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개교 이래 청주 청원고가 가장 주력해온 것은 인성 교육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마라톤을 뛰고, 책을 읽는다. 국토순례의 하루가 마무리되는 저녁이면 교사들은 학생들이 <복면가왕>을 패러디해 준비한 프로그램에 ‘얼굴 가린 가수’로 거리낌 없이 몸을 던진다.
자율형 공립고로 충북도에서 상위 5% 이내 학생들이 주로 입학하기에 학업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텐데, 인성 교육을 담당하는 인재교육부장 오석헌 교사는 “성적이 떨어지거나 공부가 버거울 때도 아이들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본다. 내면이 강해졌다는 걸 느낀다”고 전한다. 자칫 공부만 시키는 학교로 비춰질까 싶어 사제동행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는 데 공을 기울인 덕분이다. 그 노력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4회 ‘대한민국인성교육대상’ 단체 부문 대상 수상으로 돌아왔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제공 청주 청원고
사제동행 프로그램 활성화, 소통의 계기
이번 공모 이전에도 청원고의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학교는 많았다. 개교 초기부터 9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만큼 시행착오 끝에 노하우를 쌓은 덕이다.
매일 아침 명상 시간을 운영하며 작년까지 한 권의 노트에 반 전체 학생들이 기록을 남기게 한 ‘공감 노트’는 모두에게 공개되는 형태가 아쉬워 올해부터 일기장처럼 만든 ‘공감 발자국’으로 바꿨다. 학생들의 기록은 더 솔직해졌다. 오 교사는 “교사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학교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아이들마다 달랐고, 시험 후에 느끼는 감정 역시 단순히 힘든 게 아니라 스스로 깊이 성찰하며 풀어내는 힘을 갖고 있더라”고 했다.
청원고 인성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이다. 국토순례와 마라톤, 사제동행 독서 논술과 배드민턴대회 등이 대표적. 모두 하루 치르는 행사로 끝내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라톤을 뛰기 위해 한두 달 전부터 연습하고, 국토순례를 준비하기까지 교사들이 거의 한 달 동안 모아서 협의한다. 한 해 한 해 거치면서 매년 보완해나가는데, 특히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국토순례에서 반기를 만들고, 학생들이 직접 공모를 통해 날마다 저녁 프로그램을 달리 운영하는 것은 모두 그 과정에서 탄생한 아이디어들이다.
가장 많은 시간 보내는 학교, 인성 놓칠 수 없다
학생들에게 리더십을 키워주는 데는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펼쳐놓은 상황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들 앞에서 말해보는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선택한 방법은 플래시 몹. 하루에 세 명씩 점심시간 전후에 청원고 광장에 나와 꾸준히 발표할 기회를 줬다. 친구들은 우르르 몰려와서 응원을 했다. 5분 동안 PPT의 도움도 없이 서서 말을 해야 하니 연습을 엄청나게 하더라고.
학생들이 선택한 주제는 다양하다. 자신의 꿈을 말하기도 하고, 애완견 문제부터 여성 차별 문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한다. 오 교사는 “처음에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수준이 높아져서 글로벌 리더십 캠프 참가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동점자가 너무 많아져 며칠을 고심하게 됐다”고 웃는다.
이밖에 지역 사회와 연계한 봉사 활동, 희망 진로와 관심 분야가 비슷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봉사 동아리 운영, 선후배와 동료 간 멘토-멘티 활동 등 청원고의 인성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 운영에 있어 가장 큰 중심축이다. 덕분일까. 학생들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할 때 자기소개서의 의미 있는 교내 활동이나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쓰는 항목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학의 선발 과정에 ‘인성’의 영역이 학업 성취도 못지않은 ‘역량’의 개념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요즘 시국을 보면 구성원으로서 개개인의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오 교사에게 학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지 물었다.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인성 교육은 학교와 가정이 함께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성장기의 인성 교육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들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학교가 곧 그 공간입니다. 수업이든, 활동이든 인성적 측면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니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 확신을 갖는 것이 출발점이겠지요.”
미즈내일