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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속담으로 엮은 블로그 타령 - 1
강촌 추천 0 조회 89 06.07.02 08:0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속담 고사성어로 엮은 블로그 타령

 


<블로그의 시작 篇>

 


1. 블로그를 시작하다.

새 하늘과 새 땅, 뉴우- 밀레니엄이 찾아온다 싶더니 뽕나무밭이 바다 된다고, 세상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 변화가 일어난 것이로구나.

콩을 심어야 콩이 나고 씨를 뿌려야 애를 밴다했거늘, 땅도 없는 곳에서 농사를 짓고 건물도 없는 허공에 회사가 생기는구나. 이름하여 싸이버어~ 시대라고 하는 것이다. 그거이 얼마나 가겠느냐 사상누각(沙上樓閣) 아니더냐 했더니, 이게 웬말. ‘붓두껍으로 세상을 본다’더니 이젠 케이블만 있으면 온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고, 장사를 하고, PR도 하고, 친구도 삼고, 싸움도 하고, 월드컵 축구 응원도 하니, ‘척하면 삼천리’ 신안통(神眼通)이 따로 없네.

 


에엣따 ‘백문이 불여일견’이면 ‘백견이 불여일천’이지. 그래 나도 한번 뎀벼봐야겄다.

하여! 브로오오오오그를 하나 맹그는디!!

(어따~ 사람 만나는디 뭐땜에 차비 써감서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니는고. 인터넷만 타닥 두들기면 친구도 만나고 모르는 사람도 사귀고 외나무다리 원수도 만난다는 디 뭣 땜에 땀 뻘뻘 흘리면서 뛰다니느냐고! 인터넷에서 한번 딱 띄우면 스타도 되고 횡재도 하고 전국 팔도에 유명인사 되고 망신을 당해도 전국 모드로다가 왁자하게 당하는 것 아니겄는가.)

모르면 우물안 개구리며, 천지지간에 왕따 되는 거 아니더냐. 일필휘지하야 잡설을 한번 풀어볼작시면, 전국 팔도에서, 온 세계 사면 팔방에서 와르르르르르.... 몰려드는구나.

 


‘홀로 있으면 자부심도 사라지는 법’(We are rarely proud when we are alone)이라는 말도 있지. 제 아무리 총명한 사람이라도 집구석과 공장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 모르고 살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뭐하는 사람인지 워찌 살다 죽을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인데, 블로그만 주욱 돌아다녀도 온 세상이 손바닥이네. 블로그 열심히 하여 보고 듣는게 늘어나니 세상만 보이는 게 아니라 내 모습도 보이는구나. 거울이 따로 없지.

하여! 블로그는 우후죽순(雨後竹筍)! 잘만하면 문전성시(門前成市)! 잘만 하면 떡도 생기겄다아아아...

 


똥인지 된장인지 처음부터 어찌 아나. 블로그는 열었어도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무슨 그림 그려야 할지, 막막하게 앉았으니 ‘꿔다 놓은 보리자루’ 내로구나.

어떤 이는 음악으로 사람을 꼬이고 어떤 이는 글재주로 사람을 간지럽히고 어떤 이는 야시시한 그림으로 사람을 녹이는데, 이 화수분 같은 인터넷에 온 세상 재주꾼은 다 모였는가보다. 꿀 먹은 벙어리요, 고양이 앞에 쥐가 된 듯 가만~~~ 구경이나 하다보니 엇따! 배알 꼴린다. 어떤 집은 밤낮으로 바글바글~~~~ 거리는데, 이 내 집은 하루 죙일 기다려도 그림자 하나 안보이네. ‘개미도 빈 창고에는 얼씬도 안하다고 했겠다.’

참다 참다 용기를 내보는데!

어떤 놈은 엄니 뱃속부터 공맹을 배웠으며, 어떤 놈은 뱃속부터 장도칼 차고 나왔다더냐. 가만 보니 똥은 똥이고 된장은 된장이네 그려. 알고 보니 별 것도 아닌 것을,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남의 저고리 호박단추가 커보였던 것이었네 그려.

하면, 이 몸도 붓 한번 휘둘러 봐야겄다.

 


첫 술에 배부른 법 없고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랬다고, 차근차근 꾸며 나가는데, 모르는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시작이 반’ 아니던가. 귀동냥 눈동냥 하면서 흉내를 내다 보니, 어쭈, 이것 재밌네 그랴.

 

 

 

2. 블로그에 빠져들다

주경야독(晝耕夜讀) 형설지공(螢雪之功) 하나하나 늘려가다보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블로그를 다루는 기술은 일취월장(日就月將)이요, ‘서당집 개 풍월하듯 분식집 개 라면 끓이듯’ 사진이며 그림이며 하다보니 쉽기가 여반장이라. 청출어람이 따로 없네.

