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라이스보이 슬립스(2022)>
1. 80년대 미혼모로 아이를 낳은 여인은 아버지가 자살하자 한국의 불편한 시선을 피해 캐나도로 이민간다. 영화는 90년대 캐나다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모자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아이는 생김새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어머니 또한 차별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어린 시설의 아이는 시간이 흘러 청소년이 되었고, 노랗게 물들인 머리처럼 캐나다에서 갈등을 겪으면서도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어머니는 암에 걸리고, 두 사람은 아버지의 고향을 찾는다.
2.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이민자의 가족으로 살아온 한 사람의 정체성 찾기를 차분하면서도 정직한 눈으로 조명한다. 전혀 다른 인종과 문화 속으로 진입한 이방인은 기존의 강한 텃세를 자각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사소한 문화적 차이(김밥)도 낯설음의 대상으로 다가올 때, 소속하고 싶고 어울리고 싶은 인간의 본능은 상처를 입게 된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이민자로서 실제의 삶을 살았던 감독 ‘앤서니 심’의 자전적 요소와 다른 이민자들의 애환이 담겨져 있다.
3.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궁금해왔고 자신의 다른 모습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한동안 알려주길 거절한다. 하지만 암을 계기로 어머니는 아이와 같이 아버지의 고향을 찾는다. 그 곳에서 벌어지는 한국의 농촌 모습, 가족들과의 식사, 삼촌과 함께 한 목욕탕의 등밀이, 낡은 이발소에서 삭발하는 모습 등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낯선 한국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일상의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묘소에서 어머니와 아들은 절을 하고 서로를 의지한다. 어머니의 병은 불치라고 통고받았지만, 그들이 함께 바라보는 석양의 모습은 반드시 어둠만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오랫동안 떠났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실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도전과 맞설 힘을 획득했을 것이다.
4. <라이스보이 슬립스>에는 이민자의 슬픈 과거와 현재의 고민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강한 열망이 겹쳐있다. 삶은 어떤 이유로든 우연에 의해서 다양한 모습을 선택하게 된다. 그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줄 것인가? 지나간 것은 굳이 거부할 필요도, 그렇다고 집착할 필요도 없이 담담하게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현재와 미래의 삶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지. 영화는 이민자의 삶이라는 특별한 사회적 존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거기에서 발견하는 것은 누구도 일상의 삶에서는 다른 것이 없으며 다만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인가를 말해준다. ‘현재에 집중하라.’, 다만 과거와 미래를 참고하되 묶이지 말라.
첫댓글 - 부조리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냥 살아가는 것, 태어남의 운명이며 그것이 받아들여야 할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