이후 내리막길에서는 같이 합류하여 발을 맞춰 달렸다.
그러다가 22km 지점부터 자연스레 각자의 페이스로 달리게 되었다.
이렇게 어럽고 힘든코스에서 각자의 페이스로 달리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개의 기나긴 오르막을 넘고 나서 지금까지 달려온 코스를 연상해보니
평지가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뭐 있어? 전세아니면 월세지~~! 가 아니라
--마라톤코스 뭐 있어? 오르막코스 아니면 내리막이지~~!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코스였다.
내리막길을 잠시 달리다 보니 저멀이 또 오르막이 보인다.
이번에는 신덕고개 오르막이다. 여수 마라톤 코스가 힘든코스라고 해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어려운 코스인줄 몰랐다. 10년 전에 달렸던 코스도
가물가물하고, 또 코스가 바뀌었다고 해서 조금 안이하게 생각했었던 것도.
착오였던 것 같다.
신덕고개를 넘어가니 신덕 산업단지가 보이고 주로는 비교적 평탄한길이
2km 쯤 이어진뒤 한구미 터널로 접어들어 터널 끝지점--27km 지점에서
반환을 했다. 32km 통과기록은 2시간 47분이다. 이제 남은 거리 10km.
10km를 52분에만 달려도 3시간 40분이내에 골인할 수 있다.
그래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달렸다. 매 1km를 5분 10초 이내로 달리기로
하고 열심히 달리면서 구간마다 시간 체크를 했다. 그러나 소치고개와 신덕고개를
오르면서 랩타임이 7분이 넘어가니 의지가 꺾인다. 한 발자국도 걷지 않았는데
1km 7분이 넘는 랩타임이라니~~! 그래도 열심히 달렸다.
다시 목표를 수정했다. 4시간 50분 이내로. ㅎㅎ
현재의 컨디션으로 봐선 50분 이내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제 3km 남았다. 그러나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흉곽부분이 답답해지면서
호흡이 잘 되지 않았다. 마치 단거리를 빠르게 달리고 난뒤의 호흡상태랄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걸었다.
그렇게 2-3분 정도 걷고 나서 다시 달렸다. 이제 2km 남았다. 그러나
체력은 이미 소진되었다. 남은 힘을 짜내고 의지를 곧추세우고 달려야 한다.
1.4km의 마래터널을 통과하고 나니 엑스포 공원이 보인다.
이제 남은 거리는 600미터. 쉼호흡을 길게 하며 가법게 달려갔다.
그리고 골인. 3시간 47분 40초. 쉽지 않은 레이스였다.
장거리 훈련도 되어 있지 않았고, 언덕훈련 역시 되어 있지 않았다.
참으로 힘겨운 레이스였다. 그래도 얻은게 많다.
대회란게 달릴 때 무척 힘이 들지만 달리고 나면 그만큼의 보상과
성취감이 있기에 또 달리게 되는 것 같다.
대회를 달리고 나면 자신의 달리기 실력을 되돌아 볼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훈련계획도 세우게 되고 훈련에 대한 의지도 불타오르게 된다.
이번 여수마라톤 대회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다 준것 같다.
힘든만큼 많이 배운 대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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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015년도 첫 대회에서 어려운 코스를 잘 달리셨습니다...코스 얘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인생 뭐 있어 ? 전세 아니면 월세지 ! ⇒ 마라톤코스 뭐 있어? 오르막코스 아니면 내리막이지~~! 라는
표현 아주 좋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천리마님, 힘.
감사합니다. 산성님 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여수를 안가본지가 20년 가까이 되네요..ㅎ
여수는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더군..ㅎㅎ
겨울철이라 많이 힘들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몸이 유연하지 않은 상태에서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2015년 마라톤 첫 출발 축하드립니다. 천리마님 힘!!!
장거리 훈련이 되어있지 않는데다 가파른 언덕이 많아서 고생좀 했습니다.
그래도 실력에 비해 선전한 것 같아요. ㅎㅎ
추운날 고생했네...
하산 하면서 무사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네
벌써 우리 쥐띠가 퇴물취급 당하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이번 동아에 나는 씽글이라도 해서 아직은 아니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무사이에게 다짐을 했다네...
동아에서 선전하길 바라네...
그래~~나이들수록 더 열심히 해야지~~훈련 열심히 해서
동아에서 좋은 기록 세우기 바라네. 전설 힘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 한해도 즐거운 마라톤 생활되시기 바랄께요.
홍천코스 불평했던거 후회했다. 홍천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구..ㅎㅎ
나는신청.접수해놓고 회사업무가 급해서 불참했네요.
네사전에 이런변화가....
안그래도 형님이 안오셔서 궁금해 했는데요.
그래도 생업이 먼저니까요. 치타형님 힘
홍천 보다 더 힘이들었다니 ! 고생 많이하셨네요 형님의 마라톤 열정에 큰 박수를보냄니다
천리마 형님 힘♡♡
영일만 글 보니 홍천 생각이 많이 나네. 함께 달렸던 기억도....영일만 힘
후기읽고나니 다시 한번 더 달리고 싶네요 수고하셨습니다 회복 잘 하세요
마사달이 갔으면 정말 잘 달렸을텐데...많이 아쉬웠어~~내년에 함께 가자구~~힘
천리마 형님,힘들었지요.저도 힘들었습니다.여수 대회가 처음이다보니..27키로까지 가는데 죽는줄 알았습니다.반환점 이후부터는 그래도 조금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내년 다시가면 3시간 50분이 목표입니다.
그래~~내년에 다시 가서 올해의 기록 갈아업고 오자. ㅎㅎ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