구경을 다녀도, 듣기 좋은 음악과 배꼽 잡을 명문장과 섹시한 그림들만 쏙쏙 꼽아 찾아다니니 어느새 블로그 동네에 ‘마당발’되얏구나.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 재미있는 곳에 어찌 한심한 일 없을쏘냐.

재밌는 것을 쓰노라고 머리를 싸매다보니 블로그 하느라 시간이 모자란다. 일할 때는 비몽사몽, 성적은 삼척간두, 자식은 밥 달라 보채고 남편은 그만 불 끄자고 보채댄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블로그질에 밥 타는 줄 모르고, 댓글 다느라 남편 들어오는 줄 모르고, 답글 다느라 마누라 잠드는 줄 모르다가 옐로카드 레드카드 줄줄이 받게 되니 어따 이러다가 정말 집에서 쫒겨나징?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지지. 화딱지 나서 때려치우고, 샘나서 때려치우고, 몸살 나서 문 닫아걸고, 남편 등쌀에 ’블로그 삭제‘를 누르는데! 속이 다 시워~~~언 하고도 우째 싸르르르~~~ 한 것이, 이러고도 울화병 우울증 안 빠질지 모르겄네.

헌데 가끔은 그 놈의 블로그가 뭔데 그렇게 빠져드나 하고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뛰어드는 마누래 남편이 있다더라! 하다보니 재미있네. 아예 한술 더 뜨고 빠져든다. ‘잡으러 간 놈이 되레 잡혔다’(We who went to catch, are ourselves caught)는 속담이 그래서 생겼대지 아마.

 

 

 


<블로그 친구 篇>

 


3. 친구를 얻다.

이름도 몰라요 성(性)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느냐~ 하신다면 아직 신천지를 모르는 사람이오. 그까짓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사귄 친구가 얼마나 제대로 친구겠느냐~ 냉소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벌써 삼천년 전에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오. 삼인행이면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며 ‘이웃 벗도 사귈 탓’이라고 하였겠다.

태반은 웃음거리 찾아 파리 떼처럼 이리 우르르 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 같아도, 닭이 열 마리면 그 중에 봉(鳳)도 한 마리는 있다는 속담이 괜한 것이겠는가. 한 우물을 파면서, 진득하게 서로 속을 헤아리다 보면 필시 좋은 친구도 얼마든지 보이지 않는가. 인터넷에서 사귀어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은 천생연분(天生緣分)들도 없지 않으니, 인터넷의 마법은 끝이 없구나.

 


인터넷 지식인을 들여다볼작시면, 인생 고민, 가정 고민, 자식 고민, 연애 고민, 건강 고민, 숙제 고민… 물어보면 답해주고, 답해주면 사례하니 사람 사는 세상이 또 하나 여기 있네. 블로그를 볼작시면 어떤 이는 역사를 논하고, 어떤 이는 인생을 논하고, 어떤 이는 정치를 논하고, 어떤 이는 축구를 논하며, 어떤 이는 농사일을 논하고, 어떤 이는 요리를 논하고, 어떤 이는 얼짱을 논하며, 어떤 이는 연애를 논하니, 어디 가서 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알고 지내겠는가. 편식 편견 없이 골고루 먹고 싸면 인생대학교 따로 있나. 말 그대로 블로그 친구도 사귈 탓이네 그려.

 

 

 

4. 친구를 사귀다.

참새는 참새끼리 박새는 박새끼리 유유상종(類類相從) 하는구나. 깃털이 같은 새끼리 모인다고 하였것다. 

새는 어떻게 자기 꽈(果)를 알아볼까.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였으니, (얼쑤) 통하기며 즐겨찾기며 여기저기 남겨진 발자욱을 좇다 보면, 이 사람 유(類)가 얼핏 짐작되지 않겠더냐. 가는 곳마다 통하기가 돼 있으면 마당발이요, 좌다 우다 상관없이 통하기가 빵빵하면 자기주장 안 세우는 원만한 사람 아니면 노인이든 어린애든 찾아와서 광고나 보아다오 갈 데 없이 세일즈맨이렷다. 통하기 즐겨찾기 아무 것도 안보이면 블로그질에 지쳤거나 소심한 사람이거나 친구 사귈 뜻이 없는 사람이요, 프로필에 관등성명 일일이 공개한 사람이면 아직 초짜거나 세상에 겁날 것 없는 사람이겠구나.

그래도 모르겠거든 글을 몇 개 읽어봐라. 바다 건너 서양속담에, ‘상대를 가장 빨리 파악하는 방법은 그가 웃는 얼굴인지를 보라’고 하였드라. 웃음 있고 노래 있으면 악의는 없는 사람, 말빨 세고 핏발 섰으면 잘못 건드리면 폭발할 사람, 좋은 말은 많은 데 앞 다르고 뒤 다르면 사람은 좋아도 갈대처럼 흔들리는 사람, 옛말 그른 것 없다고, 이만 하면 별 사고는 없을 것이다.

 


유유상종만 있는가.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도 했다. 가마귀 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말라고만 했는가. 겉 희고 속 검은 새야 가마귀 비웃지 말라고도 했다. 손쉽고도 어려운 일, 사람 가려 사귀는 일.

 


블로그에서 사귀어도 오랜 친구 있고 새로운 친구 있으며, 깊은 친구 있고 얕은 친구 따로 있네. 슬플 때 위로가 되는 친구 웃을 때만 좋은 친구가 따로 있으며, 쓴 소리도 고마워하는 친구 칭찬할 때만 웃는 친구 따로 있으며, 먹을 게 없어도 꾸준한 친구 편들어줄 때만 친한 친구가 따로 있으며, 슬쩍 지나만 가도 반가워하는 친구와 댓글 달아야만 즐거워하는 친구가 따로 있으며, 항상 친절한 친구 심술궂은 친구가 따로 있으며, 의리를 지키는 친구 속보이지 말아야 할 친구가 따로 있으며, 신실한 친구 허망한 친구가 따로 있으며, 따뜻한 친구 차가운 친구가 따로 있으며, 속마음이 통하는 친구 농담이나 통할 친구가 따로 있으며, 든든한 친구 걱정되는 친구가 따로 있구나. 에혀~ 싸이버 친구나 세상 친구나 또옥 같다, 똑같아.


술과 친구는 오래 묵을수록 맛있다고, 블로그도 오래 하다 보면 서로에게 숙성되어 형제같이 이웃같이 좋은 친구도 생겨난다. 유비와 제갈 량처럼 ‘수어지교(水魚之交)’ 되지 못하란 법 없고, 관중과 포숙처럼 ‘관포지교(管鮑之交)’맺지 못하란 법 없고, 백아와 종자기처럼 지기지우(知己之友) 찾지 못하란 법 없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가 어디 오래 사귄 옛 친구들만 하겠냐고 비웃지를 말어라. 매일 아침 클릭만 하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바로 먼 친척보다 낫다는 이웃사촌 아니겠는가. 인터넷이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국경너머 제 아무리 먼 곳에서도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 마음만 통한다면 실로 가깝고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런가.

 


5. 친구의 한계, 친구의 가능성

그래도 조심 조심 사람 조심 친구 조심, 말조심 입조심,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을 어찌 알랴. 쉽게 달궈진 쇠는 쉽게 식는다고 했으니,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들 속에 양두구육 ‘빛 좋은 개살구’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들이 어찌 한둘 있겠는가. 시청앞 붉은 앙마 모인 곳에 소매치기 치한들도 모여들고, 팔도강산 토종음식 장터마당에 시커먼 중국제 미제 어찌 한둘 숨었겠는가. 좋은 사람 모인 곳에도 수가 많으면 가짜는 있는 법. 조심 조심 사람 조심, 말조심 입조심이 최고렸다. 비밀번호 공개 말고, 돈자랑도 하지 말고, 알릴 것은 알려주고 피할 것은 피하는 게 상수로다.

‘오는 님은 곱상이요 가는 님은 밉상’이니 자주 찾아오는 사람 싫을 리는 없건마는,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 인사할라치면, 고개 아프고 입 아프고 손목 아프고 어깨 저리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 일일이 인사하다보면, 이 사람 자식이 저 사람 자식 되고, 이 사람 슬픈 사연 저 사람 기쁜 사연 이리 꼬이고 저리 혼동되니 자칫하면 실수로다.

마음이 오가는데 굳이 입으로만 말을 하나. 오가면서 살짝 미소, 그것만도 만족하네. 이심전심(以心傳心) 염화시중(拈花示衆) 묵이대화(黙而大話) 이쯤 되면 고수라. 시시콜콜 말이 없어도 이름자를 볼 때마다 마음 절로 따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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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6.07.02 08:08

    첫댓글 블러그를 하다가보니 꼭 맞는 말인 것 같고 또 재미있어서 스크랩 해 왔습니다.블러그 하시는 분들 명심 해야 할 일도 또 자기를 돌아볼 기회도 되는 것 같고요.

  • 06.07.04 21:23

    블로그 타령을 읽다가 보니 그 내용이 <춘향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횡설수설하는 가운데 뼈가 있는 평이 숨어있어서, 읽으면서도 세상을 비꼬고 싶은 심정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풍자가 그득합니다. 풍자의 맛은 그윽합니다. 지식인의 풍자는 문화 풍자가 제맛입니다. 많고 많은 문화가 우리 주변에 널려있습니다. 속담은 생활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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